“금융기관 임원진이 참여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높은 임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액센츄어 이노베이션허브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은 스폰서라고 부릅니다. 스폰서로 들어오려면 조건이 있어요. CMO든 CIO든 높은 분이 일주일에 하루 이상을 기여해야 합니다. 매주 발표 자리나 필요한 시간에 와야 합니다. 금융기관에서 그렇게 높은 분이 매주 하루를 뺀다는 게 쉽지 않죠. 본인이 급하지 않으면 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린 그런 금융기관만 받아요. 그런 회사가 각 나라별로 15곳이 있어요.”
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 디지털 그룹 대표는 핀테크 생태계를 꾸리려면 기존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는 2011년부터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 아일랜드 더블린 등 세계적인 핀테크 중심지에 핀테크 이노베이션랩을 세웠다.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나고 수익성이 나빠진 금융기관이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핀테크가 부각되자 기존에 확보한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핀테크 생태계에 다리 역할을 자임했다.
이지은 대표는 1월23일 오후 전자신문과 데브멘토가 손잡고 서울 중구 PJ호텔에서 연 ‘금융 혁명의 시작 핀테크 도입 사례와 시장 진입 전략’ 콘퍼런스 무대에 올라 액센츄어가 그동안 핀테크 중심지에서 활약하며 얻은 노하우를 공유했다. 이지은 대표 뒤에는 JP모건 아시아 부사장 등 금융업계에서 일하다 벤처투자자(VC)로 나선 홍병철 레드헤링 대표와, 영국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을 차린 뒤 금융업계에서 일하다 VC 퓨처플레이에서 활동하는 신재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무대에 올라 미국과 영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지 얘기했다.
금융회사가 직접 핀테크 뛰어들어선 안 돼
이지은 대표는 금융회사가 직접 핀테크 시장에 뛰어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한 금융회사를 사례로 들었다.
“한 미국 유명 금융회사는 2000년대 후반에 자체 핀테크팀을 만들었어요. 팀을 운영하다보니 내부 역량이 달리는 거예요. 그래서 실패했습니다. 그리곤 외부 혁신 활동에 참여해서 내부 역량을 쌓았어요. 그 다음에는 자체적으로 이노베이션랩을 운영해 6년째 운영합니다. 한국 금융기관이 아무리 따라잡는 걸 빨리 잘 한다고 해도 자리 잡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부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신기술이 나왔을 때 그걸 이해하고 소화해 사업에 활용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홍병철 대표도 은행 등 금융기관과 핀테크 회사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며 핀테크 사업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금액으로 보면 은행은 혁신 부분이 가장 적어요. 가장 비용을 많이 들이는 부분은 최적화와 단순화죠. 그 다음이 유동성입니다. 맨 위 가장 적은 비중이 유동성이에요. 혁신성에 제일 많이 투자할 수가 없어요. 큰 기업은 지킬 게 많으니까요. 작은 기업은 거꾸로죠. 그 기업은 혁신에 초점을 맞춥니다. 기존 서비스를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죠. 그러니까 두 회사가 협력하면 잘 맞는 겁니다.”
금융회사가 핀테크 스타트업 멘토로 나서야
신재은 CFO는 자신이 영국에서 스타트업을 차렸던 경험을 들며 금융권의 도움이 스타트업에게 큰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온라인으로 신용카드 결제할 때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프레딧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어요. 창업 1년 만에 2013년 영국 액셀러레이터인 시드캠프에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될 만큼 컸죠. 이렇게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금융권 회사가 도와줬기 때문이에요. 영국 회계법인 KPMG는 스타트업만 관리하는 부서를 따로 꾸렸습니다. 또 한 핀테크 전문 엔젤투자자 인맥으로 영국 한 은행 CEO와 연이 닿아 우리 비즈니스 모델을 알리고 파트너십이 가능한지 검토받기도 했죠.”
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 대표도 액센츄어 핀테크 이노베이션랩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 멘토링이라고 말했다. 액센츄어 핀테크 이노베이션랩 각 지부는 1년에 한 번씩 스타트업 7~8곳을 뽑아 3개월 동안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심사를 거쳐 여기 들어온 핀테크 스타트업은 액센츄어 고객사와 직접 교류하며 도움을 얻고 투자도 이끌어낼 기회를 얻는다. 이 가운데 꽃은 멘토링이라는 게 이지은 대표의 설명이다.
“멘토링이 가장 큰 활동이에요. 핀테크 스타트업이 기술을 설명해줍니다. 그럼 은행이 이걸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3개월 동안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금융권 참여가 중요합니다. 기술 기업은 규제만 풀리면 이런저런 사업을 다 할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금융기관이 그 기술로 돈을 벌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합니다. 그건 금융기관이 스스로 할 일이죠. 스타트업이 자금력이 약하고 뭐가 부족해서 못한다고 하면 직접 투자해서 키운다는 개념입니다.”
금융회사-핀테크 스타트업, ‘갑을’ 아니라 파트너로 손잡아야
“제 경험에 비춰보면 큰 금융기관도 핀테크 스타트업이 자기 서식지를 침해한다고 부정하지 않고 같이 살려면 이들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재은 CFO는 영국에서 금융회사와 핀테크 스타트업은 경쟁이 아니라 공생 관계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홍병철 레드헤링 대표는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진정성이 담긴 협력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뉴욕에서 핀테크 선발대에 선발된 회사를 만났는데, 3개월 동안 바클레이 은행이 진짜로 와서 멘토링을 했냐 아니면 PR로 했냐 물었더니 진짜라고 하더라고요. 거기는 주요 임원이 와서 3개월 동안 멘토링 해주고 제품 개발, 아이디어 발상에 함께 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 C레벨 고위 임원이 일주일에 하루 와서 같이 고민할 수 있을까요.”
횽 대표는 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핀테크 스타트업도 주요 금융기관 임원과 어울릴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을 쌓고, 금융기관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핀테크 스타트업 경영진도 금융기관 임원과 어울릴 수준이 돼야 할 겁니다. 뉴욕에서 만난 회사는 선발된 사람이었죠. 금융기관도 내가 가서 시간을 투자하는데 제대로 된 회사를 만나야지 멘토링 해봤자 시간 낭비면 왜 시간을 할애하겠어요. 그런 검증 절차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투자입니다. 육성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그게 끝나면 투자도 해야 합니다. 스타트업한테 3년 동안 월급 100만원 받고 고생하라고 하면 아무도 안 할 겁니다. 미국 금융기관은 2013년 후반부터 1년반 동안 10억달러 펀드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금융기관마다 핀테크 총괄 전문가를 뒀어요.”
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 대표는 핀테크 산업을 키우는 목적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런던 시 정부가 가젤형 기업을 만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젤형 기업이란 3년 동안 매년 20%씩 성장하고 지속적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창출, 투자 유치 등 목표를 분명히 정해둬야 육성 정책이 방향을 잃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핀테크 산업은 우리 미래를 준비하는 겁니다. 다른 산업은 다 했는데 금융기관만 늦은 겁니다. 보여주기 식으로 하지 말고 은행·보험회사 등 임원이 직원을 지킨다는 사명감을 갖고 추진해야 합니다.”
이지은 대표는 정부 주도 산업 육성의 부작용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율성과 독립성도 많이 걱정됩니다. 금융감독원에 가서 얘기할 때 핀테크 산업을 어떻게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할지가 숙제라고 말씀드립니다. 스타트업 회사에 좋인 기술이 있어도 학연, 지연을 중시하는 국내 환경에서 공정하게 기술만 보고 순수한 마음으로 보고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는 좋아도 뒤는 아닌 경우가 있어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법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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