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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

‘K-디지털헬스케어’ AI·원격의료 등 중국 의료기기 시장 정조준

스마트사운드, 디지털 청진기 ‘스키퍼’ 원격의료 플랫폼 시장 공략 
휴톰, AI 수술 보조 내비게이션 ‘러스’ 수술 로봇 시장 진출 모색    

CMEF Spring 2024 Hall 5.2에 위치한 한국관 모습

[라포르시안] 중국물류구매연합회(CFLP) 산하 의료기기공급망협회 발표에 따르면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2019년 6235억 위안(약 116조4947억 원)에서 2023년 1조2500억 위안(약 233조55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성장 잠재력만 놓고 보면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시장 진출의 첫 관문인 중국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허가를 받는 것 자체가 녹록지 않고, 정부 주도의 자국산 의료기기 사용 정책 또한 진입 장벽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기준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 점유율 27.5%·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2%가 넘고 지난 6년간 매년 약 1000곳의 병원이 생겨난 중국은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NMPA 통계를 보면 한국이 10년째 미국·독일·일본에 이어 중국 내 2~3등급 의료기기 수입품목 허가 건수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14일 상해 국가전시컨벤션센터(NECC)에서 폐막한 ‘제89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Spring 2024)에서는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이하 조합)·부산경제진흥원 공동관을 비롯한 개별참가 등 한국 의료기기 제조사 24곳이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가운데 조합은 코로나19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CMEF에 불참하다 5년 만에 회원사 7곳이 참여한 한국관을 꾸려 국산 의료기기의 중국 진출을 지원했다. 한국관 참가기업 중 스마트사운드(대표 이만찬)와 휴톰(대표 형우진) 부스는 유독 많은 바이어와 참관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을 디지털 헬스케어를 진단·건강검진 등 다양한 의료영역에서 활용하고 있는 중국의 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스마트사운드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스키퍼’(skeeper)는 기존 아날로그 청진기와 달리 사람의 심장·폐 소리, 심장박동 및 호흡수 등을 실시간 측정하는 디지털 청진기로 AI 기술을 접목해 병원은 물론 가정에서도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이우준 스마트사운드 영업·마케팅팀 책임

특히 서울대병원·연세세브란스병원·고대안암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심장내과·호흡기내과 전문의 자문을 통해 개발한 심장·폐질환 분류 시스템은 원격의료·디지털 홈케어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이 회사 이우준 영업·마케팅팀 책임은 “스마트사운드는 2015~2016년 중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이후 코로나19가 발생했다”며 “이 기간 국내를 비롯한 미국·일본 등에서 충분한 레퍼런스를 쌓아 이번 CMEF에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시장은 반려동물에 특화된 동물용 제품과 인체용 디지털 청진기 투 트랙 전략으로 진출할 계획”이라며 “이 가운데 인체용 디지털 청진기는 현재 진행 중인 NMAP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완료하면 병원 등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사운드 디지털 청진기 ‘스키퍼’(skeeper)

스키퍼는 이미 약 10년 전부터 원격의료가 시행된 것은 물론 수술 로봇을 통해 원격수술까지 이뤄지고 있는 중국에서 심장·폐질환 중심의 원격의료 솔루션으로서 활용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의료기관으로 진료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에서 가정 내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임은 “가령 가정에서 스키퍼를 활용하면 AI가 숨소리를 분석해 단순한 기침인지 아니면 폐렴인지 조기 진단하고, 해당 데이터가 원격지 병원 서버에도 전송되기 때문에 병원 방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는 청진에서 시작된다. 스키퍼는 기본적인 심장·폐질환은 물론 복부·관절· 혈관 등을 비롯한 영유아 천식이나 산모 건강관리에도 적용할 수 있는 AI 진단 기술로 중국 내 원격의료 플랫폼에 접목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스마트사운드가 함께 휴톰은 AI 수술 보조 내비게이션 ‘러스’(RUS)를 내세워 중국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러스는 환자의 CT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통해 장기·혈관 자동 분할 및 레이블링이 가능하고, 정확한 혈관 배치 확인을 위한 정맥·동맥 위치 자동 보정이 이뤄지며 복부팽창(기복)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링을 제공해 의사에게 필요한 수술 예측과 계획·분석을 지원한다.

특히 휴톰은 기존 진단 중심의 의료 AI 솔루션과 달리 수술 보조를 통한 ‘디지털 수술’과 ‘AI 치료’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차별성이 있다.

김정옥 휴톰 해외사업부 차장이 AI 수술 보조 내비게이션 ‘러스’(RU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옥 해외사업부 차장은 “CMEF에는 처음 참가했다. 중국의 AI·의료 로봇 등 신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부스를 방문한 바이어나 대리점 관계자들이 러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생각보다 중국 내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많은 점도 인상적이었다”고 운을 뗐다.

김정옥 차장은 “CMEF는 중국 현지에서 NMPA 인허가 진행과 판매를 담당해 줄 경험이 풍부한 대리점을 찾고자 참가하게 됐다. 특히 AI 수술 보조 내비게이션인 러스 제품 특성상 진단영상장비보다는 복강경 등 수술 로봇이나 수술 장비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춘 대리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폐질환 관련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많다 보니 러스와 같은 위장·심장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실제 중국 모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우리 부스를 방문해 러스에 관심을 보이며 공동 연구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휴톰은 추후 CMEF 기간 접촉한 대리점과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게 되면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대리점 계약 체결 후 통상적인 NMPA 인허가 소요 기간을 약 2년으로 예상했을 때 이 기간 러스와 유사한 AI 솔루션이 시장에 출시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차장은 “중국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의료기관이 많고 빅데이터 확보가 수월하기 때문에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러스가 NMPA 인허가를 받는 동안 다른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일부 있다”며 "하지만 러스는 환자 맞춤형 AI 수술용 내비게이션으로 한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에서도 기술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휴톰은 미국 FDA·유럽 MDR CE 인증을 진행 중이며, 특히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매력적인 중국은 반드시 진출해야 할 곳”이라며 “우리의 앞선 AI 기술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 행보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