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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책]전문가 22명이 말하는 ‘플랫폼’

IT 업계에 때아닌 ‘플랫폼’ 열풍이 불었다. 플랫폼은 원래 자동차 업계서 엔진, 변속기 등 차량의 기초가 되는 부품의 묶음을 일컫는데서 나왔다. 기본 부품으로 구성된 플랫폼이 있으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델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IT 업계가 바라보는 플랫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컴퓨팅 분야에서 기본이 되는 컴퓨터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형태다. 한 플랫폼이 완성되면 다양한 서비스로 응용할 수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정거장’에 불과한데, 이 단어가 통용되는 분야는 너무나 다양하다. 모바일 플랫폼, 빅데이터 플랫폼, 클라우드 플랫폼, 오픈소스 플랫폼 등 플랫폼을 빼놓고는 IT 분야에서 대화가 안된다. 플랫폼 열풍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 간을 맞추는 소금도 너무 많이 사용하면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친다고 했다. 플랫폼도 소금과 다를 바 없다. 너무 다양한 분야에 질서없이 쓰이면 본질만 헤칠 뿐이다.

국내 대표적인 IT 전문가들로 구성된 플랫폼전문가그룹(PAG)이 플랫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싶다며 ‘플랫폼을 말하다’라는 책을 펴냈다. PAG는 LG전자, 삼성전자, 네이버, 다음커뮤니케이션, SK텔레콤, KT,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각 IT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이다. 40여명의 대표위원과 약 300여명의 정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클라우드북스가 출판한 이 책은 IT 전문가 22명이 플랫폼의 정의와 플랫폼 전락, 플랫폼 서비스, 플랫폼 기술 등 플랫폼에 대한 최신 사례를 다룬 책이다. 저자마다 플랫폼을 정거장이나 기차역 등에 비유하며 플랫폼의 개념부터 설명한 뒤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오픈소스 등 각 IT 분야와 플랫폼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사례로 풀어냈다. 자신의 분야에서 생각한 플랫폼이 무엇인지 설명한 셈이다.

저자들은 플랫폼의 중요성으로 ‘연결’과 ‘공유’를 꼽았다. 웹과 모바일에서 상당한 소통을 확보한 사업자를 플랫폼 사업자로 정의했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구글플레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모두 플랫폼 범주에 속한다. 연결된 사람이 있고, 공유하는 서비스가 있는 탓이다.

글 속 저자 중 한 명인 황병선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는 좀 더 기술적으로 플랫폼을 해석했다. 그는 플랫폼은 개념적, 이론적 토대에서 접근하면 컴포넌트(Component)와 규칙의 합집합(Set)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여기서 컴포넌트는 단말(스마트폰 등), 단말을 작동시키는 운영체제(OS), 각종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기술 등 플랫폼을 구성하기 위해 기반이 되는 벽돌과 서까래를 의미한다. 즉, 플랫폼은 벽돌과 서까래를 응용해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이해관계자들이 부가가치를 창출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정한 규칙과 프로세스를 의미한다고 바라본 셈이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플랫폼이란 이용자의 왕래가 활발한 곳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목적을 공유하는 집합을 의미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을 인터넷 연결구조가 확장된 네트워크라고 정의했다.

물론 저자들이 단순히 플랫폼에 대한 정의만 얘기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플랫폼의 개념, 전략, 서비스, 기술로 나누어 살펴봤다. 개념을 통해 플랫폼이 무엇인지 이해했다면, 애플과 구글의 사례를 들어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해 설명했다. 플랫폼을 위한 기술로 오픈소스와 빅데이터도 언급했다. 우승이의 블로그로 유명한 김우승 줌인터넷 연구소장은 빅데이터 플랫폼 도입을 위해서는 NoSQL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22명이 IT업계 관계자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플랫폼을 해석한 책이다. 각자의 시각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22명의 저자들이 동일한 주제인 ‘플랫폼’에 대해서 쓰다보니 의미가 겹치고 그 말이 그말인 것처럼 비춰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루에 몰아 읽기보다는 하루에 한 글씩 읽을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