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 둘째,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려면, 간단하다. 비행기 티켓을 사서 공항에 간다. 비행기를 탄다.뉴욕이나 런던으로 간다. 학교나 학원에 등록하고 영어를 배운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생긴다. 티켓값이 너무 비싸다. 비용은 상상초월.
그럼, 비용이라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한국에서 공부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건 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기보다 정도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으면서 환경을 뉴욕이나 런던처럼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일단 뉴욕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하루 생활이 어떻게 시작되고 누구를 어디서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TV를 보고, 어떤 음악, 어떤 라디오를 듣고, 어디서 물건을 사고 어디서 어떤 음식을 먹고, 어디에서 미사를 드리고, 어떤 웹사이트를 검색하는지.
자신의 생활권을 영어권으로 바꿔라
자신의 생활의 일정부분들을 영어권으로 바꾼다는 것이 10년전에는 불가능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인터넷으로 시작해보자.
당신의 컴퓨터에서 익스플로러를 실행시키면 첫 화면이 무엇인가? 네이버? 다음? 일단 그 한국적인 포탈사이트를 시작페이지에서 지우자. 시작페이지로 선택할만한 영어권 웹사이트는 수없이 많다. BBC, CNN, PBS, NYTIMES, NEWYORKER, GUARDIAN, NPR,...
뉴욕이나 런던같은 대도시들은 그야말로 문화적 다양성의 살아있는 아이콘이다. 그곳에선 당신이 한국어로 길을 물어봐도 사람들은 별로 당황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뉴욕에서만 사용되는 언어는 대략 400개정도. 한국어는 화자수로만 따졌을 때, 중국어,영어, 스페인, 러시아, 힌두, 독일어, 프랑스어 같은 언어들 다음인 13위에서 14위정도로 추정되는 꽤 화자수가 많은 언어에 해당된다.
당연히 당신이 뉴욕에서 한국어로 말한다 해도 그곳 사람들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도 그렇게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는 지역이 있다. 이태원, 녹사평, 한남동, 안산, 남해, 거제..이와 같은 지역들을 한번 탐색해보라.
이태원역 출구 1번에 10분정도 서 있으면서 한국어가 얼마나 많은 외국어와 함께 섞여 들리는지 확인해보라. 당신이 가장 많이 보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무한도전? 1박 2일? 박수무당 강호동?
하지만 동시에 당신에겐 리모콘이 있고 CNN 이나 BBC 내셔널 지오그래피, 히스토리 채널 과 같은 프로그램을 볼 수도 있고, 위기의 주부들, 가십걸, 뱀파이어 다이어리, 그레이스 아나토미, 프리즌 브레이크와 같은 티비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라디오를 듣는다면 NPR 앱을 다운로드 받아보라. 24시간내내 한 시간 단위로 업데이트 되는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이 방송국을 선택하면 알래스카에서 진행되는 70년대 컨츄리 뮤직 라디오방송도 들을 수 있다. 성당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명동성당에서 드리는 영어미사에 참석해보는 것도 좋다.
교회에 다닌다면 이태원교회에 가라. 심지어 이태원에는 이슬람 교회도 있다. 그곳에 가면 친절하게 이슬람 문화권에 맞는 복장을 지도해주고, 또 유창한 한국어로 코란을 소개해주는 젊은 랍비도 만날 수 있다.
물론, 원한다면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인과 섞이는 게 어렵게 느껴지는가? 한국은 여러분의 홈그라운드이다. 여기서 당신이 외국인들과 섞이는 게 어렵다면, 미국이나 영국에 가면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가?
via Marie/flickr
이태원에는 외국인 마트가 있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종 다양한 국적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재료 마실 것들을 팔고 있다.
한번 들어가보면 당신은 그곳이 뉴욕에 있는 슈퍼인지 한국에 있는 슈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긴 LA의 슈퍼에 들어가도 그곳이 LA인지 한국인지 구분하기 어렵겠지만.
네이버와 다음은 공해…모르는 사이 시간·에너지 소비
인터넷 시작 페이지를 이야기해보자. 네이버는 공해다. 다음도 공해다. 바로 자기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원하지 않아도 담배연기는 당신의 폐로 흘러들어간다. 건강에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당신은 불쾌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 화면을 한번 살펴보자. 거기엔 정말 넘치는 정보가 허다하다. 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정보가 있는가? 당신이 원하는 정보가 없음에도 당신은 기사를 클릭하고 기사를 읽느라 당신이 메일을 확인하려고 컴퓨터에 앉았다는 사실은 쉽게 증발한다.
그러다 잠깐 카톡 메시지를 보내고 결국 메일은 보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공감이 가는가?
네이버는 당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당신이 필요하다고 착각하는 정보를 보여준다. 소녀시대가 공항에서 어떤 옷을 입었는지가 중요한가? 현빈이 드라마 속에서 검사가 되었다는 게 놀라운 소식인가?
하지만 당신은 궁금해 하고 기사를 클릭하고 기사를 읽느라 시간과 에너지와 열정을 소비한다.
그 기사 때문에 당신이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부었을 다른 일의 생산적인 결과를 생각한다면 당신이 생각 없이 네이버에 머무는 시간 동안 당신은 분명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도 모르게 들이마시는 담배연기와 같다. 다른 게 있다면, 당신은 그것이 당신의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불쾌하다고 느끼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몸속의 해로운 성분을 없애야 건강해질 수 있다. 여러분의 전두엽에서 쓰레기 정보를 치워야 유익한 정보가 들어설 자리가 생긴다. 네이버와 다음은 글로벌하지 않다.
그것은 계속 당신의 세계를 제한하고 축소하며 당신의 판단력을 기만하고 당신을 단지 획일적인 수백만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 만든다. 차라리 구글을 시작페이지로 바꿔보자. 최소한 당신이 원하지 않는 정보가 미끼처럼 나타나지는 않는다.
구글시작페이지에서는 당신이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알아야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접속할 땐 의도한 게 아니라면 항상 목적이 뭔지 생각해야 한다.
더 쉽고 효과적인 스마트폰으로 영어권 미디어 접근
지금 당신의 안쪽 주머니에는 스마트폰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거의70퍼센트에 육박한다. 10명 중 7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분명 사용하지 않는 3명에는 신생아와 수감자 그리고 고령의 노인들 정도일 것이다.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은 인터넷에서보다 훨씬 더 쉽고 효과적으로 영어권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이북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영어로 책을 읽는 것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특히 아이폰의 아이북은 무료로 제공하는 컨텐츠도 상당해서 굳이 유료로 어떤 컨텐츠를 구매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드라마의 매력은 점점 대단해져 가고 있다. 평범한 드라마의 에피소드 한편이 한국에서 제작된 블록버스터의 규모와 비슷하기도 하다. 미드를 즐긴다면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시청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스크립트를 구하기도 쉽고, 또 자막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지금은 종영된 한국 드라마를 다시 찾아서 보는 것보다 미드를 보는 게 더 쉬울 정도이다.
지금까지 몇 가지 한국에서 영어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을 소개해 보았다. 이 모든 것들은 최소 10년 전에는 모두 불가능했던 것들이다. 10여 년 전, 영어적인 환경을 만들고 경험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직접 영어권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회적 여건들이 영어권이라는 일종의 미기후를 조성할 만큼 다양하고 진보되었다. 자신이 원한다면 실제 영어권의 60-70퍼센트 정도의 조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영어에 더 많이 노출되고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영어실력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쯤 이런 방법들을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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