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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스마트폰 택시 앱, 영업은 ‘발’ 로


스마트폰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발로 영업하고 홍보하는 모습을 비 내리던 어느 금요일, 3시간 가량 지켜봤다.

12월 어느 금요일, ㄱ택시회사 정문 옆 컨테이너는 종일 붐볐다. 회사 소속 기사들은 택시와 열쇠를 반납하고 그날 번 택시 요금을 이곳 배차 대기실에 내러 저마다 정해진 시간에 들락날락했다. 컨테이너의 절반 이상은 배차 업무를 맡는 직원들이 사무 공간으로 쓰고 반도 안 되는 나머지 공간은 동전 교환기와 의자가 둘러쌌다. 성인 남자 5명만 들어서도 꽉 찬 느낌이 드는 크기다.

이날은 이 좁은 공간에 웬 젊은이 3명까지 합세해 더욱 붐볐다. 김동영, 김보람, 김기남 씨는 이지택시코리아 소속이다. 이 셋은 자사 서비스인 스마트폰 콜택시 서비스 ‘이지택시’를 홍보하고 택시기사를 모집하기 위해 ㄱ택시회사를 찾아왔다. 이지택시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인데 홍보는 ‘발’로 한다.



▲김동영, 김보람 이지택시코리아 매니저와 김기남 지사장이 ‘ㄱ’ 택시회사 배차 대기실에서 ‘이지택시’를 홍보하고 시연하는 모습

앱 깔기만 기다리나? 스마트폰 서비스도 발로 홍보!

김기남 이지택시코리아 지사장은 “택시를 사무실에 앉아서 접근할 수가 없고 가장 효과적인 것은 필드(현장)에 나가는 것”이라며 “전화나 다른 매체를 통하면 서비스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고, 이렇게 해야(얼굴을 맞대고 알려야) 탈이 없다”라고 배차 대기실이 한가한 틈을 타 설명했다.

이지택시는 콜센터가 없는 콜택시 서비스다. 브라질에서 만들어졌는데 독일의 로켓인터넷이란 곳에서 투자하며 브라질을 중심으로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남미와 한국까지 서비스 지역을 넓히는 중이다. 국내에는 로켓인터넷코리아가 이지택시코리아를 세우고 2012년 11월23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지택시로 택시를 잡으려면 먼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 이지택시 앱을 깔아야 한다. 택시를 타야 할 때 전화 대신 이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된다. 택시를 기다리는 지금 위치의 주소를 입력하거나 지도에 지금 위치를 표시하고 ‘택시 호출하기’ 단추를 누르면 근처 1~2km에 있는 택시기사의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알림 메시지가 뜬다.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받은 택시기사는 ‘승낙’ 단추를 눌러 승객에게 전화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지도로 승객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서비스에서 핵심은 택시기사와 승객이다. 특히, 택시가 필요하다. 택시 없는 콜택시 서비스는 무용지물이다. 이지택시코리아가 서비스 광고 대신 택시회사 문을 두드리는 까닭이다. 이지택시코리아는 택시기사가 이지택시를 쓰기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택시기사를 찾아 나섰다.

ㄱ택시회사에서 이들은 “기사님, 스마트폰 있으세요? 이건 콜센터 없이 승객을 좀 더 쉽게 연결하는 서비스예요”라며 택시기사에게 살갑게 말을 건넸다. 세 사람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택시회사 배차실에 있을 옷차림이 아니다. 20대에 얼굴에 아직 젖살도 안 빠진 앳된 모습이다. 그래도 바쁜 택시기사들은 어디에서 왔느냐고 관심을 보일 틈이 없다. 업무를 교대하려고 잠깐 배차실에 들른 터라 말을 걸어도 새겨듣지 않는 편이다.



▲이렇게 공지를 붙여준 택시회사이면 영업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이지택시코리아 직원은 말했다.

세 사람은 ㄱ택시회사 정도면 영업환경이 가장 나은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차 대기실 겸 휴게실이 대여섯 명이 설 만큼이면 꽤 넓은 편이다. 좁은 공간에선 용케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택시기사를 만나도 설명하기가 불편하다. ㄱ택시회사는 이지택시코리아 직원이 오기 전 택시기사에게 공지도 했다. 가장 번잡한 배차실에 “‘스마트폰용 콜써비스 앱’ 이지택시를 무료로 깔도록 행사를 진행한다”라고 공지글을 붙여뒀다. 덕분에 김기남 지사장과 이지택시코리아 직원은 “공지 보셨어요?”라고 물을 수 있었다.

이 질문이 갖는 힘은 컸다. 여기엔 ‘스마트폰이 있는가’와 ‘기사 개인이 승객에게 직접 콜 요청을 받는 서비스에 관심 있느냐’라는 뜻이 함께 들었다. 이 질문을 만드는 데도 나름 노하우가 있다.

김기남 지사장은 “공지를 봤는지부터 물어야 스마트폰이 있는 기사인지 알 수 있다”라고 김기남 매니저와 김보람 매니저에게 말했다. 할 말은 최대한 줄이되 이지택시를 쓸 택시기사를 빠르게 모으기 위해서다.

이지택시코리아 직원이 택시회사로 영업을 나가면 통상 오후 1~2시께부터 저녁 6~7시까지 머문다. 이 시간에 택시기사를 몇 명이나 만나게 될지 모른다. 그중 스마트폰 이용자가 몇 명인지도 알기 어렵다. 그동안 경험으로 보건대 택시회사에서 절반에 못 미치는 택시기사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그중 99.9%는 안드로이드 폰 이용자라는 정도만 알뿐이다. 바쁜 택시기사에게 길게 말을 붙이면 듣지 않고 가버리기 때문에 귀에 솔깃할 말을 최대한 짧게 전하는 게 중요하다. 간단하게 말해 택시기사를 귀찮게 하지 않고 시간을 길게 뺏지 않아야 한단 얘기다.



▲이지택시코리아는 택시기사를 만나 홍보하고 바로 앱을 깔아주고, 홍보도 맡아주겠다는 택시기사에겐 승객에게 나눠줄 명함사이즈 홍보물을 준다.

전 직원이 영업맨, 영업 노하우는 전체 공유

찾아가는 영업의 이점은 눈앞에서 앱이 깔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이지택시코리아 직원이 ㄱ 택시회사에서 영업하는 모습에서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지택시에 관심을 보이는 택시기사는 스스럼없이 자기 스마트폰을 내어주었다.

이지택시코리아 직원은 이지택시 앱을 택시기사 스마트폰에 직접 깔았다. 이때도 비결이 있다. 택시기사가 자주 쓰는 앱 근처에 이지택시 앱을 놓는 것이다. 대체로 ‘카카오톡’과 ‘애니팡’ 바로 옆에 이지택시 앱을 까는 모습이었다. 한 택시기사는 휴대폰 바탕화면에 있는 부인 얼굴을 가렸다며, 다른 자리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이지택시코리아 직원은 앱을 깔면서 실제 작동 모습도 시연했다. 단추 두 번 누르면 작동하는 서비스이지만, 글이나 말로 하려면 알아듣기 어렵다. 긴 설명 필요 없이 직원 한 명은 승객, 또 한 사람은 택시기사가 돼 스마트폰으로 이지택시를 작동해 보였다. 이 와중에 택시기사가 “이거 받는 데 오래 걸리나?”, “데이터 많이 먹는 거 아닌지 몰라”, “회비나 강제콜이 있는 것은 아닌가?”, “승객 목적지가 내 루트와 겹쳐야 하는데”, “콜 많이 들어와요?” 등 묻는 말은 영업 멘트를 다듬고 서비스를 판올림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였다. 책상에 앉아 광고나 이벤트 몇 번 진행하는 걸론 실제 택시기사의 요구를 얻기 어려웠으리라.

그런데 택시회사만 다니는 걸까. 기사식당은 찾아가지 않는지 물었다. 그러자 김보람 매니저는 “초반엔 갔는데 ‘영업바이블’에 효과가 없다고 나와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영업바이블은 이지택시코리아 직원이 만드는 영업비법서다. 이지택시코리아는 매일 영업을 나가기 전과 영업 후 모여 회의를 한다. 저녁에 영업이 끝나고 하는 회의를 사내에선 ‘체크아웃미팅’이라고 부르는데 각자 그날 무엇이 잘 됐고 어려운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이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는 김보람 매니저가 정리해 전 직원에게 e메일로 보내고 이를 토대로 ‘영업바이블’을 쓴다.



▲영업은 모두의 일. 김기남 이지택시코리아 지사장의 모습.

영업바이블엔 알짜배기 정보가 쌓이고 있다. 택시기사에게 영업하며 건네는 음료수로 비타민제가 좋은지, 강장제가 좋은지, 서비스 소개할 때 어떤 멘트가 반응이 좋았는지 등이 들었다. 모두 이지택시코리아 직원이 발로 뛰며 얻은 정보다.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베낀 게 아니라 경험으로 입증했으니, 그 효과는 직원 스스로 느꼈다. 행여나 맞지 않는다면 고치고 공유하면 된다. 이 방법은 신생기업이 최대한 실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으리라.

이지택시코리아는 현재 전 직원이 10명 남짓 있다. 김기남 지사장은 로켓인터넷에서 동아시아 마케팅을 총괄한 베테랑이지만, 나머지 직원 대부분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김보람 매니저는 입사 2개월째인데 영업은 이지택시코리아에서 처음으로 맡았다. 그는 “택시기사 1천명을 우리가 확보했다”라며 “영업할 때 이지택시를 안다는 택시기사를 만나면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이지택시코리아는 영업을 시작하고 3주만에 택시기사 1천명을 확보했다. 직원들은 업무를 돌아가며 맡는다. 영업과 전화 응대 업무를 나누지 않고 하루 5~6명씩 돌아가며 영업 현장에 나서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제 입사 2개월 차인 김동영 매니저와 김보람 매니저는 “서울 시내 택시회사는 250곳이 넘는데 이지택시가 다녀온 곳은…”이라며 내부 지표에 빠삭했다.

이렇게 열심히 발품을 팔지만, 이지택시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콜택시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옮겨오는 시도는 이지택시 외에도 많다. 엄마택시, 안심귀가콜, 칼택시, 서울엔콜 콜택시, 안심택시콜 등 다양하다. 택시를 부르고 타는 기능은 다들 똑같지 않을까. 김동영 매니저는 “우리가 되게 하면 된다”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미래를 점칠 순 없지만, 발홍보, 발영업이 책상에 앉아 이용자를 늘릴 고민하는 것보단 맞는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