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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노키아 지도, 삼성 스마트폰에

이전에 삼성은 노키아가 심비안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노'했는데 이번에 노키아는 타이젠용으로 서비스를 내놓는다.

지금은 정치적 연합이 상당히 중요한데 노키아의 결정이 잘 된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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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가 지도 서비스인 ‘히어’를 안드로이드와 타이젠용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스마트와치에 사전탑재 방식으로 적용된다.

일단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기어는 독점적으로 히어 지도를 쓰게 된다. 삼성은 기존 안드로이드에 포함된 구글지도 외에 또 하나의 지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갤럭시 외 다른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지도를 쓸 수 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노키아는 이미 안드로이드 기반의 ‘노키아X’에 지도 앱을 내놓은 바 있긴 하지만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로는 넓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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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는 노키아의 가장 큰 소프트웨어 서비스 중 하나다. 노키아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부터도 휴대폰 화면에 지도를 띄워 왔다. 심비안 운영체제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도 이 지도에 있다. 윈도우폰도 이 지도를 쓴다. 노키아의 지도는 좋은 평을 받고 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미 노키아는 지난 2012년 애플이 ‘iOS6′을 내놓고 기본 지도에서 구글을 걷어내 논란이 일어났을 때 iOS용 히어앱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팀 쿡 애플 CEO가 직접 나서 지도 서비스에 대해 사과하고 앱스토어에 대체 수단으로 쓸 수 있는 지도 앱 카테고리를 만들었는데 그 안에도 히어가 있었다. 노키아 지도는 세계적으로 서비스되는 상용 지도 중에서도 뛰어난 편에 속한다. 하지만 iOS 자체 지도가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결국 구글이 iSO용 지도 앱을 내면서 대부분의 지도 앱들은 멈칫하게 됐다. 결국 노키아도 지난해 iOS용 히어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하고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이 서비스를 이어서 쓰도록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안드로이드는 빠져 있었다. 각 기업들이 운영체제와 플랫폼을 두고 전쟁을 벌이는 중심에는 지도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iOS에 직접 지도를 올린 것은 구글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위치기반 서비스를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핵심 기능으로 구글 지도와 그에 기반한 구글 나우 서비스를 밀고 있다. 하지만 iOS의 커다란 생태계에는 지도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구글을 완전히 떠나지 않도록 이용하면서, 윈도우폰이나 블랙베리 등에는 앱 형태로 지도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노키아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히어 지도를 윈도우폰의 중요한 축에 세웠다. 안드로이드에 내줄 이유가 없었다. 다만 구글이 빠진 iOS에 들어가 지도 플랫폼을 선점할 필요는 있었기에 iOS용 앱을 내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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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용 지도 앱을 내놓지 않던 노키아가 삼성전자와 손잡게 된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 갤럭시는 단순한 안드로이드폰이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기다. 모바일 비즈니스를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더 넘긴 지금, 꼭 ‘히어 지도=윈도우폰’이라는 공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여러 플랫폼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노키아가 삼성전자를 지도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으로 가져갈 가치는 충분히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타이젠에 올릴 지도 서비스로 노키아를 선택할 수도 있다.

최근 노키아와 삼성전자 사이에 불거진 특허 갈등을 풀어내기 위한 방안, 혹은 직접적인 거래로 보는 시선도 있다. 노키아는 휴대폰을 만들면서 여러 기업들과 특허를 주고받는 크로스라이선스를 맺었는데, 이제 노키아는 직접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게 되면서 관련 특허들을 직접 쓰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노키아와 계약을 맺은 기업 입장에서는 특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를 풀어내는 한 방법으로 지도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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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에서는 당장 큰 도움이 되긴 어렵다. 히어 지도에는 국내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노키아가 한국에서 휴대폰 사업을 하려다가 번번히 쓴잔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던 중심에는 바로 이 지도가 있었다. 국내법상 지도 서비스를 하려면 지도 정보를 해외로 반출할 수 없고 국내에 서버를 반드시 둬야 한다. 위치서비스 사업자 등록도 거쳐야 한다. 노키아는 이 때문에 국내에 몇 개의 심비안 제품을 내놓을 때 지도는 거의 비워둔 채 서비스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히어 지도는 국내 지도를 보기에 불편하다. 어쩌면 삼성전자가 히어 지도를 쓰면서 지도 관련 규제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