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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우버에 대해 생각해봐야할 5가지




요즘 우버X를 자주 탄다. 값도 싸고, 승차거부도 없고, 택시를 잡기 힘든 밤 11시-1시 사이에도 이젠 쉽게 부를 수 있다. 위는 며칠 전 홍대 준석씨네 온탭 가게 앞에서 우리집까지 탔던 기록이다. 12시가 넘은 시각인데 할증이 없어서 6200원 밖에 안 나왔다. 

 

아무래도 택시보다는 수가 많지 않아서 가까운 거리를 갈 때는 쉽게 잡을 수 있는 택시를 많이 탄다. 하지만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시간대, 또 택시들이 험하게 운전하는 시간대에는 자연스럽게 우버 앱에 손이 간다. 장거리 이동도 마찬가지다. 삼성동 코엑스에서 광화문 동아일보까지 탔을 땐 약 1만원이 나왔고, 조계사에서 역삼역까지 탔을 땐 차가 아주 막혀서 1시간이나 걸렸지만 1만2천원이 나왔다. 만족스럽다.

 

오늘 Financial Times에 '우버드(Ubered)'란 표현이 등장했다. 푸블리시스라는 광고회사 사장이 그랬단다. "모두가 우버드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보니 당신의 전통적인 비즈니스가 싹 날아가버리고 없는거죠." 우버가 기존 택시업계에게 가져오는 충격처럼 다른 업계도 디지털 신생업체에게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얼마전엔 골드만삭스도, 바이두도 우버에 투자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젠 오바마도 우버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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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를 본격적으로 타게 된 건 지난 10월 미국 출장부터였다. 출장지는 보스턴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외곽이라서 대중교통도 거의 없고 택시잡기도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작년에도 같은 곳으로 갔었는데 숙소인 모텔로 택시를 불러도 잘 오지 않고 온다 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늦은 밤에 공항에 갈 때는 하루 전에 미래 택시 예약을 해야 한다. 

 

올해는 달랐다. 올 초까지 보스턴 주민이셨던 박PD님의 추천으로 우버X를 써보기로 했다. 앱은 한국에서 쓰던 앱 그대로 쓰면 된단다. 아.. 이건 신세계였다. 보스턴 로건 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탈까 하다가 로비에서 와이파이가 터지길래 우버X를 불렀다. 10분 정도 걸린다던 애가 20분 정도 걸려서 약간 걱정되긴 했지만, 그 담부터는 대만족이었다. 택시보다 싸고, 친절하고, 팁 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출장기간 3박 4일동안 우버를 10번 이상 탔다. 다 합쳐서 180달러인가 나왔다. 비가 오던 날 밤에 잡은 블랙우버(할증 붙어 60달러 이상)만 아니었다면 총 비용은 절반으로 줄었을 거다. 

 

미국에서 우버X는 참 편했다. 어느 나라든 택시기사는 외국인 승객에 대한 인내심이 적다. 떠듬떠듬 말하면 성질을 내기 십상이다.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기도 힘들다. 우버는 앱으로 부르면 되니 택시를 부를 때처럼 어려운 영어를 해야  필요도 없고 바가지 요금을 쓸 걱정도 없다. 또 팁을 얼마나 줘야 하는건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잔돈을 챙길 필요 없다. 

 

차도 많았다. 다른 도시는 모르겠지만 내가 있던 '워터타운'이란 동네엔 항상 5분-10분 거리에 우버가 있었다. 심지어 새벽 4시에 공항으로 갈 때도 신청한지 10분만에 달려왔다. 적어도 교외에서는 택시보다 훨씬 쉽게 탈 수 있었다. 

 

내가 미국에서 만난 우버기사들은 대부분 흑인이었다. 새벽에 공항으로 향할 때는 젊은 라티노 청년이 몰았는데, 한국을 좋아한다면서 '강남스타일'을 한국말로 따라불렀다. 그러면서 무슨 한국산 알로에 음료를 좋아한다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나한테 보여주는데 나는 생전 본 적 없는 브랜드였다. 아니 알로에는 멕시코에서 나는 식물 아님? 멕시코에서 온 것 같은 애가 왜 한국산 알로에 음료를 찾는지 원.... 암튼 걔는 스마트폰으로 그 짓을 하느라 차를 공항 출국장 올라가는 램프 난간에 꼴아박을 뻔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사람 만나 신난다고 '갱냄 스타일~'을 불러댔다.

 

또 한 번은 나이 지긋한, 적어도 70살 이상 되는 백인 할아버지가 모는 차를 탔다. 5달러 거리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건물까지 우릴 태워줬는데(걸어가도 10분이지만 양복을 입었기 때문에 차를 불렀다), 눈치를 보아하니 집에서 놀고있다가 우리 콜을 받고 나온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자기도 글을 쓰는 사람이란다. 건축가 출신이라서 지역 일간지인 보스턴글로브에 건축관련 칼럼을 쓴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있는 'Watertown Arsenal'이라는 단지에 대해 얘기해줬다. 2차대전때 미군이 유럽 전선에서 쓰던 대포 등 무기들을 만들던 공장인데 전쟁이 끝난 후 하버드대에서 구입했다가 건물 하나만 남기고 팔았단다. 지금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 함께 아울렛 몰과 장애인 학교, 사무실 등이 들어있는 단지다. 이렇게 건물들에 얽힌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해줄 것 같아서 건축기자 할아버지를 가이드로 쓰고 보스턴 시내를 돌아다녀도 재밌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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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버에 맛을 들인 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우버X를 자주 타고 있다. 아래는 얼마전에 우버X를 불렀더니 우리집 앞에 온 스타크래프트 밴이다. 깜놀했다. 운전자분 말에 따르면 연비가 1리터에 2.5km 수준이라서 우버 운행비 받아봐야 기름값도 안 나올 정도라지만, 가끔 차 엔진 돌려줄 겸 가끔 몰면서 심심풀이로 우버X를 하신다고. 차가 아니라 무슨 타이타닉같은 거대한 배에 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초기에 우버X가 무료로 운행되던 때가 있었다. 우버 회사에서 기사들에게 대신 돈을 내줬다고 한다. 몇몇 기사님들의 얘기를 들으니 그때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주로 대학생들이 그냥 어디 갈 일도 없으면서 심심하니까 우버X를 불러서 타고 다녔다 한다. 공짜라서 진상들도 좀 있었나보다. 암튼 무료기간이 끝나면서 싹 정리가 됐단다. 지금은 기존에 우버를 몇 번 이상 이용했던 사람들에게만 앱에서 우버X 메뉴가 뜬다고 한다. 기사들 역시 그동안 평이 좋지 않았거나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사람들은 정리됐다고 어떤 분이 말씀하셨다. 특히 택시업계에서 우버 운전자들에게 현상금을 걸어놓겠다고 밝힌지라, 더욱 조심스럽게 기존 단골들 위주로 운영하려는 것 같다. 

 

일련의 경험 때문에 나는 우버에 상당히 호의적인 입장이 됐다. 경제학적으로 봐도 우버의 등장은 경쟁을 촉진시키고 사회의 효율성을 높이는 사건이다. 단기적으로 기존 업계에 피해는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론 효용이 증가하는 게 명백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과 같이 우버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 할 다섯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각각에 대해 나의 변명을 해 본다. (누가보면 내가 우버 주주인 줄 알겠어... 그냥 팬이라고 해 두자.) 요새 유행하는 버즈피드와 인사이트 기사 형식을 따라해본다. 후후..

 

 

질문 1. 우버는 불법이냐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하면 비 영업용 자동차로 영업을 해선 안 된다. 그러니 우버에 등록된 자동차 기사들은 불법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우버 회사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아직 없단다. 우버는 자동차를 소유하지도, 자동차 기사를 직접 고용하지도 않는다. 자동차 중개 앱이다.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배달의 민족'에서 음식을 시켜먹었는데 상한 음식이라 배탈이 났다고 해서 배달의 민족 회사를 고발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우버는 불법 논란이 있는 줄 알면서도 중개한다는 점은 다르지만, 배달앱들 역시 모든 음식점과 배달원의 법적인 젹격 여부를 직접 체크하는 건 아니다. 장담하건데 수많은 배달원이 무면허 운전을 하고 있을 거다.

 

그러니 법에 따르면 우버 회사는 가만히 두고 우버 운전자들을 잡아들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도덕적으로 옳은가? 진짜 큰 돈을 버는 건 우버 회사고, 우버 운전자는 택시기사나 다름 없는 혹은 택시기사보다도 직업안정성이 더 떨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본인들이라고 뭐 다른 직업보다 딱히 좋아서 우버를 하겠나. 그러니 회사는 놔두고 운전자만 잡아들인다면 이것도 문제가 있다.

 

게다가 우버측에서는 '법은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회사 하나 때문에 한국 정부가 법까지 바꿔줘야 하냐는 생각이 들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주장엔 일리가 있다. 우버는 운수사업법이 만들어지던 시대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서비스다. 신산업이 생길 때마다 옛날 규제로 다스린다면 인류문명은 영원히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자동차가 등장했는데 마차 시대의 속도 규제를 하는 것과 같고, 인터넷뱅킹 시대에 꼭 은행원을 만나서 은행업무를 봐야 한다는 규정과도 같다. 우버만큼의 서비스를 기존의 택시업체들이 제공할 수 있다면 모를까, 국민들에게 해가 된다는 명확한 설명 없이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우버를 막는 것도 근거가 약하다. (한국의 전기차 산업이 이런 구태 규제 때문에 망했다). 내가 법조인은 아니지만 '법의 정신'이 이런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줄변님 코멘트 부탁)

 

만일 서울시와 택시업계가 우버 회사를 고발해서 영업정지 처분까지 들어가게 한다면 우버는 어떻게 할까? 두 가지 초이스가 있다. 

 

1) 법정에서 싸운다. 아마 상급법원까지 갈 수 있을 거다. 결론은 누구도 모르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버가 유리하다. 다른 나라에서 우버와 비슷한 서비스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여론이 점점 우버에 호의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 2016년 말쯤이면 전 세계적으로 이미 우버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돼 있을 거다. 다만 판결이 다 나올 때까지 회사문을 닫아야할 수는 있다. 또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과 기타 자질구레하고 귀찮은 일도 무시할 수 없다.

 

2) 일단 영업정지를 받아들인 채 우버 리무진 서비스만 운영하며 다시 들어올 타이밍을 노린다. 그러면서 물밑 홍보전략을 편다. 역시 시간은 우버 편이다. 그러나 이 경우 세밀한 전략과 타이밍이 필요하다. 

 

 

 

질문 2. 우버 기사는 위험하냐

 

그럴 수도 있다. 근데 택시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인도 뉴델리에서 우버기사가 승객을 성폭행했다. 난리가 났다. 뉴델리는 우버 운행을 중지시켰다. 한국에도 이 소식이 전해졌다. 근데 한국언론이 잘 말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인도에서 우버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내 11개 도시에서 운영하며 지난 15개월 동안 월 평균 30~40%씩 성장했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운전사의 자질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하고 막 고용해서 문제가 터진 거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우버가 퀄리티콘트롤만 잘 한다면 문제가 수그러들 수도 있다. 뉴델리에선 금지됐지만 인도 내 다른 10개 도시에선 여전히 운행중이다. 

 

둘째, 그 성폭행범은 이미 2011년에 택시 기사로 일하면서 성폭행했던 전과가 있다. 택시라고 우버보다 딱히 안전한 것도 아니란 얘기. 게다가 당시 그는 기소되지도 않았다. 성범죄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인도.....  아직 다른 나라에선 우버기사의 성폭행 얘기는 없다. 

 

한국에선 어떨까? 개인마다 느끼는 생각은 다 다르겠지만, 택시도 많이 타고 우버도 자주 타는 내 입장에선 우버가 시스템적으로 더 안전해 보인다. 자동차가 GPS로 계속 추적이 되고, 또 탑승 기록이 전산으로 남는다는 것도 운전자로 인한 불미스런 사고의 가능성을 줄여준다. 운전자가 시스템을 끈다고 해도 우버의 서버에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차를 탔다는 기록이 남는다. 내가 만난 우버 운전사들도 젠틀했다. 탑승자가 운전자의 별점을 매기고, 평균 별점이 3인가 4 밑으로 떨어지면 자격이 박탈된다고 들었다. 계속 우버로 돈을 벌고 싶으면 친절할 수 밖에 없다. 

 

반면 택시는 처음 운전사를 고용할 때 신분 확인은 하지만 실제로 운행중엔 무슨 일을 벌일 지, 서비스가 친절한 지 아닌 지  체크할 방법이 없다. 물론 택시기사 분들도 좋은 분들 참 많다. 그런데 젠틀하지 않은 택시기사분들도 꽤나 많다. 특히 젊은 아가씨들에게 찝적대는 기사들 아주 많다고 들었다. 나도 밤에 택시를 타면 가끔 조수석에 붙어있는 허가증의 사진과 기사의 얼굴이 다른 경우가 있다. 장년의 남자인 나도 이럴 때면 덜컥 겁이 난다. 욕설이나 난폭운전은 예사다. 

 

사람일은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안전해 보인다 해서 우버 기사들이 100% 안전한 사람들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그건 택시도 마찬가지다. 우버가 택시보다 특별히 위험해 보이지는 않고 내 느낌엔 적어도 지금까지는 평균적으로 택시기사들보다 친절했다. 게다가 우버기사들은 대부분이 네비를 쓰기 때문에 바가지 씌울 염려도 거의 없다. 택시는 참 어디 어떻게 가자고 말하기가 무섭다. 그렇다고 택시기사에게 그냥 맡겨두면 엉뚱한 일들이 발생하고... 예전에 반포에서 택시타고 여의도 가자고 했는데 동작대교를 건너서 워커힐 쪽으로 달리던 택시기사도 있었다. 비행기 시간에 자신이 없어 반포에서 인천공항까지 택시를 탔는데 무슨 심산인지 올림픽대로를 안 타고 차 엄청 막히는 토요일 오후에 노량진-영등포-방화동을 거쳐 김포공항까지 일반도로로 1시간 30분 넘게 달려서, 결국 일본가는 비행기 놓치게 만든 할아버지 택시기사도 있었다. 덕분에 택시비 6만원에 비행기값 50만원 더 들었다. 우버는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질문 3. 우버는 사고시 보험 문제가 생기나

 

상대방 차가 사고를 낸 경우야 그쪽 차에서 해결해야겠지만 이쪽 우버차의 과실이 있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 있다. 보험을 든 차만 우버 영업이 가능하다니 기본적으로 보험 처리가 되긴 되겠지만, 우버임이 알려질 경우 보험사가 보험료 지급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근데 아직 그런 건이 기사화된 적은 없다. 이것 역시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알 문제인 것 같다. 

 

사고가 난 후 보상처리는 어떻게 되는지 잘 몰라도 사고가 날 확률 자체는 일반 택시보다 낮을 거라고 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우버 기사들이 차를 더 살살 몬다. 한국에선 아직 운행건수가 통계적 유의미한 수준으로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내 느낌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아직 우버의 사고 처리 문제가 큰 이슈가 된 것 같지는 않다. 근데 뭐 큰 사고 터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이건 사용자 본인이 판단하고 감수해야할 문제인 듯.

 

 

질문 4. 우버는 서민 택시기사를 죽일까

 

택시기사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맞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택시 이용률이 거의 1/3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택시기사에게 손해가 가는 만큼 우버기사에겐 수익이 돌아가고 일자리가 생기니,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제로섬 게임이다. 뭐 우버가 로봇이 운전하는 무인자동차라도 도입하면 모를까, 사람이 운전하는 차로 서비스하는 한 서울에서 우버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취미로 우버 운전하는 사람이 많으면 생계로 택시모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 순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은퇴 후 취미로 혹은 용돈벌이로 택시운전 하시는 분들도 꽤 있다. 이런 경우는 생계로 우버를 모는 사람에게 돈벌이 기회가 가는 게 사회적으론 이익이다). 

 

그렇다면 운전자들에겐 택시와 우버 중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택시회사는 사납금을 받는다. 우버는 사납금 없이 매 회 운행비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현재 한국에선 우버X 프로모션 기간이라 수수료 없이 추가로 운전자들에게 수고비를 더 준다는 말을 들었다). 자동차가 없는 사람은 법인택시를 몰아야 겠지만 차가 있는 사람이라면 우버를 모는 게 이익일 것 같다.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는.  

 

(누가 트위터에서 '우버기사 일당이 6만원'이라고 하시길래 인터넷을 찾아봤다. 몇몇 언론기사에 그런 말이 나오는데, 아마도 7월 24일 블로터에 실린 기사에서 비롯된 이야기인 것 같다. 사실이라면 꽤나 충격적인데, 이 블로터 기사에선 일당 6만원이란 말의 근거를 알려주진 않았다. 요즘은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은 걸로 봐서 한 때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헛소문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에선 택시몰다가 우버나 리프트로 전향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또 많은 나라에서 우버기사들은 우버 하나에만 등록하는 게 아니라 여러 택시앱에 동시에 등록해놓고 콜을 기다린단다. 마치 우리 퀵서비스 기사들이 스마트폰 다섯 개 정도 계기판 앞에 매달아두고 있는 것처럼. 기사들 입장에서 보면 맘에 드는 회사를 골라 잡을 수 있으니 택시회사 하나에 잡혀 있을 때보다 나을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을 잘 이용할 자신이 없는 고령층 택시기사들, 혹은 우버가 정한 서비스마인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택시기사는 우버로 전향하는 게 힘들 것이고 결국 이런 산업의 변화로 인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역시 기존의 법인 택시업체들이다. 지금까지누려오던 과점 장벽이 우버로 인해 무너진다. 평소에 시위하는 사람들만 보면 '길 막히게 무슨 짓들이냐'고 싫어하는 택시업체들이 스스로 시위 집회까지 하면서 우버를 반대하는 이유다. 

 

또 개인택시 운전자들도 어느 정도 피해를 본다. 현재 서울에서 개인택시 면허는 약 7000만원 이상에 거래된다고 한다. 일종의 권리금이다. 우버가 아주 활성화되고 택시에 대한 수요가 적어지면 권리금이 떨어질 것이다. 뉴욕에선 택시 면허 권리금이 10억 원대에서 몇억 원 대로 떨어졌단다. 하지만 이 분들의 권리금을 지켜주자고 해서 다른 사람의 사업을 막을 권한은 없다. A삼겹살집의 권리금을 지켜주자고 같은 골목에 다른 삼겹살집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건 자본주의도 시장경제도 아니다. 새로운 사업체가 생기면 당연히 기존의 사업자들에겐 위협이 된다. 그렇다고 신규 사업자가 못 들어오게 강제로 막어? 그건 종북 공산당이다.

 

애초에 개인택시 면허에 수천만원의 권리금이 붙는다는 것 자체가 이 시장이 비효율적이고 소비자가 불리한 시장이라는 뜻이다. 음식점이라면 자리에 따라 또 얼마나 장사를 잘 하느냐에 따라 권리금이 달라지겠지만 개인택시 면허는 그런 것도 없다. 운전을 잘 하든 못 하든 그냥 똑같은 권리금이 붙는다. 진입장벽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어느 경제든, 자유경쟁도 아니고 공기업도 아닌 이렇게 어중간한 독과점 시장이 가장 나쁘다. 소비자들에겐 피해가 가는 만큼 독과점 업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택시의 공공성이 중요하다면 지하철 운영하듯이 아예 정부나 서울시에서 택시도 직접 운영하고 기사들은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게 맞다. 그렇게 안 하고 민간업체와 민간사업자들에게 택시사업을 맡기려면 이런 쓸데없는 진입장벽을 둬선 안 된다. 두더라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우버가 지금 그런 일을 하고 있다. 당장 택시업계의 규제를 모두 허무는 건 위험하겠지만 우버처럼 조금씩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업체를 허용하면서 점진적 변화와 개선을 꾀할 수 있지 않을까.

 

 

질문 5. 우버는 운수회사인가 IT회사인가

 

택시업계에선 우버를 운수회사라고 부르고, 우버는 스스로를 IT 기업이라고 부른다. 둘다 일리가 있다. 어떤 측면에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궁극적으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선 운수회사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회사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IT회사다. 자체 운전기사도 없고 소유한 자동차도 없다. 많은 직원이 컴퓨터 엔지니어와 오퍼레이터다. 

 

우버의 핵심 경쟁력은 자동차 운전과 관리가 아니라 IT 기술과 데이터 분석 기술이다. 겉으론 단순해보이지만 시스템 내부적으로는(이른바 '빽단'에서는) 엄청 복잡한 로직이 돌아가고, 또 엔지니어들이 최적의 로직을 찾기 위해 온갖 짱구를 다 굴린다. 예를 들어 부정 운전자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이라든가 (자기가 자기 차를 우버로 콜 해서 몰고다니거나, 손님과 정기 계약을 따로 맺어서 렌트카처럼 운행한다거나 등) 피크시간에 요금이 자동으로 인상된다거나하는 알고리즘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또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는 운전자들에게 요일별, 시간대에 따라 택시 수요가 많은 곳을 자동으로 알려준다고 한다. (조성문님의 리프트 운전 체험기 링크)

 

누가 보기에도 가장 깔끔한 해결책은 어떻게든 우버와 기존 택시업계가 같이 일하는 거다. 택시업체는 사업 면허와 자동차, 운전사를 제공하고 우버는 IT 시스템과 운영 프로세스를 제공하면 된다. 그런데 기존의 택시업체들은 카르텔로 똘똘 뭉쳐서 우버와 손을 잡을 리 만무하고, 우버 역시 기존 방식에 익숙해있는 택시업체들이나 택시기사들과 같이 일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다. 사업 철학도 조직문화도 분위기도 완전히 다르다. 네이버나 다음이 뉴스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기존의 종이 언론사들과 파트너가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게다가 우버가 택시업자가 된다면 서울시의 요금 규제와 기타 각종 규제를 받아야 한다. 사업 안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결론

 

1년 전에는 20개국 60개 도시에서 운영하던 우버가 지금은 40개국 200개 이상의 도시로 성장했다고 한다. 도시 하나에서 우버를 금지한다고 해서 막을 수는 없는 기세다. 우버 혼자만이라면 어떻게 멈춰볼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IT 기반의 운송업체들이 넘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블라블라카(Blablacar)라 불리는 장거리 카셰어링 업체가 뜨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대전처럼 꽤 먼 거리를 가는 사람들끼리 차를 같이 탈 수록 해주는 서비스다. 대세다. 꼭 우버가 아니라도 우버 비슷한 서비스들이 운수 산업을 바꿔놓을 거다.

 

그럼 서울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난감해 보이긴 한다. 입소문을 내는 택시기사들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유권자들이니 시장 입장에서 우버편을 들어주기는 망설여진다. 공무원들도 수십 년 간 관계를 쌓아온 가족같은 택시업체들을 보호해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막아서 막아질 물결이 아니다. 막아도 기껏 몇 년이다. 택시업계에 역시 타격을 주는 카셰어링 업체 소카, 그린카는 서울시와 파트너십을 맺고 차량 수천 대를 굴리고 있는 마당에, 우버만 단속하는 것도 별로 명분이 안 선다. 사실 사용자가 직접 운전하는 소카, 그린카는 운전사의 필요성마저도 없애므로 일자리 보전 측면에선 우버보다 더 나쁘다. '공유경제'라고 꼭 좋은 게 아니다.

 

여기서부턴 내 의견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우버같은 신기술, 새로운 서비스를 무조건 기존의 법 잣대로 막을 것이 아니다. 외국업체인 우버는 살짜쿵 견제하면서 비슷한 서비스를 낼 수 있는 한국 업체를 은근히 키워주고 밀어주는 게 대한민국 공무원의 역할 아닐까? 물론 너무 심하게 차별하면 안 되겠지만... 여하튼 택시업계 보호한다고 IT 기반 운수/운송 앱들을 다 막다간, 결국 수 년 후에는 로컬 스타트업들은 다 나가떨어지고 자금력에서 앞서있는 외국업체 우버에게 이 시장을 송두리째 내줄 수도 있다. 물론 아직 우버에 대적할만한 한국업체가 없어서 그때까지 기다리면서 우버를 견제해주는 깊은 속뜻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서울시 입장은 그렇다 치고 우버 입장은 어떨까. 음..... 일단 여론이 별로 호의적이지 않고 택시업체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니, 납작 엎드려서 단골 위주 영업을 하는 것도 현명해 보인다. 사업을 너무 빨리 확장하려 하지 말고 여론, 특히 오피니언 리더층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국사람들, 특히 공무원들은 외국사람들의 평가에 약하다. 외국인 사이에서 쌓은 평판을 PR에 적극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한국에서 택시잡기 어려운 외국인들이 우버를 편안하게 이용한다, 그래서 한국 관광객이 늘고 있다, 특히 돈 잘 쓰는 부자들이 많이 온다, 출장오는 외국인들도 좋아한다... 그래서 외국인 대상 택시 바가지가 줄었다. 택시 기사들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이 세계 관광 허브가 되고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잘 치르고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가 되려면 우버가 꼭 필요하다....는 스토리로 밀어붙이면 승산이 올라갈 것 같다. 미국 회사니까 미국 대사관 직원에게 부탁하든가 아니면 제시카 알바처럼 친한파로 알려진 연예인을 데려다가 서울에서 유튜브 CF를 찍는거다. 우버타고 안전하게 서울 관광하고 홍대에서 조폭떡볶이 먹고 간다고.

 

반대로 한국사람들에게도 해외에 나가서 우버를 사용할 것을 적극 권하는 방법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외국에서 쓸 수 있는 크레딧을 한 20달러 정도 주면, 그래서 한 번 맛을 들이고 오면, 한국에서도 우버의 팬이 될 수 밖에 없고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에게도 왜 우버가 필요한지 이해하게 될 거다. 외국에서 우버를 쓸 정도의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입소문을 많이 낼 가능성이 높다. 나처럼. 외국계 항공사 혹은 인터파크 같은 메이저 온라인 여행사와 공동 프로모션하면 좋겠지.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이건 좀 오지랖일 수도 있는데... 암튼 내가 만났던 우버 기사님 중 한 분과 블로그 이웃 중 한 분이 얘기해준 건데, 우버 한국 지사 사무실에 있는 분들이 온통 캘리포니아에서 온 것 같은 전형적인 재미교포 분위기였단다. 사실 여부는 모르지만 그런 느낌을 준다는 것 자체가 조금 걱정스럽다. 국적이나 배경으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판단해선 안 되지만 일반 한국사람들(outside 강남/서초구)은 한국에서 돈 많이 벌어가는 젊은 재미교포들에 대해 별로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IMF 위기를 겪으면서 외국자본에 대해 이미지가 상당히 망가진데다가 유승준의 케이스도 있었고 등등... 

 

특히나 택시업계나 시 공무원처럼 보수적인 집단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선 외국계 업체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내 생각엔 우버가 계속 한국에서 확장을 하고 싶다면 좀 나이도 있고 한국인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고 경계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누가 봐도 한국적인 분을 CEO 혹은 COO 혹은 공동대표직에 모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예전 야후 코리아의 사례를 참고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