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 Insight/IT News

뜨는 ‘블루투스 비콘’, 미래는 어떨까

갑자기 근래 들어 ‘비콘’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비콘은 원래 거리를 측정하는 등대 같은 기술을 말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근거리 통신 기술로 통한다.

특히 요 근래 한두달 사이에 비콘과 관련된 기술이 눈 앞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SK텔레콤까지 나서서 블루투스 비콘 기술을 내놓고 있고, 거의 매주 비콘과 관련된 제품, 서비스들이 발표된다. 비콘을 대체할 기술도 벌써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perples_02

갑자기 나타난 블루투스 비콘

불과 올해 초만해도 실체조차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게 비콘인데 왜 이렇게 갑자기 뭔가 오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까? 블루투스 기반의 비콘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퍼플즈의 송훈 대표를 만나 기대와 불안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나 첫번째 질문은 갑자기 왜 여기저기에서 비콘이 나오냐는 것이다.

“언젠가는 오겠지…라고 생각해 왔는데 최근 한 두달 사이에 갑자기 결과물들이 나오긴 했습니다. 기술 자체는 빠르게 적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에서 이용자들이 원활하게 쓸 시나리오가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1년 정도는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시장이 현실적인 가능성보다는 그에 대한 기대감을 더 키우는 듯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준비해오던 기업들이 꽤 있었는데 이게 지난해 애플이 iOS7을 발표하면서 ‘아이비콘’을 소개한 것에서 시작됐다. 아이폰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고, 근거리에서 알림을 주거나, 특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관심은 현실화도 꽤 빠르게 이끌었다. 그리고 이를 꼭 아이폰에서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영역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새 기술에 대해 기대도 크지만 걱정도 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블루투스 비콘이 곧 ‘모바일 결제’로 연결되는 그림이다. 블루투스 비콘이라고 하면 으레 모바일 결제의 새로운 수단, 그리고 이는 곧 NFC의 경쟁 매체로 꼽히곤 한다. 과거 NFC를 돌아보면 근거리 통신에 대한 가능성을 교통카드 찍는 것처럼 모든 결제 수단에 옮기려고 했던 것이 기술적, 법적, 경제적 문제와 부딪히면서 어려운 길을 걷게 된 이유로 꼽힌다.

Google_Wallet_470

“결제 시장은 이미 명확하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오프라인은 VAN이, 온라인은 PG가 각각의 역할을 나누어서 하고 있습니다. 이를 모바일로 옮길 때도 이 생태계 환경의 환경을 적절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은 비콘만으로 이 시장을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비콘 기술 자체도 하드웨어 판매나 그 기술의 고도화보다도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의 시나리오가 있는지를 찾고, 시장에서 협력해야 할 사업들이 무엇인지, 결과적으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비콘이 곧 모바일 결제로 연결될 것이라는 불확실성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시나리오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그 첫번째가 모바일 커머스다. 매장 가까이에 있는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이 시장은 싹이 움트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들과 연결해 아이들이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경고를 울리는 미아 방지 프로그램, 혹은 물건 분실 프로그램 등으로 일상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물류에서 재고 관리나 이동에 대한 부분, 또 현장에서 허가된 사람의 출입 구역 통제, 학교 강의실 출석 자동화 등 누군가가 그 장소에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정보입니다.”

“모바일 결제가 비콘의 전부는 아니야”

비콘과 각종 센서들이 더하면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설 때 날씨 정보를 주고, 목적지로 가는 교통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던 ‘유비쿼터스’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꺼내볼 때다.

하지만 여전히 비콘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일단 블루투스를 켜는 것과 앱설치가 가장 큰 도전과제다.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를 켜고 다니도록 해야 하고, 특정 서비스를 위한 앱을 설치해 두어야 한다.

“앱 때문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모든 상공인이 비콘을 활용해 마케팅을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일단 현재로서는 많은 상인들이 비콘 때문에 따로 앱을 만들거나 별도의 마케팅을 하는 건 어려운 상황입니다. 강력한 앱 매체를 이미 갖고 있거나,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대규모의 유통 업체가 앱을 활용하는 등 원래 갖고 있던 매체와 앱을 연결짓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입니다.”

또한 보안에 대한 위협이 만만치 않다. 비콘의 신호를 가로채 원치 않는 결제를 만들어낸다거나, 심지어 기기의 블루투스를 마음대로 껐다켰다 하는 것까지 이야기가 나온다. 확실한 건 현재 비콘 기술은 내 정보를 직접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없다. 송신기가 하는 것은 단순한 신호를 반복적으로 쏘기만 한다. GPS와 똑같다. 스마트폰이 GPS 신호를 받고 분석해서 인터넷을 통해 쓸만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과 비콘의 데이터 처리 과정은 똑같다.

RECO_perples

“비콘 자체가 보안에 위협을 끼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블루투스 비콘은 ‘특정 발신 장치가 근처에 있다’는 것 외에는 어떤 정보도 주고받지 않습니다. 비콘 신호 송신기 자체가 통신 기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서비스단에서는 용도에 따라 보안의 수준을 다르게 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 이 비콘 기술로 결제부터 들어가는 건 이르다고 보는 편입니다.”

송 대표는 비콘 서비스 자체도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보안을 더 강화해야 하는 부분은 비콘 송수신 과정보다도 결제면 결제, 고객 분석이면 고객 분석, 그 데이터 처리 과정쪽이다. 비콘은 그 서비스들에 더해주는 또 하나의 센서 정보일 뿐이다.

“현재 시장에서 원하는, 그리고 기술적으로 효용성을 따질 수 있는 단계는 단순한 정보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습니다. 비싼 제품, 복잡한 기능보다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 간단한 인터렉션이 오고 가는 수준의 비콘이 필요합니다. 분명한 건 결제에 대해서는 아직 이릅니다. 어떤 시나리오로 결제를 접목시킬지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에 대한 보안 장치들을 넣는 건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고, 표준 자체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모바일 결제에 대한 시스템들은 결제 대행 업체들이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상거래 가려운 곳 긁는 것에서 시작

현재로서는 비콘의 주 시장이 쇼핑몰, 백화점 등 상거래쪽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비콘의 신호가 너무 무분별하게 쓰이면 그 자체로 ‘비콘 공해’가 일어날 수 있다. 삼성역에서 코엑스몰을 지나 아셈 타워로 출근하는 직장인을 생각해보자. 그 사이에 있는 거의 모든 상점들이 비콘을 이용해 반복적 마케팅을 쏟아낸다면 아마 스마트폰의 진동 모터가 쉴 틈이 없어질 수도 있다.

“쿠폰을 발행하고, 홍보를 하는 것도 좋지만 상거래에서 가장 가려운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거래 연동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오프라인의 고민은 고객들이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보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소비행태에 있을 겁니다. 단순히 온라인을 틀어막을 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본 상품의 결제를 온라인으로 이끌고, 이를 다시 오프라인에서 수령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연결 고리를 만드는 겁니다.”

퍼플즈는 비슷한 시나리오들이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결제한 뒤에 간단한 인증으로 본인을 확인하고 집으로 배달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거래를 적절히 묶는 것이다.

그래서 송 대표는 블루투스 비콘 시장의 강자를 포털이나 메시징 업체로 내다보고 있다. 온라인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사업자들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히기에 가장 좋은 플랫폼이 근거리 통신, 비콘이라는 이야기다.

perples_01

어쩌면 오프라인의 상거래가 온라인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오면 VAN 기반의 오프라인 결제 대신 PG 기반의 온라인 결제가 오프라인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시장을 바꿀 수 있는 키 플레이어는 포털이 될 수도 있다. 이미 플러스 친구는 당연한 마케팅 도구가 됐고, 기프티콘을 비롯해 온라인 결제 시장에도 슬금슬금 발을 내밀고 있다.

그럼 비슷비슷해 보이는 비콘 업계의 경쟁력은 무엇이 될까? 퍼플즈는 일단 플랫폼과 시나리오가 중요하게 꼽히지만 그와 함께 거리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숙제라고 짚었다. 블루투스 비콘은 몇 센티미터 정도로 측정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오차가 심하다. 또한 안드로이드의 경우 기기에 따라 블루투스 안테나의 위치가 다르고 신호 세기가 다르기 때문에 오차 범위가 크다. 송 대표는 이를 정확히 맞추기 위한 송신기 기술과 앱 개발 도구, 그리고 추가 기능을 더할 수 있는 확장성 등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고 보니 너무 먼 곳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정확히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었다.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들, 센서 기술, 그리고 생태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이 시장을 빠르게 흥미롭게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