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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지붕’ 설치하면 도시 온도 2~3도 떨어진다

에너지 절약과 태양광 반사율(알베도)을 높이기 위해 흰색으로 칠해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월마트 지붕.  월마트 제공
에너지 절약과 태양광 반사율(알베도)을 높이기 위해 흰색으로 칠해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월마트 지붕. 월마트 제공

지구촌 곳곳에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가뭄, 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폭염은 특히 열섬효과까지 더해지는 도시 지역에서 이미 생활의 불편을 넘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런 위협이 갈수록 일상화되는 도시 지역 기후변화 대책으로 지표면의 태양에너지 반사율(알베도)을 높이는 방법을 본격 고려할 것을 제안하는 논문이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실렸다.


지구의 알베도 조작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낮추지 않고도 신속하게 지구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인류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실패하는 경우를 상정한 공학적 해결 방안으로 꼽혀 왔다. 성층권에 미세한 입자를 살포해 태양빛을 가리는 방안이 대표적인 예다. 지오엔지니어링(지구 공학)으로 불리는 이런 방안은 그러나 예상할 수 없는 부작용 발생 위험에 따른 거부감 때문에 아이디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과 오스트레일리아의 뉴사우스웨일즈대 등의 과학자들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지난 29일 과학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건물의 지붕이나 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도로 표면을 햇빛이 더 잘 반사되게 포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알베도를 높여 이상 고온 때 도시 지역의 온도를 섭씨 2~3도 가량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알베도는 0(태양에너지를 모두 흡수하는 경우)에서 1(태양에너지를 모두 반사하는 경우)까지의 숫자로 표시하는데, 흰색 지붕과 반사율 높은 도로 포장이 도시 지역 알베도를 평균 0.1~0.15 증가시키는 효과는 낸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지붕이나 옥상이 햇빛을 더 잘 반사하도록 흰색 페이트를 칠한 사례는 이미 더러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주로 선구적인 개인이나 단체, 기업 등에 의해 이뤄졌을 뿐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국가나 지역 차원의 기후변화 대책에 포함돼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인도·중국을 포함한 남동아시아) 등의 지표면 알베도가 0.1 증가한 조건을 기후 모델에 넣어 10년 동안의 변화를 모의했다. 그 결과 지역적으로 연 평균 온도는 섭씨 1도, 주간 최대 온도는 섭씨 2~3도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냉각 효과는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배 증가하는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극한적인 온도 상승의 20~40%을 상쇄할 수 있는 규모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표면을 대상으로 한 알베도 조작은 성층권에서 지구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알베도 조작과 달리 부작용이 제한적이고, 관찰을 통해 시험되었으며, 되돌릴 수 있고, 지역별 최적화가 가능하다는 등의 잠재력이 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지표면 알베도를 지역적으로 0.05~0.1 가량 증가시키는 방안을 도시나 농업지대와 같이 기온상승에 특히 취약한 지역의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수단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지표면 알베도 조작이 성층권에서의 알베도 조작과 마찬가지로 지구 온난화의 근본적 해결책을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취리히 연방공대의 소니아 세네비라트네 교수는 연구 보도자료에서 “지표면을 대상으로 한 지구 공학은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의 일부분일 뿐이며, 지구 평균 기온이나 바다 산성화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말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830352.html?_fr=dable#csidx4e284706fd97276ad8de298d1ff35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