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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알라딘, 액티브X 없는 ‘진짜 간편결제’

제대로 된 간편결제가 나타났다.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도 필요 없다. 운영체제도 가리지 않는다. 윈도우, 맥, iOS, 안드로이드 등 어느 기기로나 물건값을 치를 수 있다. 웹브라우저만 실행하면 된다. PC에서 장을 보다가 결제하려면 스마트폰을 켜야하는 다른 간편결제 솔루션과 다르다. ‘진짜 간편결제’라 부를 만하다.

▲ 알라딘 '액티브X 없는 간편 결제'

▲ 알라딘 ‘액티브X 없는 간편결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9월16일 오후부터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책값을 결제할 수 있는 ‘액티브X 없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름만큼 사용법도 간편하다. 카드번호와 유효기간만 입력하면 된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가입할 때 적은 휴대전화 번호로 인증 문자가 날아온다. 여기에 적힌 6자리 인증코드를 결제창에 적어넣으면 결제가 끝난다.

윈도우 PC나 맥, 스마트폰 등 웹브라우저를 켤 수 있는 모든 기기에서 책값을 치를 수 있다. 공인인증서는 필요 없다. 액티브X 같은 플러그인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페이게이트가 웹표준 환경에서도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든 금액인증 기술(AA 4.0)을 채택한 덕이다.

김성동 알라딘커뮤니케이션 웹기획마케팅 팀장은 “PC 사용자 20%, 모바일 사용자 50%가 결제페이지에서 물건값을 치르다가 이탈한다”라며 “간편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탈율을 줄인 만큼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http://youtu.be/dWPHrFtg90o

알라딘 ‘액티브X 없는 간편 결제’ 시연 영상 보기

페이게이트, 알라딘에 솔루션 제공

금액인증이란 본인 인증 기술의 일종이다. 결제를 요청한 사용자가 진짜로 본인이 맞는지를 확인해 사기나 잘못된 주문을 막는 데 쓰인다. 널리 알려진 기술은 공인인증서다. 정부가 공인한 기관에서 발행한 인증파일과 사용자 인적정보와 비밀번호가 일치하면 그 사람이라고 믿는 식이다.

금액인증은 실제 거래에 앞서 적은 금액을 결제해달라고 요청한 뒤 승인이 일어나면 본인이 맞다고 판단한다. 앞서 요청한 소액결제를 취소한 뒤 실제 결제액을 내준다.

페이게이트 금액인증 기술은 국내에선 널리 쓰이지 않았다. 신용카드 회사가 못 미더워한 탓이다. 전자결제는 온라인에서 신용카드를 결제하는 일이다. 간편결제 기술이 나와도 신용카드 회사가 채택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그 기술을 써볼 길이 없다. 공인인증서 강제 사용 규제가 폐지된 뒤에도 일반 사용자가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써야 하는 이유다.

간편결제 하려고 국경 넘어

페이게이트는 국내 신용카드 회사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 홍콩 등 해외 은행 2곳에 인증을 받고 비자·마스터카드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해외 신용카드로 해외 회사에 물건값을 치르는 셈이다. 결제 요청과 승인, 인증, 매입이 모두 해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국내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를 단박에 뛰어넘은 원리는 결국 한국 시장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는 “소비자는 간결하고 안전한 결제 서비스를 원하는데, 금감원이 시키는 대로 2~3중으로 결제 절차를 덧붙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라고 해외 카드회사를 통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표는 “보안 사고가 나면 카드회사에 책임을 묻는 법 조항 때문에 카드회사도 발목 잡힌 측면이 있다”라며 “해외처럼 우리(페이게이트)가 인증한 거래는 우리가 책임지고 대신 결제 기술을 선택할 권한도 주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결제 기술의 안정성도 자신했다. 그는 “알라딘에서 금액인증 기술을 통해 생긴 거래에 문제가 생기면 페이게이트가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해외 신용카드 회사를 거쳐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언제까지나 에둘러갈 생각은 없다. 박소영 대표는 “언제라도 국내 회사와 제휴할 생각이 있다”라며 “알리페이나 구글이 들어와 한국 전자결제 시장을 다 앗아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카드사와 은행이 위기감을 갖고 연구개발과 기술 혁신에 힘써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제휴 신용카드 쓰고, 수수료도 물어야

해외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하기 때문에 ‘액티브X 없는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몇가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신용카드가 해외 비자·마스터카드와 제휴돼 있어야 한다. JBC와는 협의 중이다.

카드 결제 대금 외에 해외 구매수수료가 더 나온다. 책값이 1만원이라면 결제 금액 1만원에 해외 구매수수료 몇백원을 더 내야 한다. 페이게이트는 알라딘에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하고 1개월 동안은 고객 앞으로 나온 해외 구매수수료를 대신 내줄 계획이다. 박소영 대표는 “간편결제의 편리함을 느껴보면 소비자도 비용을 조금 더 내더라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직은 30만원 미만만 결제 지원

간편결제는 아직 결제액이 30만원 미만일 때만 쓸 수 있다. 기술적 문제는 아니다. 알라딘이 간편결제에 조십스럽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알라딘은 지난해에도 페이게이트가 내놓은 간편 결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다 된서리를 맞은 적 있다. 2013년 7월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이 공인인증서 없이도 물건값을 치를 수 있게 한 알라딘 간편결제가 규제 위반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2달만에 모든 신용카드 회사가 알라딘을 떠났다. 일명 ‘알라딘 사태’다.

김성동 알라딘 팀장은 이때 일은 재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사회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30만원 이상 결제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