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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미래학자 리프킨, 수십년 내 ‘자본주의 퇴조’ 단언하다


물건은 물론 자동차와 주택에 이르기까지 공유경제의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자본주의가 퇴조하는 무대 위로 협력적 공유사회가 부상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현 시대를 ‘교환경제와 공유경제가 벌이는 전투’로 묘사한다. Batshevs 제공


자본주의가 위기라는 말이 자꾸 나온다. "끝났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지만 "위기다"라는 소리에는 상당수가 공감한다. 자본주의 위기론은 근래의 장기침체 때문에 계속 번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본주의를 대체할만한 체제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기론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못하는 듯 하다. 현재 자본주의 패러다임은 크게 보면 세 개의 전선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첫째는 기후변화 등 환경 측면이고, 둘째는 부의 집중과 불평등이라는 경제적 측면, 셋째는 기술혁신과 공유경제라는 기술적 측면이다. '21세기 자본'을 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두 번째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면,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세 번째 전선에 서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미 정점을 지나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자본주의는 앞으로 먼 미래의 어느 시점까지 사회구조의 일부로 남겠지만 21세기 후반에도 지배적인 경제 패러다임으로 군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리프킨은 신작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놀라운 것은 “나는 확신한다”와 “21세기 후반”이라는 표현이다. 그는 자본주의가 역사에서 퇴장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것이며, 더구나 그 시기를 “21세기 후반”, 즉 금세기 내, 어쩌면 앞으로 50년 후로 본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유러피언 드림’ ‘소유의 종말’ 등을 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래학자가 어떤 이유로 이토록 자신 있게 자본주의의 몰락을 얘기하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책 제목으로 쓰인 ‘한계비용 제로’를 보자. 한계비용(marginal cost)이란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뜻하는데, 이게 제로가 된다는 것은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거의 공짜가 된다는 의미다. 리프킨은 시장경쟁에서 비롯되는 기술혁신이 한계비용을 제로 수준으로 낮춘 결과,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 기업의 존립 근거가 근본적인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본다. 3D 프린팅, 무료뉴스, 공짜음악, 전자책, 개방형 온라인 강좌, 대체에너지 등 여러 사례를 들어 점점 더 많은 상품이 공짜 또는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빠르게 상품 전반으로 확대될 거라는 것이다.

리프킨은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비용과 가격은 떨어지고 마진도 줄어드는 현상을 ‘자본주의의 자체 모순’으로 설명하면서 “자본주의의 운용 논리는 성공에 의해 실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장경제가 퇴조하고 자본주의의 젖줄인 이윤이 말라가는 세상 한쪽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를 보여주며 현 시대를 “자본주의 시장과 협력적 공유사회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경제”이자 “교환경제와 공유경제가 벌이는 전투”로 묘사한다.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세계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19세기 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출현 이후 처음으로 세상에 뿌리내리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그에 따르면, 공유사회는 시장이나 대의정치보다 더 오래된 제도로 10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소셜 공유사회는 시장경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체코 벨기에 뉴질랜드 등 8개국만 놓고 보면 비영리부문이 평균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는 정도다.

비영리단체, 협동조합, 사회적 자본, 사회적 기업가, 크라우드펀딩, 카셰어링, 공동주택, 재활용마켓 등 공유사회의 영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고 있고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리프킨은 공유경제의 부상을 이윤경제의 퇴조와 대비시키면서 둘 사이의 대체 혹은 역전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시장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고 있고. 소유권은 접근권보다 그 중요성이 약해지며, 자기 이익의 추구는 공동 이익의 매력적인 가치에 의해 억제되고,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꿈은 지속가능한 양질의 삶이라는 새로운 꿈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또 하나의 핵심 주제는 사물인터넷(IoT)이다. 리프킨에 따르면, 사물인터넷은 협력적 공유사회의 기술적 ‘소울메이트’ 또는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2030년이면 전 세계적으로 100조개가 넘는 센서가 부착돼 인간과 사물, 자연을 연결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는 생산성 증대, 한계비용 제로, 그리고 공유사회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