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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

아이폰 6플러스 를 말한다.

지금 아이폰6플러스를 두고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마도 이제껏 아이폰을 써오신 분들은 화면 크기를 놓고 고민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먼저 말하자면 저는 그 답을 못 드릴 것 같습니다.

의외로 생각지도 않았던 아이폰6플러스가 손에 익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5s를 쓰던 입장에서 4.7인치 아이폰6는 굉장히 매력적인 기기입니다. 아이패드를 함께 쓰기 때문에 아이폰에 대해서는 큰 화면을 그렇게 바라진 않았습니다. 화면이 커지면서 생기는 불편함들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이폰6는 절묘하게 화면을 키우면서도 휴대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첫번째 선택은 돌아볼 것도 없이 아이폰6였습니다.



5.5인치 첫인상 ‘커도 너무 크다’

그리고 그 다음 일주일을 아이폰6플러스와 보내고 있습니다. 이건 제게 상당히 애매한 기기였습니다. 화면은 좋았지만 너무 컸습니다. ‘아이패드도 들고 다니면서 뭔 소리냐’라고 하지만 태블릿 큰 것과 스마트폰 큰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폰 같으면서도 아이폰같지 않았습니다. 한 이틀 정도는 이 큰 아이폰을 들고 헛웃음만 지었던 것 같습니다.

3일이 지나자 조금 적응이 됐습니다. 일단 이걸로 뭘 읽을 때는 시원시원합니다. 아참, 화면이 크다고 글자도 단번에 커지지는 않습니다. 확대 모드를 쓰면 큰 글씨를 볼 수 있지만 일반 화면에서는 고해상도의 이점을 살려 더 많은 글자가 보입니다. 한 눈에 더 많은 정보가 보이는 게 시원시원합니다.



가장 좋은 건 배터리인데 기기를 이전처럼 써도 거의 두 배 이상 오래 쓰는 듯 합니다. 아침 일곱시쯤 충전기에서 뽑아 여기저기 다니면서 종일 열심히 써도 퇴근 시간이면 거의 절반 정도가 남아 있습니다. 배터리를 쓰는 느낌이 아이패드와 비슷합니다. 4일정도가 되자 충전용 배터리를 안 갖고 다니게 됐고, 라이트닝 케이블을 잊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이것도 갖고 다닐만 하다는 생각도 살짝 듭니다. 어색했던 것은 큰 화면에 떠 있던 iOS였나봅니다. 기본적인 성능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아이폰6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화면 크기만으로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는 건 분명합니다.

‘아이패드 미니미니’

이 커다란 스마트폰의 장단점은 아주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화면이 커서 화면으로 보이는 정보들이 시원스럽고 좋습니다. 여지껏 아이폰은 해상도가 높아지면서도 더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더 세밀하게 보여주는 이른바 ‘레티나 디스플레이’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이번에 애플이 새로 꺼내놓은 두 가지 단말기는 이전과 화면에 보여주는 정보의 밀도가 다릅니다. 아이폰5s에 비해 아이폰6는 더 많은 정보를 보여주고, 6플러스는 그보다도 더 많이 보여줍니다.

문득 문득 태블릿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태블릿과는 명확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전자책을 읽을 때는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태블릿을 써야 할 이유는 확실합니다.



그런데 영상을 볼 때는 오히려 태블릿보다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16:9 비율이기 때문에 화면에 영상이 가득 차고, 화면도 큼직합니다. 물론 여전히 아이튠즈에 대한 불만들이 있으시겠지만 아이튠즈로 구입한 콘텐츠를 보기에는 확실히 좋습니다.

하지만 들고 다니기는 확실히 부담스럽습니다. 얇은 점퍼나 재킷 주머니에 넣으면 축 처집니다. 바지 주머니에 넣는 것도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올 겨울은 두툼한 코트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겠지만 결국 가방에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커다란 패블릿을 원하고, 또 그런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었다면 iOS가 깔린 패블릿이라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간 아이폰을 꾸준히 쓰고 있었다면 이 크기는 적응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아이패드의 역할을 아이폰6플러스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태블릿이 아예 없다면 모르겠지만 태블릿을 함께 쓰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보여주는 화면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전자책의 경우에는 판형이 중요한데 아이폰6플러스도 조금 부족합니다. PDF를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대신 영상을 볼 때는 아이패드가 아쉽지 않습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아이패드의 역할, 어느정도는 맡아주는 것 같습니다.

아이폰6와 차별점, 화면과 카메라

사람의 눈은 참 간사합니다. 크고 해상도가 높은 화면은 크기와 무게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로 넘어가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아이폰6플러스의 디스플레이는 기존 아이폰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합니다. 숫자로 보면 5.5인치에 1920×1080으로 QHD로 넘어간 안드로이드폰에 비하면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픽셀이 도드라져 보이진 않습니다. 기존의 아이폰들, 그리고 이번에 같이 나온 아이폰6까지도 326ppi였는데 아이폰6플러스는 401ppi입니다.

픽셀을 세세하게 들여다봐야 할 일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해상도는 이제 한계치에 오르긴 한 것 같습니다. 또 같은 글자라고 해도 아이폰은 테두리를 매끈하게 하는 안티앨리어싱을 세게 집어넣기 때문에 거칠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색감은 기존과 그렇게 다르진 않습니다. sRGB 색을 모두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듀얼전극 디스플레이를 썼습니다. 이게 가시각을 크게 높입니다. 원래 IPS 디스플레이가 광시야각의 특성이 있긴 한데 액정을 지그재그로 엇갈려서 배치하면서 색이 기존보다 더 넓은 각도로 퍼져 나옵니다. 픽셀마다 전극을 두 개씩 두니 빛의 세기를 정확히 표현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특히 이 디스플레이는 검은색이 더 또렷하게 표현됩니다. 앞면이 검은색인 스페이스그레이의 경우 검은색 바탕을 띄우면 언뜻 봐서는 화면과 테두리 사이의 경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면이 까맣게 나옵니다.

아이폰6와 6플러스를 두고 우선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부분은 화면 크기와 해상도겠지만 카메라도 있습니다. 아이폰6플러스는 똑같이 포커스 픽셀 센서를 쓰지만 여기에는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이 더해졌습니다. 아이폰 카메라는 이제 화면 구도 정도만 생각하면 다른 건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광학식 손떨림 방지도 사실 따로 생각하지 않으면 이게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잘 모를 정도입니다.

큰 화면에 대한 탈출구 ‘가로 모드’



그 동안 아이폰을 쓰면서 화면 잠금을 풀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아이패드와 달리 아이폰은 세로로 긴 화면이 기본이었고, 가로가 필요한 게임이나 영상 등은 스스로 화면을 눕힙니다. 키보드는 세로 화면에 익숙해지니 가로보다 세로가 더 편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6플러스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일단 화면을 옆으로 눕히면 홈 화면 자체가 가로로 눕습니다. 아이패드와 비슷한 것 같지만 아래에 있던 독 아이콘들이 자리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이대로 쓰면 일부 앱들은 단순히 화면을 옆으로 눕히는 게 아니라 가로로 긴 화면에 맞춘 UI가 새로 나옵니다. 아이패드에서 주로 봤던 화면들이지요. 왼쪽은 리스트가, 오른쪽은 본문이 보이는 것이지요.


애플이 만든 앱들은 대부분 이 화면을 갖고 있고 현재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들도 이 가로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이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고 리스트와 본문 형태로 구성된 앱들은 가로 UI를 쓸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합니다. 가로 모드는 의외로 쓸수록 편하고 애플이 생각한 큰 화면의 ‘이유’로 보입니다. 다만 가로 모드를 더 적극적으로 쓰려면 앱도 앱이지만 가로 상태로 화면을 고정하는 기능이나 잠금 화면에서도 가로 화면이 유지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4.7인치 아이폰6에서도 못 쓸 건 없을 것 같습니다.

큰 화면, 달라진 픽셀 너비 어떻게 쓸까

아이폰6는 해상도가 늘어나면서 처음으로 한 화면에 더 많은 정보를 보여주도록 구성했습니다. 이게 말로 설명하기 조금 어려운데 아이폰3GS에서 아이폰4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바뀔 때를 생각해보면 화면 크기도 그래도, 화면에 보이는 아이콘과 UX, 그리고 정보의 양까지 똑같습니다. 다만 그동안 한 개의 픽셀로 그리던 이미지를 4개로 늘렸습니다. 그래서 이미지는 더 선명하게 보였고, 글자도 또렷합니다.

애플은 그 다음으로 화면 크기를 늘린 아이폰5를 발표하면서도 화면의 밀도를 손 대지 않았습니다. 대신 화면을 아래로 길게 늘렸습니다. 그리고 아이콘을 한 줄 더 깔았고, 앱들을 더 넓게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첫 아이폰부터 지켜왔던 화면 밀도를 손대지 않은 것이지요.

그런데 애플은 드디어 이 밀도에 손을 댑니다. 애초 디스플레이 기술이 현재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또 다시 4배 늘릴 수 있었다면 그 기술을 썼겠지만 그건 쉽지 않았던 듯 합니다. 일단 애플은 두 가지 디스플레이를 놓고 새로운 정책을 폅니다. 아이폰6는 픽셀 밀도는 기존 아이폰5와 같습니다. 대신 그대로 해상도를 늘리는 것으로 화면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글자 크기는 아이폰5와 똑같고 더 많은 글자와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아이콘도 한 줄을 더 늘렸지요. 기존 아이폰5에서 길이 1cm로 보이던 선이 아이폰6에서도 똑같이 1cm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이폰6플러스는 또 다릅니다. 해상도가 더 올라가면서 기존과 픽셀 밀도가 달라집니다. 326ppi에서 401ppi로 늘었습니다. 326개의 점을 찍으면 1인치였는데 이제는 약 0.81인치가 됩니다. 똑같이 1인치를 그리면 401개의 점을 찍으니 더 선명해지겠지요. 픽셀 하나하나는 아이폰6플러스가 더 작지만 실제 글자 크기는 조금 더 큽니다. 이는 글자 하나, 아이콘 하나를 그릴 때 더 많은 픽셀을 이용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앱들의 디자인이나 구성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iOS용 앱 개발도구의 자동 레이아웃 기능이 실제로 작동하는 본격적인 첫 사례인 셈입니다.


큰 화면과 고해상도 효과는 톡톡히 봅니다. 웹 페이지는 더 많은 정보가 뜨고, 전자책도 조금은 더 책처럼 보입니다. 페이스북도 시원시원하고 메신저는 위에 대화가 훨씬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 화면에 맞추지 않았거나, 화면을 확대 모드로 늘리면 글자가 엄청나게 커집니다. 4인치에서 보던 것을 5.5인치로 늘리기 때문이죠. 아이폰6도 마찬가지지만 아이폰6플러스는 한번씩 ‘헉’ 소리가 날 정도로 큽니다. 이게 보기 좋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큰 글씨가 필요한 분들이시겠지요.

배터리, 배터리, 그리고 배터리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자면 제가 처음에 아이폰6플러스에 거부감을 느꼈던 부분은 크기였습니다. 여전히 이 제품을 들고 다니는 건 꽤나 신경이 쓰입니다. 그나마 아이폰이 나오고 나서 찬바람이 부는 바람에 외투를 입게 됐고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게 돼서 들고다니는 부담이 실감나지는 않습니다. 대신 내년 여름이 걱정되긴 합니다. 기존에 큰 안드로이드를 쓰시던 분들이라면 이미 그 고민이 끝났겠군요.



제가 아이폰6플러스를 편하게 느끼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입니다. 아이폰5s의 배터리는 쓰기에 따라서 꽤 차이가 있습니다. 대기 시간은 긴 편이지만 중간에 한번 정도는 충전이 필요했습니다. 충전이 빨랐기 때문에 별로 충전이 번거롭지는 않았는데 아이폰6플러스는 아예 충전에 대한 부담이 없습니다. 대개는 아침에 충전기에서 뽑고 나서 저녁에 퇴근 시간즈음에는 절반 정도가 남았고, 퇴근 이후 적극적으로 게임과 페이스북, 전자책 등을 보면 밤 늦게나 충전하라는 메시지를 띄웁니다. 주말처럼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는 경우에는 주말 내내 충전을 안 해도 괜찮았습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습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이폰5s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쓰는 느낌입니다.


처음 두 제품을 봤을 때는 아이폰6를 주저없이 골랐지만 지금 다시 아이폰6와 6플러스 사이에서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답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큰 화면이 주는 가치, 배터리, 가로 모드, 카메라 등 분명 아이폰6플러스는 아이폰6와 또 다른 사용 습관을 갖게 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게, 또 다른 면에서는 저게 괜찮지만 둘 다 손에 쥘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에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 사이의 고민보다 더 잔인한 꼴입니다. 아이폰의 큰 화면은 안드로이드에 한발 늦고, 작은 화면에 길들여진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어색하게 다가왔지만 그 값어치는 확실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폰6플러스로 찍은 사진 몇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