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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투자자가 꼽은 한국 스타트업의 위기와 기회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과 스타트업네이션이 손잡고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연 ‘스타트업네이션스 서밋 2014’ 무대에는 많은 벤처투자가(VC)가 올랐다. 이들 가운데 한국 기업에 투자한 VC로부터 한국 스타트업이 맞이한 위기와 기회가 무엇인지 들었다. 11월25일 오전 무대에 오른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와 한 김 알토스벤처스 대표, 에릭 김 굿워터캐피털 대표 3명이다.



▲장병규 본앤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위기 1. 인구 축소

장병규 대표는 인구 축소가 한국 스타트업이 마주한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기는커녕 도리어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를 받아들입니다. 다이나믹하다고 하죠. 이런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은 빨리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에요. 다음 단계는 글로벌로 나가는 것뿐입니다. (인구가) 늘어나면 좋을텐데 통일을 제외하고는 (인구가) 늘어날 조짐이 전혀 안 보입니다. 통일 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북한과 한국은 삶이 굉장히 많이 다릅니다. 결국 2천만인데, 2천만이라는 숫자가 늘어날 조짐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건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큰 한계입니다.”

위기 2. 사회적 기반 부족

장병규 대표는 글로벌 무대로 진출한 경험이 적다는 점도 한계라고 봤다. 노하우를 공유하고 생태계를 꾸릴 만한 경험이 일천하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으로 성공해서 글로벌로 나가려고 하면 스타트업 혼자 해야 합니다. 온라인게임과 대기업,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제외하면 글로벌에 인프라를 갖고 있다가 글로벌에 진출해 성공했다는 사례가 없습니다. 사회 문화적 인프라가 약합니다. 실리콘밸리는 강한 생태계가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유럽, 중국, 동남아에 가는 사회적 인프라가 있다는 것, 그렇게 진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한국에는 이런 게 없으니 한 회사가 이런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합니다.”

위기 3. 좁은 투자회수 시장

한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단기 성과에 목매는 분위기를 꼬집었다.

“한국은 아직도 IPO 시장에서 이익을 요구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익 내는데 조급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미래에 투자를 제대로 못 하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초기 지원책 위주로 만들어져 투자회수(exit) 단계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같이 큰 기업은 수조원 단위의 거액을 지불하며 필요한 기술을 지닌 기업을 사들인다. 이에 비해 국내 대기업이 통크게 스타트업을 사들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다보니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한 VC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이는 VC가 스타트업에게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 원인이 된다는 게 한김 대표가 지적한 지점이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한국 스타트업에 강점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 스타트업 시장이 위기를 기회를 만들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기회1. 싹 트는 스타트업 생태계

장병규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10년 전과 비교해 월등하게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리라고 내다봤다.

“제가 네오위즈 시작하던 90년대 후반만 해도 VC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책에나 나오던 말이었어요. 처음에 용역하고 솔루션 팔고 이런 걸로 자금을 마련했죠. […] 본엔젤스는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데, 다음 라운드에 15곳이 넘는 VC에서 투자를 유치해요. 그만큼 VC가 발전한 거죠.”

장 대표는 한국 VC가 투자금을 더 많이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서 다양한 단계에서 생태계를 떠받드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지금은 VC가 전문화되고 있어요. 인큐베이터나 엑셀러레이터 같이 얼리 스테이지 전에 투자하는 VC도 나오고, 보통 10~20억원을 투자하는 VC와 달리 100억원 넘게 투자하는 그로스 펀드도 나타나죠. 한국만 봐도 계속 발전 중입니다.”

에릭 김 대표는 해외 VC의 문턱이 나날이 낮아질 거라고 내다봤다. 알토스벤처스나 굿워터캐피털처럼 한국에 투자한 경험을 지닌 해외 VC가 늘어날수록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투자금을 끌어 모으는데 어려움이 줄어든다는 것이라고 에릭 김 대표는 설명했다. 한 김 대표 역시 “나나 에릭 김이나 장병규 대표처럼 한국에 투자한 경험이 많은 VC가 늘어나면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VC에서 투자받는 일이 더이상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 2. 저력 충분한 한국 시장

한 김 대표는 한국 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작지 않은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도시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 25곳의 인구를 더하면 3500만명 정도 되는데 미국도 인구 상위 25개 도시 인구를 더하면 3500만명으로 같다”라며 “한국 시장이 절대 작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에릭 김 대표 역시 “한국 시장이 세계적으로 톱 5나 톱3 정도 될지 모르겠다”라며 한국 스타트업이 성장할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인구가 꽤 많고 기반기설이 잘 갖춰져 있다”라며 “중국과 미국이 훨씬 더 큰 시장이지만, 그만큼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고 경쟁이 심하다”라며 한국 시장도 나름대로 장점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한 김 알토스벤처스 대표(왼쪽)와 에릭 김 굿워터캐피털 대표

한국 시장을 평가하는데 그치지는 않았다. 이들은 한국 스타트업이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도 전했다.

조언 1. 국내와 해외 VC를 이분법으로 판단하지 말라

한 김 대표는 VC를 일반화해 섣불리 단정짓지 말라고 조언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는 이렇고 국내 투자자는 저렇다고 단정하는 건 틀린 것 같습니다. 외국 투자자와 한국 투자자를 구분할 게 아니라 내 회사에 맞는 투자자와 안 맞는 투자자가 있는 거고, 좋은 투자자와 나쁜 투자자가 있는 겁니다. 또 얼리 스테이지에 더 맞거나 레이트 스테이지에 맞는 투자자가 있지요. 레이트 스테이지 투자자는 더 까칠합니다. IPO 갈 때는 더 까칠한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런 심사를 받지 않으면 회사에도 나쁩니다.”

성급한 일반화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일뿐이다. 한 김 대표는 궁합이 맞는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라고 말했다.

“우리가 늘 조언하는 건 일반화하지 말고 여러 투자자를 만나고 그 투자자가 이 시기에 우리 회사에 맞는지 확인하라는 겁니다. 회사 대표를 찾아가 장단점도 물어보라는 거죠. 많은 창업가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언2. 조직에 맞는 리더가 되라

장병규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가 조직에 따라 다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십을 얘기하면 어떨 땐 외향적이어야 한다고 하고 어디선 내향적이어야 한다고 해요. 내가 보이겐 둘다 맞고 둘다 틀린 말입니다. 팀에 어울리는 리더십이 있는 거예요. 어떤 팀이 공격적인 분위기라면 리더가 조금 더 조화롭게 해야 하고, 팀원이 팔로우십이 강하면 리더가 카리스마 강하게 이끌고 가야 한다는 거죠. 사업, 팀의 색깔, 산업군에 따라 다 다릅니다. 리더십을 일반화하는 것 자체가 오류입니다. 리더십 하나만 짚을 게 아니라 팀이 어떤지를 봐야죠.”

장 대표는 스스로 “박쥐”라고 칭했다. 조직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그는 “여기 가면 이렇게, 저기 가면 저렇게 한다”라며 “성과만 중시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