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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특허 때문에”…샤오미, 인도서 병행수입 차단

샤오미가 인도에서 벌어지는 병행수입에 칼을 빼들었다. 판매 금지된 제품을 파는 유통처들을 고소하기로 한 것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가을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2월부터 일부 스마트폰의 판매가 금지됐다. 특허 때문이다. 에릭슨은 지난해 샤오미가 표준 필수 특허를 침해했다며 뉴델리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에릭슨은 샤오미가 GSM, WCDMA, ARM(적응형 멀티레이트 기술) 등 통신과 관련된 특허를 협의 없이 무단으로 썼다며 지난 3년간 샤오미가 쓴 기술에 대한 특허 비용을 지불하고 제품 판매와 홍보, 마케팅 등 모든 활동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인도 법원도 에릭슨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샤오미의 모든 제품에 판매금지가 내려진 것은 아니고, 일부 제품은 한시적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샤오미가 인도에서 팔지 못하는 스마트폰은 미디어텍이 만든 프로세서를 쓴 저가 제품들이다. 퀄컴 프로세서를 쓴 제품은 특허 비용을 무는 조건으로 당분간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에릭슨은 샤오미에 대당 특허 비용으로 판매가의 1%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법원은 특허 침해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대당 1.6달러를 공탁금으로 거는 조건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샤오미로서는  가격이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저가 제품을 팔지 못하는 것은 매우 치명적일 뿐 아니라 1%의 라이선스 비용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그 사이 실제 인도에서는 여러 창구를 통해 샤오미 스마트폰이 판매되고 있었다. 인기를 반영하는 듯 수입이 금지된 샤오미의 병행수입 제품이 팔린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샤오미숍‘이었다. 샤오미는 이 병행수입 판매점들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인도 샤오미의 관계자는 “공식 제품이 아닐 뿐 아니라 가격도 상당히 높게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샤오미는 이 판매점들에 수차례 판매 중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재 샤오미숍을 비롯한 몇몇 온라인 병행수입 판매점들은 인도에서 웹사이트 접속이 막혔다. 샤오미는 이 외에도 샤오미 제품을 판매하는 곳들에 대해 소송을 통해서라도 모두 폐쇄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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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숍의 홈페이지는 현재 인도에서 차단됐다.

샤오미의 병행수입 금지는 꽤나 강경하다. 이 병행 수입이 특허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릭슨은 지난 2월5일 뉴델리 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샤오미가 판매가 금지된 제품을 우회 판매하고 있다며 비난한 바 있다. 스스로가 팔지 않더라도 시중에 계속해서 유통되고 있다면 인도 정부 입장에서는 행정 처분을 거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샤오미는 중국 외의 지역에서는 판매에 매우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중국계 국가에 먼저 판매를 시작했고, 최근 미국에는 상대적으로 특허와 관련이 적은 배터리 팩 등 액세서리의 판매를 시작했다. 인도는 샤오미가 상당히 빨리 뛰어든 시장이다. 단순히 판매가 아니라 현지에서 현지 기업들을 통해 생산, 유통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분위기였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12억명의 인구가 있는 거대 시장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보급률이 매우 낮다. 샤오미 역시 다른 기업들처럼 고성능 스마트폰으로 이름을 알린 뒤 저가 제품으로 인도 시장에 뛰어드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발을 내딛자마자 곧바로 에릭슨이 특허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샤오미는 무모하다고 할 만큼 특허에 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판매량이 늘어나고 유명세를 탈 수록 제품의 값을 파격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원동력도 기술력보다는 특허를 무시하는 데에 있다는 분석들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 늦었지만 샤오미는 지난해 약 2800개의 특허를 모았다. 하지만 샤오미가 가장 신중하게 발을 들인 인도에서 특허 문제가 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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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사실 병행수입은 모든 유통에 뒤따라 붙는 판매 형태다. 샤오미 제품을 팔지 않는 국내에도 샤오미의 병행수입 혹은 구매 대행 제품이 들어오고 있다. 인도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지만 팔지 못하는 미디어텍 프로세서 제품이 비공식 창구를 통해 팔린 것이다. 샤오미가 직접 나서서 팔지 않았다고 해도 샤오미 제품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샤오미로서는 인도 법원과 에릭슨의 심기를 건드릴 이유가 없다.

샤오미가 에릭슨과 특허 자체로 이 문제를 풀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샤오미가 에릭슨의 특허를 침해했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합의 비용이 얼마가 될 것이냐가 이 재판의 중심에 있다. 샤오미가 꺼내든 카드는 기술이전과 일자리다. 샤오미는 폭스콘과 인벤텍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인도에도 생산 기지를 두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고 특허 문제를 풀어줄 지는 의문이다.

현재 인도에서 샤오미 제품을 공식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창구는 통신사인 ‘에어텔’과 ‘플립카트’ 뿐이다. 또한 퀄컴 프로세서를 쓴 제품의 한시적 판매 기한도 3월18일로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