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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삼성전자·구글·애플·퀄컴, 협력하며 경쟁하는 '프레너미'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갤럭시S6 엣지 포함) 공개를 계기로 삼성과 구글, 애플, 퀄컴의 미묘한 ‘프레너미’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프레너미는 친구를 뜻하는 영어 단어 ‘프렌드(friend)’와 적(敵)을 의미하는 ‘에너미(enemy)’를 결합해 만든 말로 한쪽에선 서로 협력하면서 다른 쪽에선 경쟁하는 관계를 뜻한다.

삼성과 구글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원래 2010년 애플 아이폰을 꺾기 위해 동맹을 맺었다. 그 결과 삼성은 세계 스마트폰 1위로 올라섰고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의 절대 강자로 등극했다. 양사는 작년 1월 동맹관계를 ‘특허동맹’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향후 10년간 양사가 보유한 특허를 자유롭게 사용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요즘 뜨는 핀테크(금융+기술) 시장에선 사정이 다르다. 삼성이 갤럭시S6에 구글페이(구글월렛)와 별도로 기존 마그네틱 결제 단말기를 활용할 수 있는 삼성페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이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 (구글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삼성이 숙적인 애플뿐 아니라 ‘친구’인 구글과도 경쟁 관계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사물인터넷(IoT)도 삼성과 구글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구글이 작년 1월 32억달러(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해 스마트홈 업체인 네스트랩을 인수하는 등 IoT 주도권 잡기에 나서자 삼성은 지난해 8월 미국 IoT 플랫폼 업체인 스마트싱스를 인수하며 맞불을 놨다. 또 삼성이 올초 인도에서 독자 OS 타이젠을 내장한 스마트폰(타이젠폰)을 내놓자 구글은 조립형 스마트폰인 ‘아라폰’의 연내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의 ‘탈(脫)구글’ 움직임에 독자 스마트폰 출시로 반격을 가한 셈이다.

삼성과 퀄컴의 관계도 극적으로 달라졌다. 삼성이 갤럭시S6의 두뇌에 해당하는 모바일 AP(응용프로세서)로 독자 개발한 ‘엑시노스’ 칩을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최고급 스마트폰에 삼성칩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그동안 대부분 스마트폰에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썼지만 이번에 바꿨다. 그만큼 삼성칩의 성능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모바일AP 시장 점유율은 퀄컴이 53%, 삼성이 4%로 비교조차 힘들지만 갤럭시S6에 삼성칩이 장착되면서 삼성으로선 퀄컴과 시장쟁탈전을 벌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삼성은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지는 않고 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선 퀄컴이 삼성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퀄컴은 공장이 없어 자체 설계한 칩을 삼성전자 등 외부 업체에 맡긴다. 삼성으로선 퀄컴으로부터 일감을 따내기 위해 퀄컴을 자극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애플과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올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S6를 공개하면서 평소와 달리 애플 아이폰과의 비교를 서슴지 않았다. 삼성이 경쟁사 제품을 직접 비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해 애플의 공세로 실적이 급락했을 뿐 아니라 세계 스마트폰 선두 자리마저 위협받으면서 “삼성이 독해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부품 부문에서 애플은 삼성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