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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기술도 착하고 가격도 착한 적정기술 제품 5가지

기술이 주는 이로움은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스마트폰만 해도 각종 정보의 접근성을 높여주고(지도 ), 즐거움을 주며(클래시오브클랜 ), 나만의 휴대용 저장소(사진첩 )로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소득이 1.25 달러인 사람들에겐 기술이 주는 효익이 명확하다. 바로 '시간'이다.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음식을 오래도록 저장하고, 시력을 교정하는 일은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지 못하는 이들이 빨리 꿈에 가까워질 있게 한다. 때문에 이들이 기술을 만날 , '당장 돈으로 이용할 있는가' 중요하다. 착한 가격으로 시간을 벌어줄 적정기술 제품은 그래서 주목받을 만하다.



1. 500원 짜리 냉장 항아리: 팟인팟쿨러(Pot-in-pot cooler)



차드나 에티오피아의 사막 지역은 기온이 40도를 웃돌기도 하는 무더운 곳이다. 이렇게 더우니 힘들게 수확한 농작물들은 금방 상해 버린다. 냉장고만 있으면 될 텐데, 문제는 전기다. 그래서 만들어진 무(無)전기 냉장고가 바로 항아리 냉장고, 팟인팟 쿨러(Pot-in-pot cooler)다.


‘항아리 속 항아리’라는 이름처럼, 큰 항아리 안에 작은 항아리를 넣은 뒤, 그 틈에 모래와 물을 채워 젖은 천을 덮으면 완성된다. 모래가 머금은 물이 증발하면서 작은 항아리 속의 열을 빼앗아 그 속의 온도를 낮추는 원리다. 이 작은 항아리 안에 넣어 두면, 원래 이틀이면 상하던 각종 농산물도 3주간 신선하게 유지된다. 항아리는 지역 농민들이 직접 만들 수 있으며, 40센트로 한 쌍을 구매할 수도 있다.



2. 말라리아 잡는 천 원짜리 현미경: 폴드스코프(Foldscope)


 


WHO는 2013년 전 세계에서 말라리아로 58만4천 명이 죽었다고 발표했다. 그중 90%가 소말리아 등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국민이다. 관찰 장비나 치료 도구가 없는 탓이다. 이들을 위해, 스탠퍼드 대학이 나섰다. 1달러도 채 안 되는 돈(0.97달러)으로 만들 수 있는 ‘종이 현미경’을 내놓은 것이다.



폴드스코프로 본 꽃잎


폴드스코프(Foldscope), 접는 현미경은 종이에 인쇄된 전개도를 그대로 접으면 완성된다. 관찰용 렌즈나 빛을 제공하는 소형 LED 전구는 종이 위에 박혀 있다. 렌즈의 배율은 2,000배로, 대장균이나 말라리아 기생충을 충분히 식별할 있는 정도다. 현미경은 종이로 만들어진 데다 값이 싸기 때문에 감염 걱정이 있을 경우 바로 태울 있으며, 조립하기도 쉬워 아이들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2014 베타 테스트 제품을 선보였고, 현재는 생산을 중단하고 보급 일반화를 준비 중이다.


3. 2,000원짜리 출산 위생 도구: 잰마키트(Janma kit)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 소개된 잰마키트 홍보 영상

소셜벤처 AYZH의 대표 Zubadia Bai는 아쇼카 펠로우이기도 하다.


출산 세균에 감염되면 엄마도, 아이도 위험하다. WHO UNFPA 따르면, 세계에서 2013 출산 세균 감염 등으로 사망한 산모는 29 명이었고 개발도상국의 산모 사망 발생률은 선진국의 14배에 달했다. 이토록 무서운 세균 감염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답을 찾던 인도의 소셜벤처 AYZH 잰마키트(Janma kit)라는 출산용 키트를 만들었다.


패키지에는 WHO 출산에 필요한 기구로 지정한 , 세정제, 시트 등이 위생 처리되어 들어가 있다. 가격은 2달러이며, 명이라도 건강하게 출산할 있게 하기 위해 지역의 약국이나 병원에 무료 지급되기도 한다. 키트 가방은 사용 지갑으로 있게 디자인되었고, 황마로 만들어져 땅에 버리면 생분해된다. 지역 여성들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잰마키트는 지역 일자리 제공에도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현재 AYZH 신생아를 위한 키트와 가족계획 키트 등을 추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4. 2만8천 원, 또는 무료로 검사하고 쓰는 안경: 어드스펙스(Adspecs)



우리는 눈이 나빠졌을 때, 세 단계만 거치면 된다. [안경원에 간다 - 검안을 한다 - 안경을 맞춰온다]. 하지만 이건 8,000명에 한 명꼴로 검안사가 존재하는 선진국의 경우다. 아프리카 말리의 경우 검안사는 100만 명당 한 명꼴이다. 그러니 돈 문제 이전에 안경원을 찾는 게 문제다. 검안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들을 위한 셀프 조정 안경이 있다.



자가 검안 안경인 어드스펙스(Adspecs)는 실리콘 오일을 두 겹의 렌즈 사이에 주입해 도수를 조절하는 안경이다. 안경이 필요한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오일의 양을 조절해 스스로 도수를 맞출 수 있고, 도수 조절 후에는 액체 주입기를 떼어내면 된다. 가격은 19달러, 결코 싸지는 않아 보인다. 다행히 액체 안경을 개발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조시 실버(Josh silver) 교수는 추가 기술개발을 통해 1달러까지 낮출 예정이며, ‘Global vision 2020’이라는 시력 관련 비영리 단체와 손잡고 2020년까지 기부금을 통해 10억 명의 안경이 필요한 사람에게 액체 안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5. 사탕수수 찌꺼기로 만드는 안전한 연료: 사탕수수 숯(Sugarcane charcoal)



삼시세끼, 아이티의 부엌에선 장작이 탄다. 매일같이 불을 피워 요리하느라 이들은 호흡기 질환에 쉽게 노출되고, 연료가 될 목재를 구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다(여성이나 아이들은 오가는 길에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미 99%의 삼림이 벗겨져 없어진 아이티 땅의 나무들은 매일같이 하나둘씩 베어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땔감을 위해 나선 MIT의 D-lab은 사탕수수 부산물을 이용한 연료인 사탕수수 숯(Sugarcane charcoal)을 만들었다. 사탕수수 부산물을 태운 뒤 그 가루를 카사바 뿌리 반죽과 잘 섞어 압축해서 숯을 만드는 것이다. D-lab은 실험 결과, 이렇게 만들어진 사탕수수 숯이 나무를 태우는 것에 비해 연기를 적게 내고, 화력은 조리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숯은 3kg당 1달러 정도면 살 수 있다. 숯의 원재료 역시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