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T & Insight/IT News

기업은 정말 소비자가 원하는 아이템을 만들고 있을까

성동호 서울산업진흥원(SBA) 스타트업II 센터장

창업붐이다. 불경기, 베이비부머의 은퇴, 청년실업율과 정부의 정책이 맞물려 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고 있다. SBA는 기업 생존율을 높이고 폐업을 막고자 청년창업1000프로젝트, 기업보육사업, 창업스쿨 등 창업 준비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창업 기업은 949만개가 생겨났고 793만개가 폐업했다. 많은 기업들이 생겨나지만 왜 그만큼 폐업도 많이 하는 것인가?

기업은 이윤을 남겨야 하는 회사이다. 국내외로 유명한 삼성, LG 등 굴지의 제조업회사와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에서 동네 치킨 집까지 모두 이윤을 위해 창업했고,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 목적에 맞게 사업을 준비하는 모든 행위를 비즈니스 모델의 수립이라고 한다. 고객, 사업 아이템, 자금의 흐름 등을 일련의 문서로 만들어 자신의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수립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아 폐업하는 기업들을 많이 봤다

2014년에 뛰어난 기술을 가진 A업체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업체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었다. 세계 유일의 아이템이었고, 경쟁자도 전무했다. 하지만 그 회사는 오래가지 않아 폐업하고 말았다. 시장에는 그 제품을 사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기술에 혹해서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물건, 즉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시장조사의 부재가 A업체를 폐업시켰다.

시장은 넓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자도 많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네에 작은 치킨 집을 창업한다 하더라도 다른 치킨 집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면이 없다면 절대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물론, 홍보 부족으로 인해 판로를 내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우선적으로 기업은 ‘누군가가 원하고, 사고 싶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제품이든 서비스든 간에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기업은 매출 유무를 떠나 존속하기 어렵다. 창업의 어려움을 단순히 자본의 부재로만 여기고 자본력만으로 창업을 성공시키려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일이다.

‘누군가가 원하고, 사고 싶은 것’을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우선 누군가가 겪고 있는 문제를 찾아야 하고, 그 문제를 가진 사람의 수가 많아야 한다. 그 소비자의 유형을 분석해야 하며 업계에서 남다른 경쟁력 또한 갖춰야 한다. 분석과 검증을 수없이 반복하며 자신만의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뛰어난 기술력, 정확한 고객 파악, 자금 확보 등 모든 계획들을 수립한 후에야 창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창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청년들이 취업을 위한 성장이 아니라 창업이라는 미래를 장래의 한 옵션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장려하고 관련 교육 등을 통해 다방면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 안에서 실패를 인정하며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가는 사회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앞으로 체계적으로 준비된 획기적인 아이템들이 많이 탄생해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