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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가전·자동차산업 판도 바꾸는 '센서혁명'

100조원대로 빠르게 커지고 있는 글로벌 센서 시장이 가전제품과 자동차 산업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제품 본연의 기능 경쟁을 뛰어넘어 이제는 기기 서로 간 연결을 통해 인간의 생각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양상이다. 여기에는 조용하게 번지는 '센서 혁명'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ES아시아 2016'에서 게리 샤피로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 회장이 올해 정보기술(IT) 업계 최대 키워드를 '센서라이제이션(Sensorization)'이라고 밝혔다.

19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0년만 해도 60조원을 조금 웃돌았던 전 세계 센서 시장이 올해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매년 8%씩 성장하면서 IT 산업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로 커지는 시장이다.

스마트카와 함께 최근 자율주행차로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관련 센서 시장이 올해 2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돼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어 가전제품을 비롯한 일반 소비재 산업 센서 시장이 15조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사물인터넷(IoT) 현실화로 빠르게 커지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다양한 센서를 달고 가전 시장을 휩쓸고 있는 냉장고, 에어컨, 공기청정기 같은 제품이다.

요즘 에어컨에는 인체 감지 센서를 곳곳에 장착하고 있다. LG전자 '휘센듀얼 에어컨'에는 최대 5m 거리까지, 좌우로는 최대 105도 범위에서 사람의 수와 위치, 활동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센서가 달렸다.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조절한다. 바로 앞 거실에 있는 사람에겐 약한 바람을, 멀리 주방에 떨어져 있는 사람에겐 강한 냉기를 쏘아주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스마트에어컨 Q9000'에 달린 공기청정기는 더 세밀하다. 온도가 높아지면 전기저항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반도체 회로용 소자를 이용한 온도 센서와 가스분자가 반도체 센서 물질 표면에 달라붙을 때 생기는 전자 흐름 변화를 통해 가스 농도를 감지해낸다. 특히 미세먼지의 경우는 센서가 공기 중의 먼지에 빛을 쏴서 반사되는 양을 계산해 농도를 측정한다.

지난해부터 북미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삼성전자 '드럼세탁기 애드워시'에는 추가 세탁 여부를 세탁기 스스로 조절해주는 기능이 있다. 세탁 과정에서 물의 오염이 심하면 세탁기가 알아서 세제의 양과 세탁 시간, 헹굼 횟수를 늘려준다.

올해 초 처음 공개한 'LG 시그니처 냉장고'는 20여 개 각종 센서로 기존 냉장고 개념을 바꿨다.

냉장고 문을 두 번 두드리면 센서가 감지해 조명이 켜지면서 냉장고 안 모습을 앞면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적외선 센서 기능이 있어 발을 냉장고 하단에 갖다대면 문이 저절로 열린다.

자동차와 모바일 기기는 사실상 최첨단 센서의 각축장이다.

초기만 해도 이미지센서를 비롯한 기본 센서 다섯 종류 정도에 그쳤던 스마트 기기 센서가 최근에는 20개에 육박한다.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 센서, 등산 등 외부 활동에 필요한 센서, 헬스케어 목적을 위한 바이오 센서 등 목적별로 다양한 센서가 복합적으로 개발돼 탑재될 전망이다.

자동차는 더 많다. 적외선 센서를 통한 야간 투시 기능은 물론 가속도 센서, 압력 센서, 각속도 센서 등 차로 유지를 포함한 수많은 자율운행 기능 센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해외 기업 인수 또는 지분투자를 통한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삼성도 주 타깃은 '센서' 개발 업체다. 삼성은 올해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센시프리를 비롯한 해외 스타트업 기업 5곳의 지분을 사들였는데, 각종 첨단 센서 개발 스타트업과 모바일용 기술, 비접촉 방식 기술을 가진 기업에 집중됐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와 카메라, 바이오 측정용 기기 등에서 사용하는 센서 기술 개발 업체들에 관심이 많았다.

소재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초고화질 TV에 활용되는 퀀텀닷이 각종 센서로도 응용 가능하다.

[송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