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이 없는 하늘이라고 해서 비행기가 어디든지 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상의 도로처럼 하늘에도 엄연히 비행기가 다니는 길이 존재하는데,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하늘길을 가리켜 ‘항로(airway)’라고 부른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무인항공기인 드론(drone)에 대해서도 비행기의 항로처럼 전용으로 다닐 수 있는 하늘길이 새롭게 마련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물류운송과 재난안전, 그리고 농업지원 등 드론의 활용분야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안전관리 및 사고예방 차원에서 드론을 위한 전용 ‘드론길’ 구축을 세계 최초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드론길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입체적 경로
드론길이란 드론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3차원 정밀 공간정보’와 ‘비행에 방해되는 장애물 정보’를 포함시킨 새로운 개념의 입체적 경로를 말한다. 현재는 드론 비행시 2차원 지도가 활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사용자들이 드론을 안전하게 날리고 싶어도 고층 빌딩이나 전신주, 그리고 송전탑 등 입체적인 장애물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못하고 있음을 호소하면서 이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물류운송 분야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신산업 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도심지에서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드론용 지도나 내비게이션 등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드론 사용자들의 요구가 이처럼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조종의 주체와 운항 범위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드론 조종을 일일이 사람이 수행했고, 운항 영역도 눈에 보이는 범위 안이었지만, 이제는 드론 스스로 자율주행을 하면서 비가시권 영역으로 비행하는 경우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드론길 구축 프로젝트는 이 같은 드론의 운항 추세에 따라 반드시 갖춰야할 기반 사업이라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사용자의 눈에 보이지 않은 지역에까지 드론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드론이 전용으로 다니게 되는 하늘길을 입체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드론길 구축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업무 분야는 ‘3차원 공간 격자망의 구축’과 ‘드론길 구현을 위한 기술개발’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다.
3차원 공간 격자망이란 생활 공간과 사회 기반시설, 자연현상과 같이 드론 비행에 관여되는 모든 정보를 융합하여 이를 3차원 격자망으로 표현하고, 각 격자망별로 드론길을 구축할 수 있도록 구획한 공간정보 모델을 의미한다.
3차원 입체 정보 구축은 세계 최초 사례
국토부는 현재 ‘드론 안전성 검증 시범사업’을 통해 지정된 전주와 영월 지역을 대상으로, 드론길 조성을 위한 시범 공간정보 구축 및 기술 개발 등의 업무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그 첫 번째 과정으로 지난 7월 15일에 드론의 안전한 비행에 필요한 장애물 정보 및 드론 자율주행 저해요소 등의 확인을 위해 전주에서 비행 시연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연말에는 시범사업 성과를 물류운송에 적용하여, 드론의 비가시권 자율운항 시범운행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의 관계자는 “3차원 격자망 기반의 드론길 조성 프로젝트와 같은 개념은 해외에서도 아직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한 단계”라고 밝히며 “도심지역에서의 상업용 드론 활성화라는 대명제 아래 드론길 조성이 조기에 실용화될 경우, 경쟁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한발 앞서 나가면서 신산업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현재 드론길 조성사업과 관련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공간정보진흥과의 이진혁 주무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3차원 격자망 형태로 구축된 정보는 어디에 탑재되는가? 네비게이션이 자동차에 들어가듯 드론에 탑재되는 것인가?
드론에 탑재시키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앞으로의 드론이 자율운행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스스로 장애물을 인지하고 피해가려면 비행하는 하드웨어에 내장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이 외에도 비가시권 영역을 비행해야 하는 만큼, 이를 조종할 수 있는 관제탑에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 전주에서 열렸던 비행 시연회의 결과는?
성공적인 부분도 있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있었다. 일부 드론은 시연회가 열리고 있는 장소의 인근 야산으로 넘어가 버리면서 나무에 부딪쳐 추락하는 일도 벌어졌는데, 오히려 그런 해프닝으로 인해 드론길 구축의 필요성을 더 절감할 수 있었다.
- 우리의 드론길 구축과 유사한 해외 사례가 있는지?
미국이나 일본에서 드론을 이용하여 물류 운송을 한 사례들은 모두 구글맵을 기반으로 한 2차원 지도를 활용했다. 다시 말해 빌딩이나 나무 같은 방해물이 없는 상공을 날아서 운송을 한 것인데,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드론길은 고층 빌딩과 시설물들로 인해 일정한 높이 이상으로 날기 어려운 도심지에서 효과적으로 날 수 있는 경로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ScienceTimes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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