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이세돌 9단을 꺾은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가 이끄는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이 진화한 인공지능 컴퓨팅 기술을 공개했다. 기존 ‘딥러닝’ 시스템에 저장장치와 ‘컨트롤러’를 접목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추론’과 유사한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 기술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데미스 하사비스를 비롯한 알렉스 그레이브스, 그렉 웨인 등 딥마인드 주축들의 최근 연구 성과가 담긴 논문을 12일(현지시간) 온라인 판에 게재했다.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가운데)가 지난 3월 이세돌9단과 알파고의 대결 때 간담회를 하고 있다./조선DB
알파고에 적용된 인공신경망과 딥러닝 기법은 수많은 사례를 학습시킨 뒤 최적의 판단을 하도록 설계됐다.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의 진보한 형태인 딥러닝은 컴퓨터상에 가상의 신경망을 만든 뒤 신경망 노드(뇌의 뉴런)의 연결 가중치를 변화시켜 가상의 신경망을 학습시킨다.
이 과정에서 연결 가중치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가 저장매체에 조직화되지 않은 상태로 저장된다. 학습이나 훈련이 완료된 가상의 신경망이 저장한 데이터는 조직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저장 데이터를 확인해도 인공 신경망의 활동 구조 및 학습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로 표현되는 디지털 데이터를 읽은 뒤 특정 목적에 맞춰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따라 작업을 수행한다. 스스로 학습해 최적의 결과를 제시하는 인공지능 컴퓨팅과는 다른 부분이다.
반면 인간은 극소량의 전기 신호에 의해 작동되는 뉴런의 연결망으로 복잡한 문자나 이미지 같은 심볼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나 인공지능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고도의 과학적, 철학적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추론 능력이 있는 것이다.
딥마인드 연구진은 기존 딥러닝 인공지능 컴퓨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DNC(Differentiable Neural Computer)’를 고안했다. 일반 컴퓨터에 활용되는 메모리(RAM)을 인공신경망에 적용해 구조화된 데이터를 인공지능 컴퓨터가 읽어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연구진은 DNC를 구현하기 위해 인공신경망의 동작을 지시하는 제어장치(컨트롤러)와 학습의 결과를 구조화된 데이터로 저장하는 저장장치를 분리하는 계산구조를 적용했다. 그 결과 DNC는 인간 두뇌의 해마와 유사하게 학습한 내용을 매우 조직화된 상태로 저장(기억)하기 때문에 저장된 데이터의 상징적 의미를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이창기 강원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사람으로 따져보면 메모를 하고, 필요할 때 다시 찾아서 읽을 수 있는 기능을 기존 신경망에 추가한 것”이라며 “장기기억을 담당하는 사람 뇌의 해마와 같은 기능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딥마인드 연구진이 DNC에 런던 지하철 노선도를 학습시킨 뒤, 임의의 두 역을 지정해 가장 빠룬 루트를 찾아가게 한 모습./네이처 제공
실제로 연구진은 DNC에 런던 지하철 노선도와, 임의의 두 역 사이의 가장 빠른 길을 학습시켰다. 그런 뒤 임의로 두 역을 입력하고 가장 빠른 길을 찾아달라고 했다. 그 결과 기존의 인공신경망 컴퓨터 모델에서는 정확도가 약 37%에 불과했지만 DNC가 수행한 계산의 정확도는 약 99%까지 향상됐다.
정두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DNC가 학습한 정보를 조직화해 순차적으로 저장매체의 기억 위치를 가져와 가장 빠른 지하철 루트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이번 연구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조직화된 인공신경망의 기억을 스스로 끄집어내 추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기자 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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