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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도 몰랐던 비법, 숙성알고리즘·메탈·빅데이터로 찾아냈죠"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연구소 식품연구실. 수십 대의 김치냉장고 도어(문)에는 ‘실험중, 절대 문을 열지 마시오’라는 경고장이 붙어 있었다. 배추김치, 깍두기, 열무 등 온간 종류의 김치를 대상으로 이른바 ‘김치숙성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중이었다. 

이명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본부 수석 연구원은 “숙성은 그야말로 수학에 가깝다”며 “선조들이 겨울철 김치를 땅속 김장독에 넣고 보관하듯이, 김치냉장고의 온도 변화와 바람의 세기 등 환경적 변수를 바꿔가며 가장 맛있는 김치숙성의 알고리즘을 찾는 것이 이 실험실의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냉장고개발 담당 연구원의 모습. (왼쪽부터) 고성복 책임, 윤서은 사원, 이명주 수석, 윤영 책임, 조창훈 책임 연구원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냉장고개발 담당 연구원의 모습. (왼쪽부터) 고성복 책임, 윤서은 사원, 이명주 수석, 윤영 책임, 조창훈 책임 연구원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2017년형 ‘지펠아삭 M9000’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하반기 시장 점유율은 50%에 가깝다. 실험실에서 만난 지펠아삭 M9000 개발 주역 5인은 인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숙성 알고리즘’과 ‘메탈’, ‘소비자 빅데이터 분석’을 꼽았다. 국내 김치냉장고 제조사 최초로 냉장고 내부의 온도차를 ±0.3까지 낮춘 정온 기술, 이를 위해 냉장고 바닥과 김치통까지 메탈(금속 소재)로 감싼 승부수, 빅데이터로 달라진 소비자 입맛 분석까지 삼박자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 며느리도 몰랐던 ‘김치 숙성 알고리즘’ 

끊임없는 실험은 빅데이터를 만든다. 그 빅데이터에서 김치 숙성 알고리즘이 탄생한다. 김치가 숙성되는 온도와 시간 등의 환경 변수를 세분화해서 어떤 조건에 김치가 가장 맛있게 익는 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김치의 산도와 유산균량 등 맛있는 김치의 조건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겨울철 땅속에 숨겨진 자연발효 환경의 비밀을 파헤치는 주요 작업이다. 

 이명주 수석 연구원과 윤영 책임 연구원이 숙성 알고리즘 실험 중인 김치의 유산균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명주 수석 연구원과 윤영 책임 연구원이 숙성 알고리즘 실험 중인 김치의 유산균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만든 김치 숙성 알고리즘으로 탄생한 것이 ‘저온쿨링숙성’ 기술이다. 저온쿨링숙성은 김치를 6도 온도에서 숙성해 건강에 좋은 효소와 유산균을 활성화시키는 기술이다. 김치를 바로 저장했을 때보다 아삭함이 살아난다.

또 삼성전자가 지난해 개발한 ‘묵은지 숙성 모드’ 기능도 김치 알고리즘 덕분에 탄생했다. 묵은지 숙성 모드는 일반 김치를 60일 만에 묵은지로 만들어 주는 기능이다. 묵은지 숙성 모드의 비밀은 온도의 변화다. 김치를 10도 이상 환경에서 보관하며 선발효 시킨뒤, 땅속과 같은 -1도로 온도를 내려 냉각, 다시 후발효를 하는 등 온도차를 두며 숙성 시키는 것이다.

이 밖에 고기나 생선을 최적 온도로 보관할 수 있는 ‘밀폐전문실’, 별미김치·묵은지·육류 숙성이 가능한 ‘전문숙성 기능’, 정기적으로 냉기를 쏘아주어 김치의 아삭한 맛을 유지시켜주는 ‘아삭김치’ 모드 등도 숙성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이뤄졌다.

이 수석은 “숙성 알고리즘은 김치냉장고의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에 김치냉장고 제조사마다 기밀사항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숙성 알고리즘 연구를 시작해왔고 처음에는 단순 신맛을 나게 하는 수준에서 출발했다”며 “발효기술이 점차 진화하면서 이제는 유산균 촉진과 아미노산, 비타민 활성화 등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 최고의 김치맛을 내는 수준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 지펠아삭, 메탈로 냉기(冷氣) 잡았다.

숙성 알고리즘을 간파했더라도 알고리즘을 재현하지 무용지물이다. 삼성전자는 ‘M9000’에 메탈그라운드를 더해 숙성 알고리즘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메탈그라운드는 말 그대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말한다. M9000에는 김치통을 올려두는 ‘메탈쿨링선반’, 외기유입과 내기 유출을 막는 ‘메탈쿨링커버’, 김치를 넣어두는 ‘메탈쿨링김치통’을 모두 스테인리스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정온 기능이 뛰어나다.

삼성전자가 김치냉장고에 메탈을 사용한 것은 금속의 열전도율 때문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보냉병이 찬물을 보관하면 냉기를 더 오래 유지해주듯, 메탈 소재의 김치냉장고라면 사용자가 자주 여닫더라도 단시간에 냉각시켜, 원래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삼성전자 지펠아삭 M9000의 메탈그라운드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지펠아삭 M9000의 메탈그라운드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메탈그라운드는 일반 플라스틱 선반 등에 비해 김치통에서 숙성·보관하는 것보다 더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식감을 유지시켜준다. 실제 김치를 상온에서 숙성했을 때보다 메탈그라운드에서 숙성할 경우 유산균이 2.5배 더 많다.

윤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책임 연구원은 “온도 편차가 0.2도만 커져도 김치가 15%나 더 숙성하기 때문에 김치 숙성에서 정온 유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내부 공간마다 미세 온도 변화까지 잡기 위해 지난해 9개 지점에 두었던 온도 체크 포인트를 올해 신제품에서는 36개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고성복 생활가전사업부 냉장고개발 책임은 “냉장고 내·외부와 김치통의 정온 능력 향상을 위해 수많은 소재를 사용해 테스트 제품을 만들었다”며 “M9000의 메탈쿨링 김치통을 따로 구입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문의가 있을 만큼 반응이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메탈쿨링 김치통의 장점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메탈쿨링 김치통의 장점 /삼성전자 제공

메틸쿨링 김치통은 삼성전자 광주공장에서 직접 생산된다. 메탈쿨링김치통은 냉기를 오래 보존해 김치를 더 차갑고 아삭하게 보관해 준다. 또 스테인리스의 낮은 기체 투과율은 보다 강력한 밀폐를 가능케 해 효모와 같은 부패균의 발생을 감소시켜 김치의 장기간 보관에도 용이하다. 특히 세계적인 시험·인증기관인 SGS를 통해 납과 카드뮴, 육가클모 등 유해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안전한 용기로 인증받았다.

이 밖에 기존 폴리프로필렌(PP) 재질 플라스틱 김치통과 달리 메탈쿨링김치통은 발효음식이나 절임류 같이 향이 강한 음식을 장기간 보관해도 냄새나 국물이 통에 배지 않는다. 또 금속 재질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녹슬지 않는다. 팔팔 끓는 소스를 담아도 환경호르몬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

조창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냉장고개발 책임은 “메탈쿨링김치통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총 11개의 공정을 거친다”며 “밀폐력 등 김치통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1mm의 오차도 없어야 하고, 이는 삼성전자의 오래된 금형기술이 밑바탕 됐다”고 말했다.

◆ 달라지는 소비자 입맛…빅데이터로 잡았다.

삼성전자의 김치냉장고 신제품 출시 주기는 1년 정도다. 김장철을 앞두고 9월에 신제품을 출시한 뒤, 내년 신제품에 대한 콘셉트를 잡고 개발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개발에 앞서 다양한 소비자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명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냉장고PM(Project Management) 대리는 “지펠아삭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물론, 인터넷과 언론의 반응, 소비자 설문조사 등 다양한 부분의 연구결과를 가지고 제품 기능과 마케팅 포인트를 잡는다”며 “김치를 담는 캡슐의 크기와 손잡이 위치, 수납공간 배치 순서를 정하는 데는 가정주부와 주요 유통 딜러, 판매점 상담직원들 의견까지 모두 반영했다”고 말했다.

삼성 지펠아삭 개발 5人이 말하는 이유 있는 흥행..."며느리도 몰랐던 비법, 숙성알고리즘·메탈·빅데이터로 찾아냈죠"

◆삼성전자 지펠아삭이 보유한 정온 능력과 다양한 숙성 알고리즘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달라진 소비자의 입맛에도 대응하고 있다. 실제 소비자가 선호하는 김치맛도 매년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소금이나 젓갈 사용량을 줄여 염분 농도를 2% 이내로 낮춘 ‘저염김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저염김치는 고혈압·고지혈증·빈혈·당뇨·위암·비만 등 각종 질환 발생 예방에 효과적인 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염김치는 염분이 적은만큼 보관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삼성전자 지펠아삭M9000에는 ‘저염 김치 저장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사용자가 김치 염도에 따라 저장 온도만 설정하면, 김치냉장고가 자동으로 최적의 숙성 알고리즘이 실행돼 아삭한 저염김치를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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