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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작사·작곡=인공지능, 편곡=인간

작사·작곡=인공지능, 편곡=인간

인공지능·사람 협업한 노래 공개
음악 이론·춤 학습한 인공지능, 사람처럼 창작물 만들 수 있어
"AI, 사람 대체하는 게 아니라 협력 통해 더 나은 결과물 생산"

11월 1일 11시 1분. 음악의 미래가 도착했다.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세계를 암시하는 시간에, 인공지능(AI)과 사람이 함께 만든 노래와 뮤직비디오, 춤 등을 공개하는 발표회가 서울 회기동 한국콘텐츠진흥원 인재캠퍼스에서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AI 개발자 6팀과 잠비나이 등 음악가와 비보이 등을 섭외해 10주간 진행한 협업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사회를 맡은 가수 겸 작곡가 윤상은 "한 명의 음악가로서 인공지능이 과연 어떤 음악을 창작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말로 발표회를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6팀의 개발자들이 만든 6개의 AI는 각자 작사·작곡, 안무 창작, 뮤직비디오 제작, 음악 DJ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사람이 있는 공간의 소리를 분석해 그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거나, 사람들이 마치 스타와 실시간 채팅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채팅봇(BOT·자동으로 대화를 생성하는 인공지능의 일종)을 개발한 팀도 있었다. 개발자들은 "AI의 핵심은 학습"이라며 "사람이 음악이나 춤을 창작하기 위해 음악 이론과 춤을 배워야 하는 것처럼 인공지능 역시 학습을 통해 사람처럼 창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AI의 창작 과정은 대체로 비슷했다. 개발자가 기존에 있는 음악이나 노래 가사, 뮤직비디오 영상 등을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어 AI에 입력시킨다. 그러면 AI가 이 데이터들을 학습해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1일 서울 회기동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AI가 공간의 소리를 분석해 그에 맞는 음악을 즉석에서 틀어주는 걸 사람이 감상하고 있는 모습.
1일 서울 회기동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AI가 공간의 소리를 분석해 그에 맞는 음악을 즉석에서 틀어주는 걸 사람이 감상하고 있는 모습. /장련성 객원기자
비보이 안무 창작 AI를 개발한 김세옥씨는 "실제 비보이들이 춤을 출 때 관절이 움직이는 방향이나 각도, 발의 높이 등을 데이터로 만들어 AI에 입력한 후 이를 바탕으로 AI 스스로 안무를 창작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가사를 만들 때도 노래 데이터와 함께 '질척거리는', '늦은' 등의 키워드를 AI에 입력하면 AI가 이를 토대로 "온도에 강물은 녹아요" "미련은 밤도 없이 한숨을 몰아쉬어요" 같은 노랫말을 창작했다. 발표회를 관람한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발표된 노래나 춤은 창작물로 치면 초기 단계라 뭐라고 평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대중음악 산업에서 앞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AI)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닙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은 서로 협력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음악가나 개발자들은 "AI가 사람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했다. AI와 함께 발라드곡을 만든 퓨전 국악 밴드 '잠비나이'의 리더 이일우씨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에선 AI가 만든 9가지 음악 샘플을 받았고 이 중에 영감이 오는 것을 골라서 곡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김현지 기자
AI가 만든 주(主) 선율에 이씨가 다양한 사운드를 덧붙이고 편곡 작업을 거쳐 곡을 완성하는 것이다. 음악 DJ의 경우도 AI가 주어진 상황에 맞는 음악들을 골라주면, 인간 DJ가 즉석에서 그 음악을 믹싱(둘 이상의 음향을 섞는 작업)해서 들려줬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버즈뮤직코리아의 이정석 대표는 "사람의 경우 창의성이 막다른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 AI가 일종의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2/20171102001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