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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항해사 없이 이동하는 ‘자율운항선박’

바퀴나 비행 장치 등을 통해 자기 스스로 돌아다니는 로봇, 이른바 ‘자율이동 로봇’이 미래 사회의 첨병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람이 직접 조종할 필요가 없는 자율이동 시스템이 실용화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래형 자율운항 화물선의 모습을 그린 상상도. 자율운항선박을 화물선에 적용할 경우 대량의 화물을 자동으로 실어나를 수 있어 해상물류에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롤스로이스


자율주행차’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의 경우는 미래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거라는 예상은 손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의외로 ‘선박’의 중요성은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선박 자율주행 부분은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아마 일생생활에서 자주 볼 수 없어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선박, 이른바 ‘자율운항선박’은 자동차나 드론 등에 비해 빠르게 현실화가 가능하며, 그 실용성 역시 매우 높은 분야다. 자율운항선박의 등장은 해상 교통이나 물류, 레저스포츠 분야의 모습을 큰 폭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조타수 사라진 선박, 빠르게 실용화 중

현재도 고성능 선박은 정해진 항로를 따라 자동으로 나아가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항공기의 ‘오토파일럿’ 기능, 자동차의 ‘크루즈’ 기능과 비슷한 것으로 단순히 인간이 정해 준 항로를 따라 나아갈 뿐이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며, 능동적으로 항로를 변경하는 것 역시 어렵다. 자동으로 중심을 잡고 나아갈 뿐, 항상 사람이 지켜보며 수시로 설정을 변경해 주어야 한다.



자율운항선박의 조타실을 그린 상상도. 선박은 자율로 운영되며 사람은 선박의 상태를 점검하는 일만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롤스로이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운항선박의 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런 자율운항선박은 주변 선박의 정보, 파고의 높이, 태풍 등의 변수 등을 고려해 배가 나아갈 항로를 인공지능을 통해 스스로 결정한다. 배가 일단 출항한 다음부터는 조타수가 할 일이 거의 사라지는 셈이다. 비상시를 고려해 수동 조타가 가능한 항해사는 탑승할 필요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선박 운항에 사람의 손이 필요 없게 된다.

자율운항선박이 기술적으로 자동차나 드론 등에 비해 개발이 더 쉽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자율이동체 로봇과 마찬가지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총체적으로 융합할 필요가 있는 데다 바다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별도로 개발해야 할 기술 역시 많다.

그러나 사고 위험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선박의 경우 일단 바다로 나아가면 주변에 장애물이 거의 없다. 또 자동차나 항공기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므로 연산장치의 부담이 걸릴 우려도 적으며, 주위를 파악해야 하는 센서의 성능 등에서도 여유가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소규모 선박에 자율운항 기능을 얹은 ‘무인 선박’이다. 빠르게 바다 위를 누비고 다니며 조업 감시, 어군 탐지, 해양 관측·조사, 오염 방제, 해양 청소, 해난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현재 운항 중인 여객선, 화물선, 과학탐사선 등의 대형 선박에 자율운항 기능을 얹은 것이다. 사람이 일으킬 수 있는 착각이나 실수를 방지해 안전성을 높이고 운용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절감 효과 역시 높아지므로 주목받고 있다. 일자리 침해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해운사는 선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육체적으로 힘든 3D 직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지원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운항선박은 이런 부담을 덜어줄 대안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 3월 국제시장조사 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MarketsandMarkets)의 자율운항 선박과 세계 물류 자동화 시장 전망 보고서 내용을 기반으로 향후 세계 시장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연평균 7.0%씩 성장하며, 2030년에는 시장규모가 138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등 각국서 앞다퉈 실용화 준비…국내 연구진도 관련 연구 박차

자율운항선박의 작동 원리는 자율주행차와 비슷하지만 바다라는 특수상황에 맞춰 별도로 고려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자동차에 꼭 필요한 차선인식기능 등은 필요가 없어지는 반면, 암초나 조수간만의 차, 해류의 움직임 등도 고려해야 한다.

선박의 특성에 맞는 운행시스템 역시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파도도 적지 않은 변수다. 선체는 항상 사방으로 심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카메라 같은 센서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움직임을 보정해 주는 기술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롤스로이스와 핀란드 국영 선박 운영 회사인 ‘핀 페리’가 공동으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자율운항 페리의 모습. 공개현장에서 진행된 테스트 항해에서 승무원의 개입없이 운항이 이뤄졌다. ⓒ 핀 페리




현재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40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해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다.

실제 운항에 성공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영국과 핀란드 공동 연구진은 승객 80여 명을 태운 세계 첫 완전자율운항 여객선 ‘팔코(Falco)’의 시험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8년 12월 3일(현지시간) 이 여객선은 핀란드 파르가스항을 출발해 사람의 조종 없이 나구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팔코는 운항 중 움직이는 선박 같은 장애물과 날씨 등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항로를 우회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완전 자율운항 기능을 갖춘 팔코를 내년 이후 실제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밖에 노르웨이의 한 물류업체도 세계 첫 완전자율운항 무인 화물선인 ‘야라 버클랜드’를 선보인 바 있다. 현재 건조 중인 이 선박은 역시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선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주도로 실용화에 필요한 각종 신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한국해양수산연구원 선박 AI 운항 연구단은 국내 기업과 공동으로 인간의 실수로 일어나는 선박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자율운항선박용 운항지원시스템을 개발했다. 선박의 길이와 속력 및 선박조종성능이 고려된 동적선박운항방법을 개발해 냈다.




자율운항선박은 군사용으로도 가치가 크다. 사진은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발한 자율운항선박 ‘씨헌터(Sea Hunter)’ 프로토타입 모델. ⓒ DARPA



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지난해 자체 무인수상선을 개발, 정밀 해저지형 관측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선박은 휴대전화에 주로 사용하는 ‘LTE’ 통신모듈을 이용해 연안에서 수십㎞ 이상 떨어진 도서 지역 또는 외해에서도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소형 무인작업선 ‘아라곤-Ⅲ’를 개발해 해양 순찰용, 연구용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 중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실용화 단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런 사례를 종합해 볼 때 자율운항선박의 실용화에 필요한 기술은 사실상 완성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여겨진다.

향후 관건은 법과 제도의 정비이다. 자율주행 선박도 선박법, 선원법, 선박안전법 등 관련법 규제를 받는다. 소형 자율주행 선박은 사람이 승선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법규를 누가 책임지고 준수할지 기준이 모호해지는 단점이 있다. 면허가 있는 항해사가 탑승하는 대규모 선박의 경우도 기기별로 안전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법, 제도적 규제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기술을 개발해 실제로 배에 장착하고 바다로 나아가면 그 순간 위법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 시험 해역을 건설해 이런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는 중국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경상남도는 최근 이러한 규제를 피해 무인선박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무인선박 규제자유특구’를 신청했지만 탈락한 바 있다. 한국내 자율이동체 연구자는 “드론이나 자율주행차도 각종 규제로 인해 시험운행조차 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관련 분야에서 세계 선두로 뻗어나가려면 관련 규제를 혁신적으로 철폐하는 한편, 대규모 시험장을 제공하는 등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www.sciencetimes.co.kr/?p=195551&cat=135&post_type=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