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되자, 갑자기 모든 문제를 AI로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 ‘기계적 지능’을 사용하면 AI가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들을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내·외 최고 석학들의 강연을 통해 기술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조망해 보는 행사인 ‘2019 서울미래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는 현장. 기조강연자로 나선 UCLA대의 데니스 홍 교수는 AI를 보완할 수 있는 ‘기계적 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술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석학들과 함께 조망해 보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상상력의 시대, AI가 묻다’라는 주제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맞아, 미래 이슈에 대한 융·복합적 해결방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찾아보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인공지능 보완할 수 있는 기계적 지능
‘인공지능이 아닌, 로봇의 기계적 지능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한 데니스 홍 교수는 로봇에 대해 “감각(sense)을 통해 주변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계획(plan)을 세운 뒤, 이를 통해 행동(act)하는 기계”라고 정의했다.
홍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기계적 지능(mechanical intelligence)’이란 로봇의 구성요소인 감각과 계획, 그리고 행동 중에서 SW 및 전자제어장치가 주관하던 감각과 계획의 영역까지 기계적인 영역으로 대체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는 “로봇을 SW만으로 제어하려고 하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지적하며 “복잡한 센서나 SW를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대체하여 로봇을 통제하고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기계적 지능의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정의를 기준으로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로봇을 찾는다면 스마트폰과 엘리베이터를 꼽을 수 있다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을 살펴보면 탑재되어 있는 수많은 센서로 정보를 모으고, 이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판단의 결과를 제공하지만 물리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반면에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버튼을 누르면 층수를 인지하고, 이를 통해 움직일 계획을 세운 후 실제로 이동한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스마트폰보다는 엘리베이터가 오히려 로봇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히며 “그런 점에서 볼 때 앞으로의 로봇은 사람의 모습을 닮은 형태가 아니라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을 닮는 것이 아니라 유익을 주는 로봇이 좋은 로봇
기계적 지능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홍 교수는 오랜 시간 동안 과학자들이 추구해 왔던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humanoid)의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이 개발해 온 로봇은 대부분이 사람처럼 다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방식의 이족보행 방식이었다. 하지만 두 다리 사이의 간격이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오른쪽 다리를 뻗었다가 땅에 내디딘 다음, 왼쪽 다리를 뻗는 사이의 간격 때문에 무게중심이 틀어지면서 로봇이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이에 홍 교수와 연구진은 펜싱과 발레의 동작에서 영감을 얻어 로봇이 할 수 있는 동작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앞으로 걷는 방식이 아니라 옆으로 걷는 방식의 로봇을 개발했다. 바로 ‘나비로스(NABIRoS)’다.
‘NABiRoS(Non-Anthropomorphic Bipedal Robotic System)’는 사람처럼 2개의 다리를 갖고 있지만 옆으로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꽃게의 걸음과 비슷한 원리로 걷지만 상체를 90도로 비틀어 걷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세가 장점이다.
나비로스는 옆으로 걷는 방식 외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보행 방식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문턱이 높은 선박의 실내를 다니거나 계단 같은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다리 부분은 활 모양으로 휘어져 있고, 무릎 관절 부위는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2족 보행 로봇보다도 훨씬 능숙하게 넘을 수 있다.
이렇게 나비로스를 통해 연구진은 기존 2족 보행 로봇의 문제점을 해결했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직선상의 경로는 잘 걷고 넘을 수 있지만, 휘어진 길을 만나거나 회전을 해야 할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
홍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로봇은 4개의 다리로 움직이는 ‘알프레드(ALPHRED) 시리즈’였다”라고 소개하며 “현재 두 번째 버전까지 진화한 알프레드 로봇은 상황에 따라 2족 보행도 할 수 있고, 4족 보행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홍 교수가 영상을 통해 선보인 알프레드2는 다리가 4개인 거미와 유사하다. 4개의 다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이동 시 나비로스보다 안정적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점프나 문을 두드리는 노크 같은 행동 등 기존 로봇이 수행하기 어려운 동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알프레드2의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로봇이 점프 후 착지를 하게 되면 관절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에 내구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알프레드2에는 수냉식으로 작동하는 액추레이터(actuator)가 장착되어 있어 충격을 완화해주며, 충격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홍 교수는 영상을 통해 풍선 로봇으로 불리는 기상천외한 모습의 발루(BALLU) 로봇을 공개하여 주목을 끌었다. 헬륨 풍선이 몸체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이 로봇은 부력 덕분에 넘어지지 않은 채 걷거나 뛰는 동작이 가능하다.
홍 교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로봇은 어린이에게 위험이 되지 않는 착하고 안전한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그런 점에서 볼 때 춤도 잘 추고 부딪혀도 다치지 않는 발루야 말로 최적의 로봇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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