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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

전기요금 폭탄 걱정 없는 똑똑한 빌딩

온습도·실내공기질 센서 통해 괘적한 내부환경 조성 실현
전생애주기서 에너지 최대 30% 절감 기대…온실가스 저감

어두운 극장 상영관 등 건물 내부에서 갑자기 천장에서 시원한 바람이 내려오는 걸 경험한 적이 한번쯤 있을 겁니다. 실내가 더워지거나 추워지려 할 무렵에 자동으로 냉·난방설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어두운 상영관에서 어떻게 관람객이 더위나 추위로 인해 불쾌감을 느낄 줄 알고 시의적절한 시기에 냉·난방기를 가동시켰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 스스로 실내 환경을 판단해 자동으로 내부 공기의 온습도를 조절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일종의 건물의 두뇌 역할을 하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 낯설다 BEMS(뱀스)
BEMS(뱀스)는 Building Energy Ma- nagement System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는 건축물에너지관리시스템이라고 부를 수 있죠.

이 시스템은 말 그대로 건축물의 쾌적한 실내 환경 유지와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해 에너지 사용내역을 모니터링하고 측정해 최적화된 건물에너지 관리방안을 제공하는 계측·제어·관리·운영 등이 통합된 시스템을 말합니다. 에너지 사용량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건물시스템의 효율적인 운영과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죠.

다시 말해 BEMS는 빌딩의 공조설비, 냉·난방설비, 위생설비, 전기·조명설비, 방재설비, 안전설비 등의 다양한 건축설비에 각종 센서를 연결해 실내 환경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셈입니다. 각 장치마다 온·습도, 실내 공기질, 재실자의 유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계측센서들이 부착되기에 가능한 일이죠.

최근에는 전기뿐 아니라 가스나 신재생에너지와도 연동돼 각 에너지원별로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최적 분석해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모니터링을 위한 규정은 기계설비 기술기준에 마련됐습니다. BEMS를 설치하는 경우,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5% 이상인 열원과 냉·난방설비, 그리고 공조 및 반송설비 등의 에너지사용량을 모니터링 가능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 1983년 미국서 첫 등장
BEMS는 BAS(Building Automation System)에 에너지관리기능이 추가된 시스템입니다. 이 개념은 이미 1980년대에 등장했습니다. 의외로 일찍이 빌딩자동화에 대한 관심이 컸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빌딩 자동제어 등의 시스템을 갖춘 인텔리전트(지능형) 빌딩은 1983년부터 세워졌습니다.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 세워진 시티플레이스빌딩이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당시 한국통신이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만든 전자교환연구센터 빌딩이 첫 번째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러한 BAS는 건물자동화시스템으로서 기계설비의 운전 자동화로 인한 관리의 편리성 증대와 더불어 에너지절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물론 기존 BAS는 지금의 BEMS와 같이 넓은 범위의 기능을 수행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쾌적한 환경과 에너지 절약을 목표로 각종 기계설비들을 제어하는 측면에서는 일맥상통한 시스템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에너지 낭비로 인해 발생하는 자원 고갈을 막고,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통해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자동제어와의 접목을 고안해 BEMS로 진화하게 됐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약 40%가 빌딩에서 소비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 실현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BEMS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 BEMS의 작동 원리
혹시 사무실 복도를 걷는 도중 갑자기 밝아지는 걸 경험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이는 조명설비에 신체 감지센서가 결합돼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사람이 없는 복도는 최소한의 조도로 밝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함이죠.

이처럼 BEMS가 적용된 빌딩에서는 빈 회의실이나 사무실의 냉난방기와 조명은 자동으로 제어됩니다.

또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대기전력 또한 차단시켜줍니다. 만약 냉난방기의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해 전력 소비량이 늘어날 경우 냉난방설비와 공조설비를 잠시 멈춰 목표 전력사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어해 주곤 합니다.

만약 목표 온도에 실내 온도가 도달하면 냉난방설비는 자동으로 멈추고, 심야시간에 발생하는 잉여전력을 통해 빙축열을 저장해 한낮 피크시간에 냉방부하를 줄여주기도 한답니다. 또 실내활동량이 증가하면서 사무실 온도가 높아진다면 외부 온도를 확인해 외기 도입만으로도 쾌적한 실내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하죠.

심지어 일종의 보조배터리인 ESS에 전기를 저장해 피크시간에 사용해 전기 요금을 줄여주기도 하고, 비상시 외부 전력망과 연결이 끊어졌을 때 최소한의 조명설비에 불을 밝혀줘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전력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빌딩의 에너지 소비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에 대한 데이터 정보가 요구됩니다. 따라서 BEMS에는 최대전력관리, 냉난방설비 제어, 조명설비 제어, 대기전력 관리, 냉온수 유량제어, ESS 등이 모두 연결돼야 합니다.

◇ BEMS 가치
기계설비산업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의 BEMS 수준은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BEMS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빌딩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의 생애주기 비용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빌딩의 장기적인 가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투자액과 건설 이외의 비용을 모두 포함한 비용을 말하는데요. 이 생애주기 비용을 기준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빌딩의 효율성은 높아지게 됩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 따르면, BEMS를 도입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경우 빌딩 분야에서 생애주기 비용 기준으로 3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에너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기에 해외에서 수입되는 화석연료를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률을 높일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도 크게 일조할 수 있다고 하네요.

◇ 미래에는 스마트 빌딩으로
앞에서 BAS를 주축으로 한 인텔리전트 빌딩 이후에 BEMS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는데, 미래에는 BEMS를 뛰어 넘어 스마트빌딩이 등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너지 관리 뿐 아니라 각종 첨단 시스템이 모두 융복합돼 편리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빌딩을 말하죠.

스마트빌딩의 핵심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입니다. 이미 BEMS에는 사물인터넷(IoT)와 같은 통신망에 연결돼 있으니, AI 수준에 따라 스마트 빌딩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IoT를 활용해 빌딩 내부의 다양한 시스템과 설비를 연결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관제실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부 기업이 개발한 BEMS에는 딥러닝 기술이 접목돼 스스로 계절에 따른 외부 환경 변화 정보를 기억해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는 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스마트빌딩이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스마트빌딩과 스마트시티가 연동된다면 도시민의 생활 편의도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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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영 기자 kjy@kme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