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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

산단부터 '유연근무·육아단축' 확산…"중소 사업주·근로자 타깃"

 
지난 2월 출생아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 줄어들며 처음으로 1만 명대로 내려앉은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도심의 공사장 가림막에 그려진 행복한 가족 그림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24.4.24/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정부가 구로디지털단지와 제조업 산업단지 2곳을 정해 '워라밸'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유연·대체근무제 등의 제도가 있는데도 활용하지 못하는 산업 현장 상황에 대한 분석과 함께 사업주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찾는다.

29일 고용노동부와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5~6월 구로디지털단지와 제조업 중심 산단 등 두 곳의 산단을 선정해 '워라밸 행복산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연말까지 6개월간 연구용역 겸 시범사업을 통해 산단 입주기업에 대한 육아휴직 등 일·가정양립 지원제도 사용실태·인식조사와 관련 컨설팅 등을 진행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 상 중소기업의 비율과 종사자 수가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 관련 중소기업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낮은 활용률이 문제"라며 "산업현장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개별 산업 특성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시범사업을 통해 검토한다"고 말했다.

일·가정 양립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여전히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활용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7∼10월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38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300인 이상 사업체는 95.1%였지만 5∼9인 사업체는 절반인 47.8%에 그쳤고 10∼29인 사업체는 50.8%였다.

여성의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등 다른 일·가정 양립 제도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여성 출산 휴가와 배우자 출산휴가를 필요한 사람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300인 이상 사업장은 84.1%였는데 반해 5∼9인 사업장은 57.9%에 그쳤다.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도 300인 이상 사업장은 83.5%, 5∼9인 사업장은 54.8%로 차이를 보였다.


정부는 우선 AI와 Iot(사물인터넷), 프로그램 개발 등과 관련 젊은 근로자 유입이 활발한 디지털 산업에 대한 일·가정 양립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서울 구로디지털산단을 1차 시범 대상으로 선정했다. 산업 특성상 유연·대체 근로제도와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했다.

제조업 등 전통 산업에 대한 제도 개선도 이어진다. 산단 특성상 유사 업종이 대거 입주하는 만큼 자동차 산업, 의류 산업 등 특정 산업군에 대한 일·가정 양립 제도 적용 '표준 모델'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산단에 입주한 기업의 업종 동질성을 바탕으로 인사·노무관리, ERP(전사적자원관리) 등을 개선하면서 육아기 단축근로, 대체인력 확보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돕겠다"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제도 개선과 지원방안을 고민하고 시범 사업 종료 이후 더욱 세밀한 정책 설계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설치된 연등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청계천을 시작으로 내달 2일부터 열린송현광장에서, 9일부터는 광화문광장에서 전통등전시회를 진행한다. 2024.04.24. /사진=뉴시스

'유연·육아·출산' 근로자 많아지면 사업주 받는 '현금 지원'도 ↑재택·원격 근무를 비롯해 유연근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는 마련돼 있다. 가족 돌봄과 본인 질병 등의 개인의 삶과 일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다만 선뜻 근로자가 활용하지 못하고 사업주가 환영하지 못하는 이유로 '비용 부담'이 언급된다. 근로자 권리 보호 차원에서도 사업주의 제도 활용과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중소기업 사업주를 대상으로 '근로자 상황별' 지원 예산을 투입해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추진하는 이유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일·생활 균형을 위해 사업주는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 △유연근무 장려금 △출산육아기 고용안정장려금 △인프라 구축비 등을 현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근로자는 이이 따라 해당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지원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으로 나뉜다. 소정근로시간 분야는 근로자가 가족돌봄, 본인질병 등 개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지 않고 일정기간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무하고 전일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사업주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사업주는 근로자 신청에 따라 주 15∼30시간으로 단축 근로를 허용하고 최소 1개월 이상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단축근로자 1인당 월 최대 50만원(장려금 30만원·임금감소액보전금 20만원)을 사업주에게 지원한다.

전체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사업주도 국가가 돕는다.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인데 시행 기간별 근로자 1인당 주 평균 실근로시간이 단축 시행 직전 3개월과 비교해 2시간 이상 감소한 경우 근로자 1인당 월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재택·원격·시차출퇴근·선택 근무 등 다양한 유연근무를 보장하는 사업주 역시 국가 지원 대상이다. △주당 소정근로시간이 35시간 이상 40시간 이하로 △근로계약서에 변경된 근로시간·근로장소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전자적·기계적 방식으로 출퇴근 시각을 기록·관리한 사업주는 유연근무 형태에 따라 근로자 1인당 연간 최대 360만원을 지원받는다.

이를 위해 관련 인프라를 회사 내 구축하는 비용도 정부가 지원한다. 재택·원격근무 또는 근무혁신 인프라로 근태관리 시스템과 정보보안 시스템을 갖추는 사업주 투자 비용의 50~80% 범위 내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출산·육아기를 맞은 근로자의 업무 공백 부담도 국가가 뒷받침한다. 정부는 근로자에게 30일 이상 육아휴직을 허용한 우선지원대상기업 사업주에게 근로자 휴직기간동안 월 30만원을 지원한다. 근로자에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30일 이상 허용한 우선지원대상기업 사업주 또한 단축기간 동안 월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근로자에게 출산(유·사산)휴가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30일 이상 허용하고 해당 기간 동안 대체인력을 30일 이상 고용한 우선지원대상기업 사업주는 대체인력 채용기간 동안 월 80만 원을 지원받는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주의 경영 부담을 낮추고 근로자가 해당 제도를 활용해 육아, 가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를 시행 중"이라며 "인식 개선과 제도 확산이 중요하며 시범사업을 통해 사업자·근로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