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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인텔・삼성전자의 전혀 다른 빅데이터[하둡] 접근법

빅데이터(Bigdata) 분야에 접근하는 두 라이벌 반도체 회사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끈다.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빅데이터의 사실상의 표준이라고 불리는 하둡(Hadoop) 배포판을 공개했다. 인텔은 보다 많은 조직과 사람들이 매일 생산, 수집, 저장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 이른바 ‘빅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인텔하둡 배포판(인텔® 배포판)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반도체 회사가 빅데이터 관련 하둡 배포판을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이 시장은 클라우데라, 호튼웍스, 맵R, 국내 기업으로는 그루터 같은 전문 업체가 독자적으로 혹은 오라클, EMC, 테라데이터, 델, HP, 마이크로소프트, SAP, IBM와 손을 잡고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EMC 도 또 하나의 하둡 배포판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데이터웨어하우스(DW)와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업체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활동해 왔는데 반도체 회사가 관련 시장에 장비도 아닌 배포판을 선보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보이드 데이비스(Boyd Davis) 인텔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부문 총괄 매니저 겸 부사장은 “사람과 기계는 악천후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도 하고 불치병을 위한 맞춤 치료법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켜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정보를 만들어낸다”며, “인텔은 업계가 혁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빅데이터의 무한한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있는 보다 나은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오픈 소스 커뮤니티 지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텔은 왜 이 시점에서 빅데이터 분야의 사실상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는 하둡 배포판을 공개한 것일까.

 

몇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먼저는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 확대 차원에서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최근 빅데이터 플랫폼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특정 몇몇 업체가 움직이고 있고, 기존 DW 업체들은 하나의 어플라이언스로 하둡을 끌어안고 있다. 시장은 확대되고 있는 전체 x86 서버 업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플랫폼 회사와 손을 잡고 긴밀히 통합시킨 어플라이언스를 만들어 내는 회사들이 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사진설명 : 인텔의 하둡 배포판은 이미 중국 시장에 먼저 출시된 후 이번에 북미와 유럽 고객들을 위해 공개되었다. 사진은 제인슨 페더 인텔 데이터센터와 커넥티드 시스템 그룹 아태지역 & 중국 총괄 매니저.

 

인텔이 번에 공개한 파트너들을 보면 좀더 이해하기가 쉽다. 편의상 영어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은 기업들이다.

 

1degreenorth, AMAX, Cisco, Colfax Corporation, Cray, Datameer, Dell, En Pointe, Flytxt, Hadapt, HStreaming, Infosys, LucidWorks, MarkLogic, NextBio, Pentaho, Persistent Systems, RainStor, Red Hat, Revolution Analytics, SAP, SAS, Savvis, a CenturyLink company, Silicon Mechanics, SoftNet Solutions, Super Micro Computer, Inc., Tableau Software, Teradata, T-Systems, Wipro, Zettaset

 

이미 빅데이터 어플라이언스를 출시한 회사도 있지만 상당 부분의 회사들은 그런 곳이 아니다. 서비스 회사도 존재한다. 이제 막 개화되고 있는 빅데이터 시장에서 인텔인 x86 서버와 인텔 칩을 사용하는 네트워크, 스토리지 장비 시장을 키우는 것이 사업에 유리하다. 또 클라우데라 같은 대표 빅데이터 플랫폼 회사들은 미국 다음으로 일본이나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 이 틈을 타고 각 나라별 토종 빅데이터 플랫폼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루터나 넥스알 같은 회사 정도. 인텔이 하둡 어플라이언스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하둡 배포판을 선보이면서 자사의 하드웨어에 최적화시킨 것을 볼 때 인텔 하둡 배포판을 제공하는 각 지역 파트너들을 확보할 수 있고, 또 여의치 않을 경우 이번에 협력한 하드웨어 벤더들이 각 지역 독자 빅데이터 플랫폼 회사와 손을 잡았을 때도 최적의 성능의 장비를 제공할 수 있다.

 

또 하나는 2016년 데이터센터 칩 시장의 10% 가량을 점유할 것으로 보이는 마이크로서버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주도권 확보다. 이 시장엔 인텔의 경쟁자인 ARM 기반 서버의 등장이 예고되어 있다. 하둡은 인텔의 가장 낮은 제온 E3 혹은 모바일 기기 대상으로 하는 아톰 이 탑재된 마이크로서버에서 가동될 확율이 무척 높다. 이 시장은 ARM 진영이 서버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치고 들어올 수 있는 분야다. 인텔이 선제적으로 아톰 프로세서에 대해 64비트를 지원하면서 서버 벤더들을 묶어두고는 있지만 비용 효율적인 빅데이터 인프라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ARM 기반 서버의 매력은 높아질 확율이 크다. 단순히 64비트 지원으로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큰 시장을 먼저 선점하면서 싹이 피어오르기 전에 잘라야 한다.

 

인텔은 2016년 정도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장비의 칩 80%를 자사 매출로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고 관련 칩을 발표하며서 빠르게 우군을 확대하고 있다.

 

인텔은 배포판은 오픈소스로 공개했지만 전체 인프라를 관리하는 제품은 상용으로 판매한다. 국내 빅데이터 플랫폼 회사인 그루터가 클라우몬을 유료로 판매하는 전략이나 클라우데라가 자사 관리툴을 상용으로 판매하는 것과 동일하다.

 

물론 이번에 선보인 하둡 배포판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 하둡이 하나의 솔루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구축으로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서는 운영과 관련된 숙련된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둡 어플라이언스를 내놓고 있는 글로벌 벤더들도 국내에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제대로된 하둡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가 거의 없거나 아주 소규모의 구축 프로젝트로 끝냈을 뿐이다. 인텔은 이번 배포판을 출시하기 위해 자사 반도체 공정에 관련 인프라들을 배치시키고 상당한 테스트 작업을 거쳤다는 후문이지만 이런 인력들이 전세계 기술지원을 위해 움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각 벤더나 서비스 업체 이외의 전문 하둡 파트너가 인텔에게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인텔에게는 자사의 비즈니스에 하둡이 아주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배포판을 출시했지만 반도체 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는 이런 이해 관계가 크지 않다. 따라서 빅데이터 분야에 접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삼성전자가 ARM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를 전세계 가장 잘 판매하고 있지만 ARM 기반 서버에 올인하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다. 다각도로 시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행보다. 만약 삼성전자가 ARM 기반 서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우선적으로 하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되겠지만 그건 ARM 기반 서버 CPU 시장에서 확실히 승부를 띄우겠다는 전사적인 결정이 뛰 따라올 때나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하둡 플랫폼을 확보하기 보다는 하둡을 지원하는 외산 DW 벤더들을 통해 내부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표준화 선정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 DW나 BI 프로젝트와 성격이 판이한 하둡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의 가능성이나 내부 인력들의 운영 노하우 획득과 관련돼 반도체 사업부와 삼성전자 전체 IT 부서의 이해 관계가 다르다고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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