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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

TV채널이 사라진다


1995년 방송된 모래시계는 시청률이 60%에 육박함며 '퇴근시계'라고 불리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만약 모래시계가 2013년에 방영하는 드라마였어도 시청률이 60% 나오고 사람들이 모래시계를 보기위해 약속을 잡지않고 집으로 갔을까요?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해 다시보기가 가능하고, 티비를 통해서도 다시보기가 가능합니다. 과거 방송이 채널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티비를 통해 방송된 콘텐츠가 SNS를 통해서 특정부분만 재생산되고 공유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콘텐츠 중심으로 판도가 변하면서 방송사들은 '빅데이터'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주어야 넘쳐나는 콘텐츠의 홍수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점 티비가 필수가전으로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것만 같습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기업 시스코 ISBG가 2011년 발표한 ‘TV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던진 화두다. 시청자들이 방송사의 편성에 따라 수동적으로 TV를 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검색해서 본다는 것. 인터뷰에 응한 미디어 전문가 50명 모두가 유일하게 동의한 내용이다. 쉽게 말해 7번, 9번, 11번이라는 채널 중심이 아닌 ‘무한도전’, ‘꽃보다 할배’ 등 콘텐츠 중심으로 TV시청 패턴이 바뀐다는 얘기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채널 개념이 퇴색되고 있다. KT가 지난 21일 내놓은 ‘올레tv스마트’에는 ‘실시간 인기 채널‘이라는 항목이 별도로 있다. 6번부터 차례대로 리모컨을 누르는 재핑(zapping, 채널이동)이 필요 없다. 한 화면에 실시간으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9개가 배열되면 그중 선택만 하면 된다. 리모컨을 돌리면서 중간마다 원치 않는 채널을 볼 필요가 없어진다.

이 현상은 이미 모바일TV인 ‘N스크린’서비스에서 일반화돼 있다. ‘티빙’ ‘푹’ 등 N스크린 서비스에는 채널 번호가 따로 없다. 콘텐츠 제목과 시청점유율만 있을 뿐 일반TV처럼 순서대로 채널이 배열돼 있지 않다. 가수 ‘아이유’ 관련 영상을 보고 싶으면 검색에서 아이유를 치고 관련 실시간 방송을 찾아본다.




사실 채널 번호는 전통적인 방송 개념에서 의미가 있다.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에 따라 채널번호를 부여한 것. 낮은 주파수 대역일수록 전파가 멀리 갈 수 있기에 지상파들은 낮은 채널번호를 부여받았다. 지상파를 제외한 채널들은 케이블이나 IPTV 등 유료방송플랫폼을 통해 방송된다. 

물론 유료방송에서도 인기가 높은 지상파가 앞번호를 부여받는다. 나머지 프로그램제작사(PP) 입장에서는 지상파 사이 채널이나 지상파 바로 인접 채널을 갖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종합편성채널이 앞채널을 배정받기 위해 갖은 로비를 했고, 홈쇼핑 채널이 수천억원의 송출수수료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채널 중심의 방송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실시간방송 자체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장소·시간에 따라 주문형비디오(VOD)를 적극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본방사수’ 방식보다는 자기가 원할 때 콘텐츠를 보는 패턴이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북미 최대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는 지난 2월 자체 제작한 드라마로 기존TV업계 문법을 바꿨다.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실시간 방송이 아닌 VOD로만 제공한 것. 특히 일주일에 한편씩 방송하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13회 전편을 한꺼번에 올리는 새로운 전략을 택했다. 시청자에게 시청 선택권을 주면서 오히려 넷플릿스는 흑자전환과 200만명의 신규가입자를 유치했다. 드라마를 주말에 한꺼번에 줄이어 보는 시청 패턴을 잘 읽은 결과다.




시청자의 TV이용 패턴이 ‘콘텐츠’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방송사들마다 빅데이터 ‘열공’에 한창이다. 방대한 양의 시청패턴을 분석해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적절한 시점에 합리적인 방법으로 배포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검색이 중요하듯, TV 역시도 검색을 사로잡는 콘텐츠 제공자가 살아남게 된다. 실시간 애널리틱스 업체 구아부스의 라키나 CEO는 지난 6월 열린 전미케이블협회(NCTA) 케이블쇼에서 “앞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데이터마이닝‘을 전담으로 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같은 역할이 방송사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전시회에서 TV 제조사나 방송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데이터분석에 기반을 둔 개인화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케이블업체인 컴캐스트는 음성인식에 기반을 둔 VOD 추천 서비스를 탑재한 X2플랫폼을 시연했고, LG전자는 버라이즌과 합작 출시한 스마트TV에서 보고있는 콘텐츠와 유사한 성격의 콘텐츠를 자동 선별·추천하는 ‘온 나우’ 기능을 이미 선보였다.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도 “빅데이터가 케이블산업의 미래 먹거리”라며 “앞선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조기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채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적극적인 콘텐츠 이용자가 있는 반면 마냥 TV를 틀어놓는 수동형 시청자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흐름은 이미 바뀌고 있다. 이종영 미디어미래연구소 팀장은 “전통적인 방송사들이 쉽게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지만 이미 시청자 패턴은 바뀌고 있다”면서 “앞으로 빅데이터 분석에 능한 콘텐츠 제공자들이 판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상윤 (bonjou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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