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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간편결제, 신용카드보다 100배는 편해야 쓸 것”

금융과 IT의 만남, ‘핀테크’(Fintech)가 화제다. 애플은 아이폰에 신용카드를 품은 애플페이를 내놓았다. 다음카카오도 카카오톡으로 간편하게 소액을 결제하는 ‘카카오페이‘와 은행 송금 기능을 제공하는 ‘뱅크월렛카카오‘를 내놓았다. 라인도 올해 안에 ‘라인페이’를 내놓고 핀테크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국내 신용카드 회사 6곳과 손잡고 앱카드 활성화에 힘쓰겠다는 뜻을 11월25일 발표했다.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다들 핀테크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상황이 이럴진대, 국내에는 아직 성공적인 핀테크 서비스가 나타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결제는 습관”이라며 기존 핀테크 서비스가 국내 사용자의 습관을 너무 가볍게 여긴 탓이라고 설명했다. 11월26일 저녁 가 마련한 핀테크 오픈포럼 자리였다. 이승건 대표는 핀테크 중에서도 간편결제에 초점을 맞췄다.

“결제 시장에서 간편한 것보다 중요한 건 익숙한 겁니다. 불편하더라도 익숙한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10배 간편한 서비스보다는 익숙한 서비스가 이깁니다. 기존 서비스보다 100배는 편해야 그 서비스를 쓰게 됩니다. 기존과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죠.”

생각해보자. 앱카드를 쓰려면 스마트폰에 앱을 하나 내려받는다고 끝이 아니다. 공인인증서를 등록하거나 금융사 웹사이트에 접속해 각종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금융사 웹사이트에 접속하려면 각종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물건값이라도 내려면 “앱카드가 뭔가요?”라는 질문에 이런저런 설명을 해줘야 한다. 이럴 바엔 그냥 신용카드 내는 게 속 편하다.

신용카드는 다르다. 굉장히 쓰기 편하다. 특히 한국은 그렇다. 웬만한 상점에서는 신용카드를 다 받는다. 몇천원짜리 물건을 살 때도 신용카드를 낸다. 해외에선 수수료 때문에 퇴짜 놓기 십상이지만 한국에선 상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해선 안 된다. 1만원 미만 소액 결제 비중이 39%가 넘는다. 신용카드를 쓸 땐 그냥 카드만 건네면 끝이다. 심지어 서명도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다. 종업원이 대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간편하게 카드로 물건값을 치르는 쪽과, 스마트폰을 꺼내서 앱카드 앱을 열고 로그인을 한 뒤 QR코드나 바코드로 결제 기능을 활성화해 종업원에게 건네는 것, 어느 쪽이 쓰기 편할까.

사용자가 습관적으로 카드를 꺼내드는 행위를 자사 결제 서비스를 사용하는 쪽으로 바꾸려면 그만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 애플페이가 미국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신용카드를 꺼내 건네고 PIN 번호를 입력하기보다 그냥 아이폰을 꺼내 지문 센서에 손가락을 대는 쪽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간편 결제 서비스 가운데 신용카드 결제보다 간편한 서비스가 있을까.


서비스 자체의 사용성뿐 아니라 결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사용처도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편리한 서비스라도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면 사용자가 쓸 이유가 없다. 결제 서비스라면 많은 가맹점을 확보해서 사용자가 ‘이 서비스로 여기서 물건값을 낼 수 있나’ 고민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국 간편 결제 시장을 손에 쥐려면 사용자와 결제 서비스 회사, 가맹점 세 축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이승건 대표는 “결제 시장은 굉장히 복잡하다”라고 말했다.



이승건 대표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극복할 방안으로 하나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사용자끼리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는 서비스를 먼저 내놓아 충분한 사용자를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가맹점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이승건 대표가 내놓은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는 모바일 앱에서 바로 가입하고 상대방 계좌로 돈을 보내준다. 문자메시지(SMS)로도 송금할 수 있다.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모바일웹에서 입금받을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상대가 토스에서 보낸 돈을 자기 계좌로 받을 수 있다. 보통 은행에서 송금할 때 돈을 받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송금받는 사람의 행동을 최소화했다. 이것이 기존 사용자 경험과 차이를 줄이려는 고민의 결과다. 이승건 대표는 “제품 구조가 기존 사용자 경험과 다른 만큼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이 커진다”라고 지적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11월24일 저녁 ‘블로터 오픈스쿨’에 강사로 나섰다. 이승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블로터 기자 및 독자와 핀테크 시장의 현황뫄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