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나 카드를 꺼낼 필요도 없다. 앞에 서기만 하면 문이 주머니에 있는 열쇠를 인식해 자동으로 열린다. 밖은 아직도 찬바람이 휘몰아치지만 문턱 너머 집 안 공기는 23도로 따끈하게 데워져 있다. 집 주인, 정확히 말하면 집 주인의 스마트폰이 GPS 울타리(geofence) 안에 들어선 순간 보일러가 바로 가동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현관문 형광등부터 시작해 부엌으로 가는 길까지 조명이 차례로 켜진다. 집 주인이 항상 들어온 다음 맨 처음으로 향하는 곳이 냉장고라는 것을 집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에서 맥주캔을 꺼내기 전, 스마트폰에 있는 피트니스 앱을 확인해보면 맥주 한 캔 정도의 칼로리를 추가로 섭취해도 괜찮을 지를 알 수 있다. 이 피트니스 앱은 집 주인이 하루 종일 섭취한 칼로리와 소모한 칼로리를 트래킹해주는 스마트워치와 연동돼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마치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는 먼 미래가 아닌, 상당히 가까운 미래의 하루다. 바로 사물인터넷 덕분이다. 가까운 미래에 현관문부터 보일러, 창문, 조명 등 모든 사물에는 센서가 삽입될 것이며, 이를 통해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물인터넷’이다.
사물과 사물 간의 소통뿐만 아니라 사물과 인간과의 소통도 가능해질 것이다. 핏빗(Fitbit)과 조본(Jawbone)과 같은 웨어러블 제조업체들은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로부터 수집한 사용자의 활동 내역을 웹에 업로드한다. 사용자는 웹에 업로드된 자신의 활동 기록을 분석해 자신의 건강을 한 층 더 치밀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의 건강을 관리할 수도 있다. 휘슬(Whistle)이 개발한 웨어러블은 강아지의 현재 위치뿐만 아니라 하루 활동 및 운동량을 측정한다.
이러한 사물인터넷의 목표는 사용자의 삶 곳곳에 산재한 정보를 한 데 모아 연결하는 것이다. 즉, 유용하고, 관리하기 편한 데이터를 사용자의 생활 구석구석에서 수집해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고자 한다. 활동량 측정기와 같은 기능은 개인을 위한 사물인터넷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은 비단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보스턴 시의 예를 살펴보자. 보스턴 시는 최근 ‘스트리트 범프(Street Bump)’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했는데, 이 앱은 도로정비팀에게 현재 가장 관리가 시급한 도로 부분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보스턴 시민들이 이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 받아 운전할 때마다 실행하면 앱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가속도계를 통해 자동차가 어느 도로를 지날 때마다 심하게 흔들리는지를 기록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보스턴 시가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로 업로드되며, 이를 통해 보스턴시는 즉각적으로 도로정비팀을 필요한 곳에 파견할 수 있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시민들의 세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만드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새로운 골드러시”
아직 사물인터넷은 시작 단계에 있다. 과거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를 떠올리게 할 만큼 역동적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 보다 더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 온도조절장치 네스트(Nest)와 가정용 보안 시스템 개발업체 드롭캠(Dropcam), 스마트홈 허브업체 리볼브(Revolve)를 인수하는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삼성 역시 미국의 스마트홈 컨트롤러 개발업체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인스테온(Insteon)을 인수하는 것으로 스마트 홈 시장 진출의 발판을 다졌다.
아이디어와 업체의 수와 비례해 표준도 증가함에 따라 IT업계는 통일된 표준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와 같은 표준이 있어야 시장이 발전한다는 시각 때문이다. 구글이 설립한 사물인터넷 컨소시엄의 이사회 일원인 랜던 보더스는 "사물인터넷이 기차라면 표준은 기차가 달릴 수 있는 선로다. 우리는 선로를 미리 지어놓기 보다는 열차가 달리는 와중 필요에 따라 선로를 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벤처캐피털 기업 아르티스 벤처스(Artis Ventures)의 공동창업자인 마이크 하든은 “사물인터넷의 미래는 밝다”며, "비록 아직 일부 기술들은 여전히 실제보다는 공상에 가깝지만 차츰차츰 구체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50년 후 스마트홈의 일반적인 모습은 1960년대 스타트랙 영화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신기하고 반짝거리는 기기들로 가득 찬 공간이 아닌, 지금보다도 더 자연에 가까운 ‘내추럴’한 디자인일 것이다. 각종 모니터와 패널로 장식된 벽이 아니라 더 우아하고, 기술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설계돼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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