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IT시장,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어떤 먹거리들이 업계와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줄까요? 경기 불황과 더불어 불안한 전망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희망의 목소리가 공존하는 요즘입니다. 저도 올 한 해 시장의 지향점을 제대로 찾아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지난 연말을 기대 반, 고민 반으로 보냈습니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나 운영체제는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더 이상 ‘혁신’이라고 할 만한 세대교체가 없다는 쪽이 맞을 겁니다.
새로운 기기를 보는 재미와 iOS와 안드로이드 플랫폼 갈등도 올해는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발전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64비트 프로세서와 더 빨라진 그래픽 프로세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진화하겠지만 스마트폰이 상품으로서 이미 충분한 수준에 올라섰기 때문에 새 기술에 대한 수요가 이전같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올해는 ‘스마트폰 잘 쓰기’를 중심에 놓고, 3가지 영역의 이야기를 담아볼까 합니다. 이용자들은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사업자들은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을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스마트를 꿈꾸는 기기들은 스마트폰의 컴퓨팅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1. 알고 쓰는 IT 서비스
저는 올해 시장의 관심이 ‘스마트폰라는 기기를 갖는 것’에서 ‘알뜰하게 사서 잘 쓰는 것’으로 흐를 것이라는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오지만, 2년 전에 나온 스마트폰도 지금 못 쓸 정도로 느리진 않습니다. 그 충분한 성능의 스마트폰이 이제 전국민 손에 쥐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로 완전히 쏠리면서 iOS용 앱이 나오지 않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어떤 OS를 쓰느냐가 앱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뭘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앱을 얼마나 많이 쓰고 계시나요? 돌아보면 저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손에서 놓지 않는 편이지만 늘 쓰는 것만 변함없이 쓰고 있습니다. 새로운 앱은 계속 쏟아지고 능률을 높여주고 있는데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것과 잘 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복잡한 통신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신사가 서비스와 요금제를 두고 꼼수를 부릴 수 있는 여지는 분명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속고 있다는 의심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자기 결정을 믿지 못하고 사업자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어쩌면 제가 올해 주로 전해드릴이야기들은 새로운 소식은 아닐 겁니다. 오히려 ‘이런 것도 있었나’라는 반응을 이끌어낼 얘기들입니다. 메신저, SNS, 유튜브도 좋지만 이제 그 기기가 어떻게 제 역할을 할지, 어떤 통신 서비스를 쓸지에 대한 고민을 처음부터 다시 해보려고 합니다. 갤럭시든, 아이폰이든 뭐가 되면 어떻습니까. 그걸 잘 쓰는 사람이 진짜 승자입니다.
#2. 플랫폼이 뭐길래
플랫폼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운영체제별 플랫폼 전쟁은 의미가 퇴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그 기기의 본질에 중심을 두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나 운영체제를 갖는 것, 앱 장터를 갖는 것만이 플랫폼이 아닙니다.
당장 플랫폼이라는 말 자체도 어렵고 애매하긴 합니다. 2015년에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서비스의 바탕이 되는 모든 것들을 딱 짚어서 플랫폼 관점으로 지켜볼 계획입니다. 그 위에서 돌아가는 오픈 API나 콘텐츠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겁니다.
스마트폰을 플랫폼으로 쓰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앱 비즈니스겠지요.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같은 기업들은 매년 새로운 개발자 회의를 통해서 새로운 앱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소개합니다. 이제 각 운영체제와 디바이스가 어떤 기능을 열어주고 만들어주느냐가 사업의 중요한 방향성이 되기에 개발자 행사는 앱 생태계에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모바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달라지는 생태계에 귀를 기울여볼 생각입니다. PC에 작은 카메라 하나 켜놓고 농담을 주고받던 서비스가 억대 연봉을 받는 콘텐츠 공급자를 낳기 시작했고, 만화의 주 소비 방법은 종이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습니다. 라디오는 팟캐스트와 스트리밍으로 바뀌면서 이전과 다른 이야기들이 담기기 시작합니다. 음악가들은 음반을 서서히 포기할 수밖에 없고, 출판업계는 불법복제가 두려워 전자책을 내지 못합니다. 동영상 콘텐츠 불법 다운로드는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모바일이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끼치고 있는 영향, 기회, 그리고 음지의 이야기도 풀어볼 생각입니다.
#3. ‘스마트’ 대신 ‘연결’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연결됩니다. 자동차와 TV가 연결됩니다. 자동차와 전기밥솥이 연결됩니다. 바로 그 ‘연결’에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를 짚는 게 업계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제가 올해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바로 이 ‘연결성’입니다. ‘커넥티비티’라고도 부르는데, 기기간의 연결입니다. “그게 사물인터넷 아니야?”라고 하실 수도 있겠네요.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 생각은 ‘아주 단순한 단계의 기기간 연결’입니다. 저는 ‘연결’ 자체가 모든 사물이 연결된다는 사물인터넷을 향해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단번에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지는 않을테니까요.
최근 10년을 돌아보면 휴대폰이 운영체제, 통신, 고성능 하드웨어와 결합되면서 ‘스마트’해진 것이 IT 시장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자동차도 ‘스마트카’가 되고 싶어했고, 가전도 ‘스마트 에어컨’ 같은 용어를 붙여 왔습니다. 네, TV야 말할 것도 없지요.
아주 멀리 보면 각 기기가 ‘스마트’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만큼 컴퓨팅 능력을 바탕으로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을 돌아볼까요. 어떤 기기에든 리눅스와 안드로이드만 올리면 될 것 같았던 게 ‘스마트’였습니다. ‘차라리 태블릿을 붙여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기기들도 많았습니다. 적지 않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지난해 겪었던 고민들도 스마트폰에서 시작했지만, 넘어서기 어려운 장벽이 바로 스마트폰이라는 한계점이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스마트폰은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기기입니다. 어디에든 붙일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볍지만 익숙하고 성능도 PC와 견줄만큼 좋습니다. 스마트폰이 자동차에 붙고, TV에 붙는 것으로 이미 각 기기는 충분히 똑똑해질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목적지 아닌 출발점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콘텐츠 허브입니다. 스마트폰에는 내가 보고 싶은 영상, 읽고 싶은 책, 듣고 싶은 음악이 들어 있습니다. 이건 과거 IT기업들이 수십년 동안 홈 서버, 홈 네트워크, 유비쿼터스 같은 말을 붙이며 꿈꿔왔던 것입니다. TV와 자동차, 그리고 또 다른 우리 주변의 가전기기들이 스마트폰에 더 쉽고 제한없이 붙는 데에서 사물인터넷과 스마트 세상이 더 가까워질 겁니다.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가장 오래 고민됐던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 갖고 있는 기기들간의 실질적인 연결도 이제서야 제대로 가다듬어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켜보려 합니다.
저는 올해 모든 서비스의 중심을 먼 곳이 아니라 이미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처음부터 다시 짚어보려 합니다. 이용자들에게는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시장에는 스마트폰 그 자체를 플랫폼으로 삼아 할 수 있는 소재들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스마트폰의 빅뱅이 낳은 가장 큰 의미는 무선인터넷의 대중화와 모든 서비스의 중심에 세울 수 있는 개인용 단말기의 보급에 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은 그 자체가 목적지가 아닙니다. 성숙 단계에 접어드는 스마트폰을 생활에 어떻게 녹일지가 중요합니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기반의 플랫폼 전쟁이 이제껏 시장을 밝혀왔다면, 스마트폰 위에서 돌아가는 플랫폼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능성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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