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었다. 샤오미와 화웨이를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 업계는 순식간에 삼성과 애플의 뒤를 바짝 따라붙으면서 세상을 긴장시켰다.
지금까지 중국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세간의 관심은 주로 하드웨어에 쏠려 있다. ‘갤럭시와 성능이 비슷한 스마트폰이 반값’, ‘아이폰 닮은 스마트폰이 반값’, 이게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을 소개하는 기사들의 제목이었다. 하지만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소프트웨어에도 있다. 중국 기업들이 안드로이드를 다루는 방법은 충분히 따져볼 만하다.
최근 오포는 자체 운영체제인 ‘컬러’의 새 버전을 공개했다. 아직은 프리뷰 버전이다. 오포는 유튜브를 통해 주요 기능을 시연했다. ‘컬러OS 2.0.4′라는 이름이 붙어 있긴 하지만 컬러 역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다. 새 버전은 안드로이드4.4 킷캣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오포의 ‘파인드7′ 시리즈에 올라간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화면을 작은 창으로 만들어주는 ‘한손 모드’나 원하는 곳을 아무 곳이나 잘라서 캡처하는 기능, 여러가지 카메라 촬영 옵션 등이 소개된다. 언뜻 보면 국내 제조사들이 만든 스마트폰들이 떠오른다. 중요한 것은 기능보다 운영체제를 다루는 방법이다.
컬러OS는 안드로이드의 런처나 스킨, UI를 바꾼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운영체제 사용성, UX를 바꾼 변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다. 안드로이드5.0 롤리팝을 쓰지는 않았지만 영상을 통해서 보이는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같기도 하고, iOS 같기도 하다. 배경화면을 바꿀 때나 아이콘을 정렬할 때 살짝살짝 움직이는 아이콘 애니메이션도 세련됐다. 앱 서랍보다도 바탕화면에 앱과 위젯을 배치하는 것이 잘 되어 있다. 안 쓰는 앱을 닫는 화면은 iOS와 닮았다. 직접 써봐야 알겠지만 유튜브로 보이는 것만으로도 OS가 간결하면서도 설정 메뉴는 꽤 세세해 보인다.
특히 운영체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촌스럽지 않다. 오픈소스 안드로이드의 이미지나 어설프게 이미지만 베낀 짝퉁 분위기가 중국 안드로이드폰의 고정관념이었다면, 컬러OS는 화사하고 중국에서 만든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컬러OS는 중국 스마트폰 운영체제 중 하나의 예일 뿐이다. 중국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안드로이드를 매만지곤 한다. 화웨이는 ‘이모션’이라고 부르는 UI를 쓴다. 화웨이가 국내에 팔고 있는 ‘x3’에도 이 UI가 들어간다. 이모션은 iOS의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다. 특히 앱 서랍을 없애고 모든 앱 아이콘이 바탕화면에 깔리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샤오미는 MIUI를 갖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속을 뜯어고친 운영체제다. MIUI는 샤오미 뿐 아니라 넥서스, 갤럭시 등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기기용으로도 배포되는 대표적인 변형 안드로이드다. 원플러스는 아예 안드로이드를 전문으로 뜯어고치는 외부 팀 사이아노젠에 맡겼다. 원플러스는 최근 자체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운영체제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은 중국 내수용과 해외 판매용에 서로 다른 서비스를 올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은 중국 내수용 스마트폰에는 구글플레이 대신 자체적인 앱 장터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깔아서 판매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단순히 독자적인 안드로이드 환경을 위해서 운영체제 UI와 구글 서비스를 뜯어고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환경이 큰 영향을 끼쳤다. 중국과 구글은 썩 관계가 좋지 않다. 중국 정부는 구글의 서비스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규제해 왔고, 최근에는 아예 G메일의 IP를 차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애초 구글 서비스와 안드로이드를 구분해서 제품으로 만들었다. 어차피 구글 서비스는 쓸 수 없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에 안드로이드는 구글 서비스의 플랫폼이 아니라 그저 운영체제일 뿐이다. 중국에서 구글 서비스는 거추장스러운 부속일 뿐이다.
알리바바나 바이두는 자체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비롯해 앱 장터, 게임 플랫폼 등을 통으로 제공하고 있다. iOS만 아니면 어떤 스마트폰이든 다 끌어안을 수 있다. 여전히 중국에서는 불법복제앱을 유통하는 앱 장터가 깔려서 판매되는 스마트폰도 팔리고 있다. 적어도 중국 내에서는 안드로이드는 껍데기일 뿐이다. 기업들이 안드로이드 기기를 내놓으려면 어쩔 수 없이 자체 서비스 혹은 중국 내 서비스를 쓸 수밖에 없다.
구글도 중국의 안드로이드 활용을 경계하는 눈치를 내비친 바 있다. 구글은 알리바바의 운영체제 ‘알리윤’에 대해 라이선스 문제로 출시를 반대했던 적이 있는데 그 배경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만드는 데 대한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는 중국도 구글을 개방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의 안드로이드는 그 자체의 시장 규모와 규제 때문에라도 자생력을 갖게 됐다. 그 방식을 두고 옳다 그르다를 논할 수는 없지만 안드로이드를 쓰는 방법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중국 기업들이 안드로이드를 쓰는 방법은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앱 장터 불공정 거래의 답이 될 수도 있다.
애초부터 안드로이드와 구글 서비스는 분리돼 있었고, 중국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공개된 AOSP를 이용해 원하는 형태의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냈다. 그게 중국이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경쟁력이, 또 해외 기업들에게는 중국 시장에 들어가는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중국 스마트폰의 시장 확장이 걱정된다면 단순히 하드웨어 단가만 보고 있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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