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3월9일(미국시간) 2015년 첫 행사를 열고 ‘애플워치’와 새로운 ‘맥북’, 그리고 새로운 건강 의료 관련 플랫폼인 ‘메디컬 리서치’를 공개했다. 매년 봄을 장식하던 아이패드가 2012년 가을로 자리를 옮긴 뒤 애플의 봄은 다소 조용했는데 오랜만에 봄에 행사를 열었다.
이야기는 정확히 6개월 전 첫 발표에서 이어진다. 지난 9월 발표가 외관과 하드웨어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활용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팀 쿡 애플 CEO는 ‘가장 개인적인 기기’라는 말과 함께 다시 애플워치를 꺼내 놓았다. 소개된 내용들은 새롭다기보다는 그 동안 공개된 내용들을 정리하는 쪽에 가까웠다.
애플이 애플워치에 강조한 기능은 시계, 커뮤니케이션, 피트니스 등 세 가지다.
시계 그 자체
시계 모양을 띄워주는 ‘워치페이스’는 철저하게 개인화할 수 있다. 저마다 시계를 다르게 꾸밀 수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계부터 시작해 단순히 바늘만 놓거나, 숫자판도 3, 6, 9, 12에 놓을지, 모든 눈금에 놓을지도 고를 수 있다. 여러 가지 시계 모양 외에도 이전에 공개됐던 디즈니 캐릭터 시계처럼 독특한 시계로도 꾸밀 수 있다.
또한 시계창에 일정이나, 듣고 있는 음악, 미리 알림 등의 정보를 띄울 수 있다. 이용자가 모든 것을 만질 수 있다기보다는 개발자가 워치킷을 통해 만든 다양한 워치페이스를 골라서 쓸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시계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기능이 소개됐다. 지난번 발표에서는 전화가 걸려온 것에 대한 알림은 있었지만 시계에 대고 통화할 수 있다는 것까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당연히 메시지, e메일 정보에 대한 알림을 띄워준다. 터치 스크린에 그림을 그려 상대방에서 전달하는 스케치 전송과 심박을 전송하는 것도 다시 소개됐다.
애플워치에서 작동하는 ‘시리’도 시연됐다. 애플워치의 시리는 말로 응답하지는 않았고, 문자로만 응답한다. 애플은 발표에서는 날씨를 확인하는 것과 위치 기반 미리 알림을 시연했다. 화면에 뜨는 결과물들은 꽤 정돈된 느낌이다.
피트니스
운동량을 체크하는 기능은 이미 많이 소개됐다. 하루 종일 얼마나 걸었는지, 계단을 얼마나 오르내렸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이를 진동으로 알려주고 잠시라도 걸으라고 경고하는 기능도 소개됐다. 대체로 이 기능들은 아이폰의 ‘건강’ 앱과 연결되는 기능으로 아이폰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다른 스마트워치들도 일찌감치 구현했던 기능이어서 새롭진 않았다.
주간 운동량을 체크했다가 매주 월요일마다 운동 목표량을 정해주는 기능은 운동의 동기 유발 시나리오로는 눈에 띈다. 어떤 상황에서 운동을 했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기록할 수 있다.
애플워치는 첫 공개 이후 디자인이 달라지거나 겉으로 봐서 알 수 있는 하드웨어의 변화는 없다. 행사 앞부분에 꺼내 놓은 맥북의 영향이 워낙 커서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는 애플워치가 밋밋해보일 지경이었다. 깜짝 놀랄 새로운 센서 기술이나 새로운 시나리오가 공개된 것도 아니다. 배터리를 한번 충전해서 18시간 동안 쓸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새로 공개된 정보다. 애플은 배터리를 두고 ‘all day’를 언급했지만 결국 매일 충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애플이 애플워치에 접근하는 방법은 그 동안 뭔가 ‘한 방’을 숨겨두었다가 대중을 놀라게 했던 방식과 확연히 다르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플랫폼을 6개월 전에 공개했고, 그 활용도에 대해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소개해 왔다. 애플워치에 대한 발표가 기대했던 것에 비해 싱겁게 들린 것은 사실이지만 애플로서는 깜짝쇼보다는 앱 생태계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접근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개된 시나리오들이 대부분 기존 스마트워치들이 보여주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ESPN의 경기 정보, 페이스북 피드, CNN 뉴스 속도, 세일즈포스 정보, 위챗 채팅, 샤잠 음악 서비스 등은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다. NFC를 이용한 호텔 체크인이나 알람닷컴을 이용해 차고 문을 원격으로 여는 데모가 새로 소개되긴 했다. 스마트워치의 새로운 용도에 대한 답은 빠진 셈이다. 스마트 시계에 더해질 새로운 기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할까.
기능은 다소 밋밋하지만 웨어러블 기기의 가치는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 곳에서 나온다. 안드로이드웨어 역시 발표 내용으로 보는 것과 실제 제품을 차고 쓸 때 느끼는 경험이 달랐다. 애플워치도 눈으로 보는 시나리오와 실제 사용하면서 느끼는 차이가 있을텐데, 그 부분이 그 동안 팀 쿡 CEO가 강조했던대로 생활에 영향을 끼칠지가 제품 흥행의 관건이다. 벌써 몇 천가지 앱이 워치킷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고 하니 활용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애플은 애플워치와 함께 헬스킷을 고도화하는 ‘메디컬 리서치’도 함께 공개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병에 대해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아이폰 이용자는 최근 7억명을 돌파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질병의 징후, 경과를 수집하면 예방과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리서치에 참여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용자의 선택이고, 애플은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개인을 식별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에는 옥스포드, UCLA 를 비롯한 세계의 대학들이 참여하고 애플은 당장 파킨슨병, 당뇨, 천식, 심장병, 유방암 등에 대한 경과 조사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곧바로 시작한다. 데이터는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이 프로젝트는 헬스킷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애플의 건강과 IT를 결합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보급하는 것으로 아이폰의 블루투스를 켜게 하는 이유를 하나 추가했다. 애플은 이미 연결성으로 각 기기에 블루투스를 켤 이유를 만들었는데, 또 하나의 이유가 더해진 셈이다. 아이폰 이용자 중에서 블루투스를 켜는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애플은 실내 측위나 비콘 등 블루투스가 필요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애플워치는 4월10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하고 4월24일부터 판매된다. 1차 판매 국가는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홍콩,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다. 국내는 아직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 애플워치의 값은 이전에 소개된 것처럼 349달러에서 시작한다.
가장 싼 것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애플워치 스포트’로 38mm의 작은 제품이 349달러, 42mm의 큰 제품이 399달러다. 스틸을 소재로 한 일반 애플워치는 549달러에서 시작한다. 시곗줄의 소재에 따라 38mm가 549~1049달러, 42mm가 599~1099달러다. 18k 금으로 만든 ‘애플워치 에디션’은 소문처럼 1만달러부터 팔리고, 가장 비싼 제품은 1만7천달러까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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