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새 고성능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20’에 대한 소문이 서서히 흘러나오고 있다. 자연스레 퀄컴이 다시 고성능 프로세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폰아레나는 중국을 통해 스냅드래곤820 프로세서의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 스냅드래곤820은 최고 3GHz로 작동하는 고성능 칩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14nm 공정으로 생산된다는 것이다. 새 아키텍처의 이름은 ‘카이로'(kyro)다.
아직은 칩에 대한 정보 자체가 소문 뿐이다. 하지만 벤치마크 테스트 정보도 뜨기 시작했다. 의외로 이 소문의 출처는 국내 커뮤니티 시코다. ‘스냅드래곤820 MSM8996칩의 긱벤치(geekbench) 점수가 싱글코어 1723점, 멀티코어 4970점’이라는 이야기가 캡처되면서 중국 커뮤니티를 거쳐 세계 미디어로 퍼졌다.
하지만 스냅드래곤820 프로세서에 대해 확실하게 확인된 정보는 없다. 지금 알려진 정보들이 사실이라면 퀄컴도 삼성전자의 엑시노스7과 견줄 수 있는 프로세서를 갖게 된다. 퀄컴으로서는 당장 시급한 문제다.
퀄컴은 그 동안 모뎀에 대한 시장 영향력도 갖고 있었지만 별개로 프로세서 그 자체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ARM v8로 모바일 프로세서의 아키텍처가 넘어가던 때에도 ARM v7 칩을 직접 손봐서 만든 ‘크레잇(krait)’ 아키텍처로 가장 빠른 프로세서의 자리를 지켜 왔다. 하나의 코어로 저전력부터 고성능까지 두루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자체 아키텍처 설계 대신 ARM의 코어텍스 아키텍처를 택해 왔다. 삼성전자는 2013년부터 저전력 코어와 고성능 코어를 칩 하나에 섞는 ‘빅 리틀’ 설계를 도입했던 바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삼성 제품도 발열 문제가 심했고, 그에 비해 성능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때 퀄컴은 빅 리틀 설계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결국 2014년 64비트 프로세서와 ARM v8 아키텍처를 도입하기 위해 코어텍스와 빅 리틀 설계를 가져가기로 했다.
세대교체 첫번째 제품인 스냅드래곤810은 발열문제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었다. 초기 엑시노스5로 삼성이 겪었던 바로 그 문제다. 퀄컴과 제조사들은 발열 문제를 적극적으로 부인했지만 불안까지 가라앉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엑시노스를 두고도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주력으로 쓰던 삼성도 올해 갤럭시S6에서는 퀄컴칩을 내려놓았다. 그 밖에도 LG나 소니 등 스냅드래곤810을 쓴 제품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발열 문제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프로세서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정 개선이다. 스냅드래곤810은 20nm 공정으로 설계됐다. 반도체 공장을 갖고 있지 않은 퀄컴이 공정을 미세화하는 방법은 만들어진 공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미세 공정은 TSMC의 16nm, 삼성전자의 14nm가 있다. 둘 다 3차원 게이트 설계인 핀펫(finfet)을 쓴다. 소문대로 칩의 작동속도를 3GHz까지 끌어올리려면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14nm 공정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퀄컴은 그 동안 계속해서 TSMC를 통해 칩을 만들어왔지만 새 칩은 삼성전자로 넘길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양쪽 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TSMC는 종종 수율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확실한 답이 필요한 퀄컴으로서는 삼성전자를 통한 생산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삼성과 퀄컴의 파트너이자 경쟁자인 묘한 구도가 더 깊이 엮이게 되는 것이다. 삼성은 퀄컴 프로세서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제조사이자, 스냅드래곤의 가장 큰 경쟁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스냅드래곤820 칩은 올해 안에 빛을 보지는 못할 것 같다. 지금쯤 테스트용 제품이 제조사로 넘어가야 올 하반기 제품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이 일정 수준 이사으로 올라선 만큼 제품을 바라보는 기준이 최고 성능은 아니라는 점이 스냅드래곤810으로 증명됐다. 이미 제조사들도 같은 전력으로 더 높은 성능을 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고, 소비자들 역시 열과 전력 소비가 적은 칩을 선택 기준으로 두고 있다. 스냅드래곤820에 떨어진 숙제는 꽤나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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