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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25개 상장 게임사 직격 설문 “가상현실 VR시장, 귀사의 준비 상황은…?”


- VR시장 영향력은 78점 ‘파장 있을 것’ 
- 체험형 어드벤처게임, 영상 광고 등 주목


  
 


가상현실(VR)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오큘러스, 밸브 등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올해 말부터 이른바 ‘핵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중소기업들이 이미 삼성 ‘기어VR’을 통해 게임을 발매하는가 하면, 최근 네오위즈CRS가 자사의 야심작 ‘애스커’에 VR모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이스트소프트를 비롯 일부 상장사들이 VR콘텐츠 개발을 선언해 조금씩 불이 붙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국내 상장게임사들은 VR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준비는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6월부터 국내 게임상장사 25곳을 대상으로 설문과 개별 취재를 통해 VR시장에 대한 견해를 들어 봤다.

국내 VR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일부 게임사에서 근무하던 인력들이 개인 레퍼런스 차원에서 오큘러스 리프트용 데모를 공개하면서부터 조금씩 시장의 노하우를 쌓기 시작했다. ‘VR 시네마’나 ‘판타지 나이트’ 등 유명 데모 개발자들이 국내에서 나오기도 했다. 초기 VR시장에서부터 우리나라는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국내에서 개발된 네스토스의 ‘제임스의 유산’이나 스코넥 엔터테인먼트의 ‘모탈 블리츠’는 각각 오큘러스와 기어VR 데모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시연대에 오르는 등 발빠르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지난 E3쇼를 기점으로 이제 VR열풍은 대형 게임 제작사들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이브 온라인’의 개발사 CCP나 ‘라챗 앤 클랭크’로 유명한 인썸니악, ‘다크사이더스’개발진들이 뭉친 건파이어게임즈 등이 각각 VR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제 VR업계의 시각은 국내 대기업들을 향해 있다. 또 어떤 대형 발표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VR시장 ‘영향력은 78점’

국내 상장게임사들은 VR시장의 영향력을 78점으로 꼽았다. VR이 시장에 영향력을 줄 가능성은 있으나 아직은 크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평가다. 전체 25개 기업 중 11개 기업(44%)가 VR시장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반면 엄청난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기업은 2곳(8%)에 지나지 않았다. 반대로 미미한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도 3곳(12%)에 달해 일단은 관망하겠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VR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문에서 준비하고 있거나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힌 곳은 단 3곳(12%)에 불과했다. 그 외 기업들은 아직 계획이 없다(80%)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FPS나 체험형 어드벤처가 적합

VR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FPS나 체험형 어드벤처가 향후 대세 장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기대할 수 있는 장르로는 체험형 어드벤처(39.1%)가 손꼽혔다.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움직이면서 즐기는 게임들이 좀 더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FPS를 꼽는 이들도 30.4%나 됐다. 자유롭게 시야를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실제 전장을 방불케 하는 재미가 유저들로부터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중론이다. 이 외에도 시뮬레이션, RPG 장르 순서대로 전망이 밝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캐주얼 게임 장르에 투표하는 이들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가상현실 시장이 마니악한 분야로 보여지는 만큼 캐주얼한 게임을 서비스하게 되면 주목받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특히, 가상현실의 비주얼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그래픽이 동반된 게임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때문에 ‘비즈니스’차원에서는 자사의 기술력을 집약한 하드코어한 게임성을 선보이는 타이틀이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다.

  
 


영상 및 광고 시장 변화에 주목

국내 대기업들은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의 변화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360도 VR영상들이 파급력을 가지기 시작하면 오히려 이를 광고 채널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체 기업 중 47.4%가 영상(영화, 드라마), 광고 등의 채널로 VR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고, 교육 및 시뮬레이션 분야에 진출해 콘텐츠를 개발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기업도 21.1%였다. 이 외에 VR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이나, 특정 지역을 살펴보고 서비스할 수 있는 관광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기업도 있다.
일례로 넥슨은 6월말 넥슨게임박물관을 소재로 VR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사이트를 통해 박물관을 미리 둘러 보면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 셈이다. 관련 콘텐츠를 확장하면서 해외에 박물관의 존재를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도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 추이 보고 뛰어들 것

국내 기업들은  VR시장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VR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뛰어들어도 그리 늦지 않다는 판단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각 기업들이 대부분 명작 I·P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VR버전을 개발해 내놓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낼 수 있는 기업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이 모바일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다른 곳에 힘을 기울일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한 대기업 개발팀 관계자는 “VR시장에 어울릴 만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직 하드웨어나 인터넷 속도 등 기반 기술이 좀 더 발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내에서 유통할 만한 온라인게임이 개발되기까지는 수년은 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반면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이들도 있다. 현재 VR용 게임을 개발 중인 한 개발자는 “오큘러스 리프트나 스팀VR이 발매되기 시작한 시점에 뛰어들면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게임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 기회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게임 전문가 김민우 씨는 “대기업들의 시각에서는 레퍼런스를 보고 마켓이 형성된 다음에 개발비 대비 회수 금액을 계산한 다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단순히 가능성만 보고 움직이기에는 이미 조직이 너무 커버린데다가 주주들의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 입장에서도 VR시장이 만들어지면 새로운 매출원이 생기는 만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향후 VR주 등 테마주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대기업들이 진출하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