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와, 아마존, 이베이와 같은 외산 기업의 잠식만 걱정하던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소셜커머스 업체로 출범한 ‘쿠팡’의 급부상으로 들썩이고 있다.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1조1천억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인데, ‘지마켓-11번가-옥션’이 구축한 오픈마켓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쿠팡은 지난 3일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한화 약 1조1천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쿠팡측은 “쿠팡이 제2의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로 발돋움했음을 뜻한다”고 자평했다.·
쿠팡은 지난해 5월 미국 세쿼이어캐피탈에서1억 달러, 11월에는 미국 블랙록에서 3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이번에는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 1년 간 총 14억 달러(1조5천500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글로벌 벤처 단일 투자유치금액 기업 순위로는 우버, 샤오미에 이어 세 번째다.
쿠팡 김범석 대표.
■창업 5년 쿠팡, 성공 비결은?
쿠팡은 2010년 김범석 대표 등 하버드대학교 출신의 유학파들이 미국 매버릭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미국법인 포워드벤처스LLC를 설립, 국내지사 형태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알토스벤처스가 중장기 자금으로 쿠팡에 투자하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소셜커머스 태동기인 2010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소셜커머스 3사(쿠팡, 티몬, 위메프)는 비슷한 상품군을 갖추되, 차별화 전략을 하나씩 앞세워 경쟁력을 높여왔다.
▲쿠팡은 빠르고 친절한 배송으로 고객의 신뢰를 ▲티몬은 모든 생활이 티몬 쇼핑으로 가능한 라이프 커머스 전략을 ▲위메프는 저렴한 가격으로 합리적인 쇼핑을 내세웠다.
결국 쿠팡의 전략은 소비자와 시장을 움직였고, 결국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을 거뒀다. 특히 고객들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은 빠르고 친절한 ‘로켓배송’이 성공의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이는 데에도 주효했다.
이는 결국 김범석 대표에게 “아마존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을 안겼는데, 오늘의 야후와 알리바바 등을 있게 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결정타가 됐다.
쿠팡맨
■쿠팡의 꿈, ‘한국의 아마존’ 혹은 그 이상…
“국내에는 유일하게 쿠팡이 아마존보다 한 단계 진화한 모델로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물건들을 직접 매입해 고객에게 판매하고 더 나아가 직접 배송까지 시작했다. 아마존과의 경쟁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고객의 실망이 두렵다. 고객들에게 쿠팡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말을 듣도록 앞으로 계속 열정적으로 용기를 내 무모한 도전을 하겠다.”
지난 3월 기자간담회 때 김범석 대표의 말이다.
쿠팡은 전국 단위의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함으로서 2시간 내 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 제이디닷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하나같이 빠른 배송에 많은 전력을 집중하는 것과 같은 전략이다.
쿠팡은 현재 전자상거래 기업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9만9천173㎡의 인천물류센터를 신축 중이다. 이어 현재 8개의 물류센터를 16개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완공될 인천물류센터까지 포함하면 쿠팡의 물류센터 총 면적은 33만8천894㎡에 달한다.
쿠팡 물류센터.
이를 토대로 쿠팡은 거의 모든 상품을 직접 매입 판매하는 전략을 택할 예정이다. 생필품을 비롯해 신선식품 등 백화점과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거의 모든 상품들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겠다는 것. 최근에는 할리우드 스타 제시카 알바가 창립한 어니스트 컴퍼니와 국내 단독 론칭을 발표하는 등 유아 상품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배송전담 직원인 쿠팡맨을 7월 말까지 800여명 추가 채용, 로켓배송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시간 배송은 물론 빠르고 편리한 배송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방침이다.
쿠팡의 한국 아마존 전략은 경쟁사였던 티몬과 위메프뿐 아니라 지마켓과 옥션,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과 같은 대형마트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소프트뱅크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쿠팡이 예전부터 계획한 나스닥 성장까지 성공할 경우 쿠팡의 영향력은 국내를 넘어 적게는 아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에까지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소셜커머스&오픈마켓 반응은?
쿠팡의 대규모 투자 유치에 대해 국내 소셜커머스 및 오픈마켓 업계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반면에 기존 오픈마켓 업계는 실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미칠지는 아직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그 동안 적자와 출혈경쟁이란 비판적인 시각에만 머물렀던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이 그 만큼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방증아니겠냐”면서 “소프트뱅크가 괜히 투자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마켓 업체 관계자는 “당분간 오픈마켓 시장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일단 소셜커머스는 오픈마켓 상품 수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오픈마켓보다 대형 마트가 받는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오픈마켓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투자금이 집행되는지를 봐야할 것 같다”면서도 “그동안 쿠팡은 배송을 강화해왔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뭔가 더 새로운 것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크지만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쿠팡 실적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거래액 기준 지난해 55조200억원으로 전년보다 11% 성장했고 올해는 62조3천600억원을 달성해 13.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셜커머스인 위메프, 쿠팡, 티몬은 작년 4조8천100억원의 취급고를 기록했다.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인터파크가 주도하는 오픈마켓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17조8천600억원이다. 소셜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오픈마켓에 비하면 아직 1/3 수준에도 못 미친다. 바꿔 말하면 소셜커머스 시장이 오픈마켓에서 뺏어올 시장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e 쇼핑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는 아마존, 알리바바, 제이디닷컴 등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들만 경계했으나 정작 이들은 한국 직접 진출에 큰 관심이 없었다”면서 “이제는 미국과 일본 등으로부터 자금을 수혈한 쿠팡의 성장세와 영향력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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