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2002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이 등장한다. 소형 감시로봇이 홍채를 통해 신분을 확인하고 거리를 지날 때 주변 폐쇄회로(CC)TV가 홍채와 얼굴 윤곽 인식을 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근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 시장이 열리면서 생체인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고 인터넷뱅킹을 온라인으로 이용할 때 본인 확인과 개인 정보 보안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체인식 기술은 자동화 장치를 이용해 지문이나 홍채, 망막, 정맥, 손금, 얼굴 윤곽은 물론 목소리, 필체, 체형, 걸음걸이 등 인간의 다양한 신체적, 행동적 특성을 측정해 개인 식별 및 인증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아이디(ID)와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일회용 패스워드(OTP) 카드 등을 인증 수단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도난, 분실, 망각 등 문제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생체인식은 사용자 본인의 고유한 특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도난, 분실, 위조의 위험이 없으며 보안성도 상당히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체인식 기술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국경 관리나 공항 출입통제 시스템 같은 군사적 보안이나 치안 문제 이외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PC 보안, 휴대전화 사용자 인식, 콘텐츠 거래 인증, 차량 운전자 인식 등은 물론 신종플루 같은 감염병 검역에도 얼굴 인식 등 생체인식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할 것, 사람마다 달라야 할 것, 시간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할 것 등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다양한 인식 기술 중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지문 인증과 정맥 인증이다. 지문과 정맥 인식은 손가락이나 손등을 인식기에 대는 것만으로도 높은 정밀도로 개개인을 구분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문 인식을 활용하는 기관이나 기업 역시 다른 생체인식 기술 기기보다 설치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실제로 지문 인식은 생체인식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면서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얼굴 인식 기술은 대상이 측정기기에 직접 접촉할 필요가 없이 어느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측정할 수 있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해상도를 가진 카메라만 있으면 실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얼굴 인식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범죄자의 식별 같은 감시 및 보안 영역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휴대용 단말기를 이용해 범죄 용의자를 탐지하거나 몽타주 사진 자료와 CCTV를 이용한 인물 검색으로 잠재적 범죄자를 검색하고 추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도 전국 공항과 항만에 안면 인식 시스템이 설치돼 범죄 전력을 가진 외국인 사진과 입국자 사진기록 등을 대조해 범죄자를 골라내는 데 쓰고 있다.
기업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것처럼 소비자의 얼굴 정보를 확인하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에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등 신규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찾고 있다. 또 자동차업계는 운전자 얼굴을 인식해 졸음운전을 할 경우 경고음을 내보내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거나 안경, 가발 등을 쓰고 있을 때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눈의 중심부에 위치한 동공을 통해 전달되는 빛을 조절하는 홍채를 이용한 인식 기술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생체인식 분야다. 1960년대 초 홍채정보가 지문처럼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눈의 지문’으로 밝혀진 뒤 1987년 미국에서 원천특허를 등록해 갖고 있다.
홍채정보가 유사할 확률은 5억명당 1명꼴로 개인별 차이가 크다. 실제로 홍채는 출생 뒤 3세 이전에 모두 형성되고 완성된 후 평생 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유전정보와 무관하게 일란성쌍둥이도 서로 다르며 동일인도 왼쪽과 오른쪽의 홍채정보가 다르다. 그렇지만 홍채 인식 시스템은 지문 인식 기기보다 10배 이상 비싸고 장치가 커서 설치와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홍채를 기기에 댔을 때 지문만큼 빠르게 홍채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 밖에도 과학계에서는 뇌파를 이용해 개인 인증을 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술로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머리에 전극을 꽂거나 접촉시켜야 한다는 문제점 때문에 실용화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생체정보 활용에 따른 개인의 거부감 해소와 생체정보 이용과 관리의 투명성 확보가 관련 기술 대중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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