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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목재의 부활..지구 온난화가 목조빌딩을 부른다

캐나다 밴쿠버시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구내에 들어선 18층짜리 목조빌딩 기숙사.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제공

전통 건축자재인 목재는 철근콘크리트의 등장과 함께 쇠락해갔다. 하중에 견디는 힘과 불에 약한 것이 원인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선 목조 건물 높이가 4~6층으로 제한돼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100년 이상 찬밥 신세이던 목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원주택 수요가 늘어서가 아니다. 도심 고층빌딩 자재로 부활하고 있다. 지난 9월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는 세계 최고층 목조빌딩이 들어섰다. 기숙사로 쓰일 이 건물은 18층에 높이는 53m다.

목조 고층빌딩이 가능한 건 구조용 면재료(CLT)라는 새 가공 기술 덕분이다. 이 목재는 나뭇조각들을 가로세로 엇갈리도록 겹겹이 쌓은 뒤 압축해 만든 일종의 합판이다. 이를 통해 나무의 단점인 휨과 뒤틀림을 없앴고 강도는 훨씬 높였다. 균일한 제품을 만들기도 쉬워졌다. 폭을 18m까지 확장할 수 있어 바닥재로도 충분하다. 나무를 여러 겹 붙여 두껍고 단단한데다 겉면은 내열 코팅해, 불이 나도 잘 번지지 않는다. 지진에도 강하다. 철근콘크리트보다 가볍고 유연해서다. 목재 접합부들은 지진의 움직임을 상쇄해준다. 공사 기간 단축 효과도 있다. 밴쿠버 기숙사의 경우 4개월이 당겨졌다. 나무라는 자연의 재료가 가진 친환경성과 심리적 친밀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목조 고층빌딩을 등장시킨 일등 공신은 뭐니뭐니해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우려다. 목재는 온실가스 감축에서 일석이조 효과를 낸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철광석과 석회석을 녹이고 구워야 하기 때문이다. 목재는 이 과정이 필요 없다. 철과 콘크리트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각각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 5%를 차지할 정도로 만만찮다.

목재는 또 거대한 온실가스 저장소이다. 나무는 자라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빨아들인다. 나무에 저장된 탄소는 나무가 죽어 썩거나 불에 타버리면 다시 빠져나온다. 나무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늘리려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 늙은 나무는 베어내고, 어린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한다. 베어낸 나무를 건물 자재로 쓰면 탄소를 오랜 기간 저장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목재의 이런 효과에 주목해, 2011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목재제품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를 국가 탄소 계정에 집어넣었다. 밴쿠버 기숙사에 저장된 탄소는 차량 500대가 한 해 내뿜는 양이다. 전세계적으로 철을 목재로 대체하면 탄소 배출을 15~20%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목재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목조빌딩에서도 마천루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내년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1층 아파트 건설이 시작된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높이 133m, 40층짜리 목조빌딩이 추진되고 있다. 영국 런던과 미국 시카고에는 80층짜리 목조빌딩 설계안이 나와 있다. 80층은 현재 기술로 실현 가능하다고 꼽는 한계치이기도 하다. 건축가들은 10년 안에는 실현될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도 목조빌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7월 국내 최대 규모인 4층짜리 목조 건물을 연구원 안에 지었다. 내년엔 국내 개발한 구조용 면재료로 5층 목조 공동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2022년까지 10층짜리 아파트 건설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목조 고층빌딩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캐나다 건축가 마이클 그린은 목조빌딩의 잠재력을 120년 전에 시작된 철강 혁명에 비유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두 가지 대책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저장소를 찾는 것”이라며 “나무는 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건물을 짓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라고 말한다. 목조건축은 과연 미래 고층빌딩 건축의 새로운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출처 : 한겨례신문사 (http://v.media.daum.net/v/20161107090603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