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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확대되는 애플 위기론...팀 쿡 책임론까지 등장

15년만의 매출 감소, 아이폰 연간 매출 12% 감소,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 감소, 전세계 iOS 점유율은 10%, 퇴직을 앞두고 있는 1세대 직원들, 관리형 최고경영자(CEO).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쏟아지고 있다. 애플은 올해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수익의 91%를 가져갔다. 하지만 애플은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 이후 이렇다할 성공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아이폰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곧 애플의 위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 매출의 3분의 2는 아이폰에서 나온다. 문제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보다 1% 성장한 14억500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연간 성장률 10.4%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이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반영하듯 아이폰 올해 4분기(회계연도 기준, 2016년 6~9월) 판매량은 직전 분기보다 6.6% 감소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은 각각 8.3%, 31% 줄었다. 

▲애플이 위기에 처했다는 신호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 조선일보 DB

개개인이 필요로 하는 전자 기기 개수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애플에게 위험 신호다. 스위스계 증권사 UBS의 스티븐 밀루노비치(Steven Milunovich) 분석가는 소프트웨어가 지능화되면서 스마트 기기의 개수보다 소프트웨어 간 연결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글, 페북과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는 지능형 소프트웨어 시대의 수혜를 받겠지만 애플은 하드웨어 업체에 가깝다"며 "애플 소프트웨어는 애플 기기에만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팀 쿡 CEO가 "iOS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고 애플이 지배하는 세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iOS의 폐쇄성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애플 기기에서도 운영되도록 개방성을 강조한 덕분에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시장점유율은 90%에 육박한 반면 iOS의 시장점유율은 10% 선이다. 

애플이 고급화 전략을 쓰고 있는 것도 iOS의 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안드로이드나 윈도우 체제를 사용하다 iOS로 전환하는데 비용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중국 화웨이와 샤오미의 활약은 고급화 전략이 수명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중저가부터 프리미엄에 걸친 제품을 선보이며 애플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 스티브 잡스 시대 인물들 은퇴 앞둬…"혁신은 부족" 

스티브 잡스 시대 성공작을 만들어냈던 직원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점 역시 애플의 미래가 어둡게 평가받는 요소다. 최근 조너선 아이브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는 신제품 디자인 제작에서 손을 떼고 애플 스토어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스티브 잡스 시대 애플의 거의 모든 제품을 디자인한 인물이다. 문제는 아이브 CDO가 십수년간 이끌고 있던 팀원들도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밀루노비치 분석가는 "아이브 CDO 팀에서 15~20명의 구성원들이 큰 변화없이 15년 넘게 함께 일했다"며 "이들의 은퇴 시점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루노비치 분석가에 따르면 애플 직원들의 유동성은 여타 IT기업에 비해 낮은 편이다. 혁신의 아이콘 애플 조직이 정작 기민하게 움직이기 못한다는 이야기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급격한 인력 유출은 애플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다양한 세대를 섞어 팀을 꾸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폰 이후를 대비할 구체적인 성과물이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제다. 애플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에 기반한 구글 글래스와 같은 안경,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는 소문은 있지만 시장에 선을 보인 것은 아직 없다. 

▲애플 팀 쿡 CEO가 사티나 나델라 MS CEO만큼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 조선일보 DB

여기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이 내놓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팀 쿡 CEO 체제에서 2014년 출시한 애플와치는 아이팟, 아이폰만큼의 환호를 받지 못했다. 애플와치를 포함한 기타 애플의 제품군 매출은 지난해에만 22% 감소했다. 애플이 준비 중인 애플와치2에 대한 시장 기대도도 낮다. 업계에선 애플와치2에 체온이나 포도당 수치를 측정하는 헬스케어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몸 밖에 착용하는 시계에 들어간 헬스케어 기능은 실용적이지 않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애플이 처한 위기는 쿡 CEO의 책임론으로 이어진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를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클라우드 업체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비교가 두드러진다. 나델라 CEO는 스티브 발머 전 CEO 시대 위기를 맞았던 MS의 체질을 변화시키며 부활을 일으켰다. 반면 쿡 CEO는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스티브 잡스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무선 공유기 사업을 정리하는 등 혁신보다 회사 경영에 중심을 둔다. 애플은 최근 모니터 생산도 중단했다. 테크크런치는 "쿡 CEO는 기업 효율성과 수익을 증대하는데 중점을 두는 관리형 CEO"라며 "애플에게 지금 필요한 건 나델라 CEO와 같은 비전 제시형 CEO"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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