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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AI가 ‘똥손’을 ‘금손’으로

인공지능과 예술의 미래는?

“어때요? 그리기 참 쉽죠?”라는 명대사를 남긴 천재 화가 ‘밥 아저씨’(밥 로스, Bob Ross)는 그림그리기에 서툰 사람들에게는 등대와 같은 존재였다. 그의 설명대로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그림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인공지능(AI)이 ‘밥 아저씨’ 역할을 대신할 듯하다.

인공지능 그림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단번에 ‘똥손’이 그림을 잘 그리는 ‘금손’으로 변할 수 있다. 채색도 간단하다. 인공지능에게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 색을 힌트주기만 하면 원하는 톤으로 완성해준다. 시간은 1분이면 충분하다.

작곡은 어떨까.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에게 생각하는 이미지의 음악을 속도, 장르, 분위기, 악기 구성 등을 설정하기만 하면 전혀 새로운 곡이 생성된다.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기까지는 30여초면 충분하다.

인간만의 전매특허라고 생각해왔던 예술 분야에 인공지능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학습방식 덕분이다. 예술이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인간의 예술, 인공지능을 거치다

미국 10대 청소년 로비 바랏(Robbie Barrat)은 자신이 연구하는 AI 프로그램에게 누드를 그리도록 설계했다. 그의 AI에서 생성 된 누드 그림은 뒤틀린 초현실적인 그림을 생산해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학창시절 자신의 AI가 만들어낸 그림들을 공개했다. 그는 최근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로비 바랏(Robbie Barrat)은 AI 프로그램이 그린 누드화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https://twitter.com/DrBeef

로비 바랏(Robbie Barrat)은 AI 프로그램이 그린 누드화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https://twitter.com/DrBeef

그가 작업한 인공 지능 생성 누드 인물들은 팔다리가 얼룩져 엉켜있다. 분명 그다지 아름다운 형상은 아니지만 인체를 인공지능이 추상적인 관점으로 형상의 모습을 재창조했다는 측면에서 놀라운 성과였다. 그는 “기계가 인간을 어떤 눈(관점)으로 보는지 궁금하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그동안 사람들은 인공지능은 사람과 같이 비정형화된 그림을 그리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상상력과 창의성은 온전히 인간의 몫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창의성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예술에서도 인간만이 그러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제는 청소년도 AI 프로그램으로 전혀 새로운 영역의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로비 바랏(Robbie Barrat)의 AI 프로그램이 그린 누드화. ⓒ https://twitter.com/DrBeef

로비 바랏(Robbie Barrat)의 AI 프로그램이 그린 누드화. ⓒ https://twitter.com/DrBeef

지난해 4월 구글은 혁신적인 그리기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구글의 오토드로우(AutoDraw)는 아무리 못 그린 그림도 ‘그럴듯한 그림’으로 바꿔주는 인공지능 그림 프로그램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디지털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쉽지 않다. 그림에 서툰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선을 그어 대충 그린 낙서와 같은 단순한 그림을 인공지능은 채색까지 완벽한 그림으로 변화시킨다.

때문에 사용자는 원하는 분위기와 채색의 그림을 프로그램에 힌트를 주는 것만으로 간단하고 빠르고 쉽게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 있다. 원하는 이미지를 다른 디지털 파일에 옮겨서 또 다른 이미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심지어 무료다.

구글 오토드로우로 네모란 상자에 네모 창을 두개, 바퀴를 네개 그렸다. 인공지능은 자동차와 비슷한 이미지 수개를 추천했다. ⓒ https://www.autodraw.com/

구글 오토드로우로 네모란 상자에 네모 창을 두개, 바퀴를 네개 그렸다. 인공지능은 자동차와 비슷한 이미지 수십개를 추천했다. ⓒ https://www.autodraw.com/

구글의 오토드로우로 만든 최종 이미지. 가장 알맞는 이미지를 저장해 채색까지 일사천리로 마칠 수 있다. ⓒ https://www.autodraw.com/

구글의 오토드로우로 만든 최종 이미지. 가장 알맞는 이미지를 저장해 채색까지 일사천리로 마칠 수 있다. ⓒ https://www.autodraw.com/

구글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예술 영역으로 진입한 것은 오래된 계획의 일부다. 구글은 일찍이 ‘마젠타 프로젝트’로 미술과 음악 등의 예술 영역에 AI를 투입했다. 2012년에는 인공지능에게 수십만장의 사진을 학습시켜 비정형화된 이미지로 바꿔주는 ‘딥드림 제너레이터’를 개발했다.

구글의 AI 그림 프로그램 ‘딥드림’으로 그린 그림 29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경매에서 9만7600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딥드림(deepdreamgenerator.com)도 누구나 무료로 웹사이트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볼 수 있다.

AI 창작물로부터 인간의 창작물을 보호해야할 수도

음악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활약은 더욱 눈부시다. 구글은 이미 2016년도에 AI 작곡 프로그램 ‘엔시스(NSynth)’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음악을 발표한바 있다. 최근 영국 AI개발업체 쥬크덱과 국내 음반기획사 엔터아츠는 AI 작곡 프로그램을 활용해 인공지능 음반 레이블 ‘A.I.M’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러한 AI 작곡프로그램들을 활용하면 아티스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무료이다.

무료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인공지능 아티스트’들을 개발한 이들은 AI가 인간의 예술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찬재 엔터아츠 대표는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으로 인해 개인의 음악적 감성이 더욱 발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측도 AI 그림서비스 오토드로우를 개발한 이유에 대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디지털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와 같은 서비스를 만들었다”며 “빠른 그림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소개하고 있다.

수많은 인공지능 예술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쉽게 화가가, 작곡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개발자들의 주장대로 AI 예술 프로그램들은 앞으로 인간의 삶을, 감성을 더욱 더 풍부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시간 내에 창작물을 내놓는다는 측면에서 인간과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해 일본은 지난 2016년 차세대 지식재산시스템 검토 위원회를 통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창작물의 보호 범위를 정했다. 위원회는 인공지능으로부터 인간의 창작물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는 30일 서울 서초구 R&CD 혁신허브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열린 ‘AI 혁신포럼’에서 “인공지능을 창작활동에 이용하는 경우 이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며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창작물을 묶음으로 제공하는 경우에는 인공지능 개발자가 만든 창작물에 대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공지능 예술가가 앞으로 인간이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의 감동’을 줄지, 예술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며 인간과 경쟁하게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할 과제로 남았다.

출처 : http://www.sciencetimes.co.kr/?p=175760&cat=135&post_type=news&page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