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농구 스타 김현준 선수는 현역 시절 ‘컴퓨터 슈터’로 통했다. 한치 오차 없이 정확한 슈팅 때문이었다.
물론 ‘컴퓨터 슈터’는 김현준 선수 같은 슈터에겐 최고의 찬사였다. 라이벌이던 이충희 선수의 ‘슛도사’보다 더 그럴듯하게 들렸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컴퓨터 슈터’란 별명은 김현준 선수의 장기를 정확하게 묘사한 건 아니었다. 전성기 시절 김현준 선수는 수비수에 따라 변화무쌍한 임기응변에 능했다. 도저히 슛을 쏠 상황이 아닌 때에도 멋진 뱅크슛을 성공시키곤 했다. 1980년대 컴퓨터는 도저히 수행하기 힘든 능력을 보여줬다.
그 사이에 세월이 많이 변했다. 이젠 그 누구도 ‘컴퓨터 같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해진 알고리즘을 벗어난 작업은 잘 하지 못한다는 컴퓨터의 한계를 잘 알게 된 때문이다.
IBM 왓슨[사진=ZDNet]
요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에게 “AI 같다”고 하면 칭찬만은 아니다. 주어진 일은 잘 처리할 지 모르지만, 섬세한 인간적인 감정엔 다소 서툴다는 의미도 조금은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AI의 한계는 또 있다. 분석은 잘 하지만, 설명엔 서툴다. 알파고조차, 이세돌 선수를 궁지에 몰아넣은 ‘신의 한수’를 왜 선택했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물론 이런 한계는 AI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말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안다.”
널리 회자되는 ‘폴라니의 역설’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단 의미다. 이를테면 자전거는 능숙하게 타지만, 왜 그렇게 탈 수 있는지 잘 설명하지 못한다. 얼굴은 잘 인식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구분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 대답이 궁해진다.
인간에겐 ‘폴라니의 역설’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AI에겐 이게 좀 심각할 수도 있다. 왜 그럴까?
인간 소통에선 정보량(엔트로피) 못지 않게 군더더기(리던던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참 잘했다"는 말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말은 잘했다는 의미이지만, 억양에 따라선 살짝 비꼬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마주 보고 대화하는 인간들은 이런 뉘앙스를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얼굴 표정이나 그 동안의 관계 같은 '리던던시'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잘 했다'는 정보가 모든 것이나 다름 없다. 리던던시를 활용할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폴라니의 역설’은 AI에겐 만만찮은 제약 요건이 될 수도 있다. “AI스럽다”는 말이 칭찬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들어 ‘폴라니의 역설’을 뛰어넘으려는 연구가 꽤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설명 가능한 AI(XAI)란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AI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해준다는 의미다.
XAI는 ‘폴라니의 역설’을 뛰어넘으려는 시도인 동시에, AI와 인간의 거리를 더 좁히져는 시도라고 해도 크게 그르진 않다.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선 XAI가 갈수록 중요해질 가능성이 많다.
최근 IBM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XAI에 관심을 갖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AI로 가는 또 다른 관문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오는 12월12일 지디넷코리아 주최로 ‘ATS 2018’이 열린다. 알파고의 산실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ATS2018의 큰 주제는 'AI, 이제는 플랫폼'이다. 플랫폼으로서의 AI에서 중요한 테마 중 하나가 설명할 수 있는 AI다. 플랫폼의 신뢰도와 알고리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ATS 2018이 XAI란 조금은 새로운 개념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ATS 2018 사전등록 바로가기)
출처 : http://www.zdnet.co.kr/column/column_view.asp?artice_id=20181123162841&re=z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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