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하나. 지난해 12월 강릉의 한 펜션에서는 10여 명의 고등학생이 배관에서 새어 나온 이산화탄소에 중독되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사례 둘. 최근 김해시 근처의 고속도로에서 공항버스를 몰던 60대 운전기사가 뇌졸중으로 갑자기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기사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인공지능 기술의 사업화 시, 관련 기반 기술의 최신 동향을 공유하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 김준래/ScienceTimes
이처럼 안타까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그에 대한 해답을 인공지능(AI) 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지난 23일 코엑스에서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주최로 ‘인공지능 핵심기술 개발 및 사업화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안전이나 건강처럼 인공지능 활용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사업화를 위해, 관련 기반 기술의 최신 동향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필요한 플랫폼 제공
‘KSB BeeAI 인공지능 플랫폼’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연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실장은 “비아이(BeeAI)는 인공지능 구현에 필요한 과정과 관련 기술 등을 한곳에 모아놓은 플랫폼의 이름”이라고 소개하며 “BeeAI란 이름은 벌이 꿀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꽃가루를 퍼뜨리듯이 AI를 전 산업에 널리 확산시키자는 의미로 붙여졌다”라고 말했다.
비아이 플랫폼 개발은 현재 KSB융합연구단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KSB융합연구단은 ETRI를 중심으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그리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4개 출연연구기관이 협력하여 국민이 체감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미래선도형 연구조직이다.
자가학습형 지식융합 인공지능이란 의미의 ‘KSB(Knowledge–converged Super Brain) 연구단’은 기계학습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전문가들의 지식과 융합하여, 추론 및 최적화 과정을 바탕으로 예측·예방과 관련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주로 개발하고 있다.
KSB BeeAI 인공지능 플랫폼 개요 ⓒ ETRI
KSB융합연구단의 자료에 의하면 비아이 플랫폼은 인공지능 분야에 종사하는 중소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때 필요한 인프라 구축 비용과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정이 필요한데, 비아이 플랫폼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수집 및 처리부터 시작하여 학습과 예측, 그리고 응용서비스까지 전 주기적인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아이의 기능에 대해 대다수의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과 비슷하다고 비유한다. 대학에 가서 전문적인 학문을 배우기 위해 기본적인 지식을 배우고 있는 고등학생과 같다는 것이다.
올해로 설립 4년 차를 맞은 KSB융합연구단은 1단계를 완료하고 현재 2단계인 실용화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2단계 사업에서는 기업들이 사업화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개발된 핵심기술과 SW를 바탕으로 실증 테스트에 주력할 예정이다.
건강 및 안전 분야의 예측에 활용될 인공지능 기술
KSB융합연구단이 추진하고 있는 실용화 연구 과제로는 △실시간 교통 예측 서비스 △기계학습 기반 고령자 건강 뇌졸중 모니터링 기술 △지능형 분산 빌딩 에너지 관리 기술 △플랜트 누출 진단 기술 등이 있다.
실시간 교통 예측 서비스 연구과제와 관련하여 이 실장은 “테스트 단계에서 주어진 문제는 교통 속도 예측을 통한 강남 지역의 교통 효율 향상이었다”라고 언급하며 “입력 데이터로는 택시에 부착된 센서에서 수집되는 실시간 속도 스트림 데이터를 사용했다”라고 밝혔다.
테스트 결과, 연결된 도로들의 15분 후 교통 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실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비아이 플랫폼의 장점에 대해 “시스템 연계가 많은 부분을 비아이가 해결함으로써 개발자는 본인의 인공지능 로직 개발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고령자의 건강을 위한 뇌졸중 모니터링 기술도 비아이를 통해 해결하려는 과제다. 뇌졸중 모니터링은 환자의 생체정보를 분석하는 건강 모니터링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심박수나 족압(足壓) 등이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완성된다면 향후 웨어러블 기기에서 측정된 생체신호를 통해 조기에 질병을 진단·예측하는 서비스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배관에서 누출되는 가스 사고도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ETRI
지능형 분산 빌딩 에너지 관리 기술도 주목을 끄는 과제다. 기존 기술들이 건물 전체를 대상으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방식이었다면, KSB융합연구단의 기술은 건물을 구역별로 나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처한 환경 상황에 맞게 온도 및 습도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하여 중소형 건물에 최적화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장점이다.
이 밖에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개발한 플랜트 누출 진단 기술 역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발전소 등에 적용하여 배관에서 누출되는 가스의 위치나 양을 조기에 발견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 실장은 “앞으로 도래할 초연결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수집된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여, 에너지 사용 최적화나 플랜트 안전, 또는 고령자 질환 예측과 같은 사회적 현안과 산업 이슈를 해결하는 원천기술로 활용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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