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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

과기부 '달탐사 해명내용' 일부가 사라진 까닭은?

과기정통부가 예산 부족으로 NASA의 달탐사 합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따른 해명자료를 냈다가 수정 및 삭제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최근 '한국, NASA 달탐사 합류 제안 거절' 보도로 곤경처한 과기정통부
공식 해명자료에 기재부·국회 상대 예산확보 노력 명기했다가 지워
실제 과방위 예산심사 때 예산요청 하지 않은 사실 밝혀져 거짓해명 가능성
과기정통부, 해명자료 일부 삭제 경위 확인 취재 나선 대덕넷에 묵묵부답

대덕넷(HelloDD) 취재 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국의 달 탐사 계획(아르테미스) 참여 제안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적극적인 예산확보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해명자료를 냈다가 얼마 후 핵심 해명 내용 일부를 몰래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왼쪽)수정 전 해명자료 (오른쪽)수정 후 해명자료. [사진=대덕넷]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 정부가 미국의 달 탐사 계획(아르테미스) 참여 제안을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내놓은 해명이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적극적인 예산확보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해명자료를 냈다가 얼마 후 핵심 해명 내용 일부를 몰래 삭제한 것으로 대덕넷 취재 결과 드러났다. 

13일 대덕넷(HelloDD)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말 국내 여러 언론들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채로 달 궤도를 비행할 아르테미스 2호에 한국의 큐브위성을 실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한국 정부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NASA는 아르테미스 2호에 여유 공간이 생긴 데다 여러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브위성은 가로·세로·높이 10㎝의 초소형 꼬마 위성으로 여러 대를 한꺼번에 운용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저렴하게 큐브위성의 달 궤도 운용 실험을 할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올해 5월 우주항공청을 개청하는 한국은 지난 2022년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탐사선) 다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2031년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우주를 선점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최선두 주자인 미국과의 협력이 더욱 절실한 순간이었다. 

과기정통부는 거센 비난을 예상했는지 보도가 나온 지난달 26일 곧바로 해명자료(보도설명자료)를 게재했다. 

‘정부는 나사(NASA)의 아르테미스 2호 임무 참여 제안을 거절한 바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해명자료에서 과기정통부는 "NASA의 제안을 받은 9월 말~10월 초 경에 정부 예산안이 이미 국회로 제출돼 추가예산 제기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관계 연구기관, 기업 등과 신속히 소통해 방안을 마련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 추가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월 말경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탑재체를 기업이 제조한 큐브위성에 탑재하는 방안을 도출해 11월 1일 NASA 측에 참여의향서를 제출했으나 4개월여의 단기간에 지구 저궤도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작동하는 위성을 개발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에 따른 위험 등을 고려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과기정통부의 예산확보 노력을 보충적으로 설명한 글이 수정됐다.

처음에 '관계기관 회의를 거쳐 도출된 소요예산 70억원에 대해 기획재정부 및 국회 등에 설명하고, 예결위 등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했다'고 표현됐던 부분이 '관계기관 회의를 거쳐 소요예산 70억원을 도출'이라고 바뀌었다. 

'기획재정부 및 국회 등에 설명하고, 예결위 등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했다'는 부분이 슬그머니 삭제된 것이다. 

예산 확보 노력을 기울였으나 기재부 및 국회 등의 벽을 넘지 못한 것처럼 해명했다가 나중에 문제될 것을 우려해 지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실 측은 과기정통부가 과방위에 에르테미스 프로젝트 참여 예산에 대해 보고조차하지 않았다고 밝혀 의구심을 뒷받침 했다.  

과기정통부가 NASA의 제안을 받고 참여 의향서를 보낸 것은 지난해 11월 1일이었고 과방위 예산심사 기간은 11월 1~14일이었다. 의지만 았었다면 예산을 추가로 요청할 시간적 여유가 없지 않았던 셈이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문제가 불거져 당시 과방위 회의록을 다시 살펴봤는데 과기정통부는 예산심사  때 탐사 프로젝트 예산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후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심사 문건에 여당 예결위원들 명의로 '달 탐사 예산이 필요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 종합심사에서 반영될 리 만무하지 않느냐"며 "일종의 '알리바이' 확보 차원의 기록이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달 탐사 프로젝트 참여 예산이 연구개발(R&D) 예산에 속하다 보니 과기정통부가 스스로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뒤 다시 세워 달라는 꼴이 됐고 그럴 경우 왜 마구잡이로 예산을 삭감했느냐는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덕넷은 과기정통부에 해명자료 일부를 삭제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등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유진 기자 lyj.5575@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