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자율주행과 같은 모빌리티, 사물인터넷(IoT) 등에서도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5G 기반 자율주행 기술 공동 개발은 물론 스마트시티 등 관련 영역의 정부 주도 사업에 컨소시엄을 구축해 서로를 우군으로 삼았다.
다만 KT·현대차그룹의 협력 성과는 무르익지 않은 분위기다. 기술 공동 개발은 다양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구축한 컨소시엄에선 이미 사업 수주에 고배를 마셨거나 경쟁사 컨소시엄에 최초 타이틀을 내줄 상황에 처했다.
현재 KT 수장인 김영섭 대표가 과거 LG CNS 수장으로 KT·현대차 컨소시엄의 스마트시티 사업 수주를 좌절 시킨 바 있다. KT는 최근 LG유플러스에 현대차그룹 텔레틱스 회선 공급을 내주는 등 수모를 당했다. 김 대표가 뒤바뀐 위치에서 KT, 현대차그룹 협력 체계를 이끌어 갈지 주목된다.
◇자율주행·ITS, UAM 등 다방면에서 장기간 파트너십 진행
KT는 현대차그룹과 내부적으로 지능형 교통체계 솔루션(ITS) 고도화를 위해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자율주행과 ITS 구축에 필요한 사물간통신(V2X) 방식인 셀룰러(C)-V2X부터 상용 전기버스 차량 통합관리 서비스(FMS) 기술 고도화 등을 함께 연구했다.
2016년 5G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 업무협약 등으로 더욱 구체화된 KT의 현대차 협력은 정부 주도 사업 공동 대응 등으로 이어졌다. 2020년 당시 총 사업비 2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던 세종 스마트시티 사업, 국토교통부에서 진행하는 K-UAM 그랜드 챌린지 참여를 위한 컨소시엄 구축이 대표적이다.
다만 KT와 현대차 컨소시엄의 최근 성적은 물음표다. 세종 스마트시티 사업의 경우 KT와 현대차는 당초 개별적으로 입찰에 참여했었다. 서로 출발점이 달랐던 양측은 실제 입찰 직전 손잡았다. 수주를 위해 일종의 총력전에 나섰던 셈이다. 하지만 수주 승자는 LG CNS, LG유플러스 등으로 구성된 LG 컨소시엄이었다.
KT, 현대차 컨소시엄이 놓친 세종 스마트시티 사업은 어느새 사업비가 3조원을 넘는 규모까지 증액됐다. LH와 컨소시엄 간 토지매매대금 의견 차도 지난해 일단락돼 본격 사업 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추가 지연을 겪지 않는다면 LG 컨소시엄은 세계 첫 민간 주도 스마트시티를 개발하게 된다.
K-UAM 그랜드 챌린지의 경우 정부 주도 실증 사업인 만큼, KT·현대차 등 각 컨소시엄이 치열하게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진 않다. 다만 실제 UAM 기체를 활용한 상용화, 실증 돌입 단계에서는 KT·현대차 컨소시엄이 SKT·조비 에비에이션(이하, 조비) 컨소시엄에 뒤졌다. 국내에서 처음 UAM을 상용화 시킨 통신사이자 컨소시엄 구성원이란 타이틀을 SKT에서 선점하게 될 전망이다.
조비의 기체인 S4의 경우 올해 4월 제작 완료 후 10월 실증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목표 상용화 시점은 2025년이다. 반면 KT·현대차 컨소시엄에서 활용할 슈퍼널(현대차 자회사) 기체는 상용화 시점이 2028년이다. 올해 진행될 K-UAM 그랜드 챌린지 실증 1단계에서도 사용되지 않는다.
◇’적→수장’ 입장 뒤바뀐 김 대표, KT 커넥티드카 경쟁력 되찾아 올까
현재 KT를 이끌고 있는 김영섭 대표는 KT·현대차 컨소시엄과 기묘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2020년 세종 스마트시티 사업 수주에서 LG CNS 대표로 재직하며 KT와 현대차 협력에 직접 쓴 맛을 선사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당시 LG CNS는 김 대표 지휘 아래 스마트시티 사업 역량을 크게 키우며 당시 LG 컨소시엄의 사업 수주를 이끈 1등 공신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 CNS는 김 대표 체제 아래 스마트시티에 투자하며 고양시 등 포트폴리오를 쌓았고 이를 과거 유비쿼터스시티 사업 경험과도 연결해 세종 스마트시티 사업권을 따냈다”며 “당시 세종 외에도 부산 등 국내외 다른 스마트시티 사업자 선정도 이뤄졌는데 LG CNS와 LG 컨소시엄이 대부분 크게 앞섰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공교롭게도 한 차례 꺾었던 KT·현대차 협력을 이번엔 KT 수장으로써 주도적으로 일궈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진행 중인 현대차와의 UAM 컨소시엄에서 KT의 담당인 관제, 통신 영역 경쟁력을 입증하고 커넥티드카 등 IoT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다만 상황은 녹록 않다. KT가 2022년 LG유플러스에 현대차그룹 텔레매틱스 회선 공급을 내줬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브랜드 자동차 전반이 지난해부터 2년 계약으로 LG유플러스 회선을 쓰게 됐다. LG유플러스의 가격 경쟁력이 주효했지만 과거 누적된 협력 관계, 지분 교환을 고려하면 뼈아픈 실책이다.
현대차 같은 완성차 기업은 자동차에 탑재되는 시스템, 부품 공급에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 결함 발생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뢰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KT가 과거 현대차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가졌다 해도 반드시 텔레틱스 회선 공급을 되찾아 올 것이라 낙관하기 힘든 이유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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