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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출·퇴근길 10분의 幸福… 스마트폰 '스낵 컬처'

새로운 방송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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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한 '웹툰·웹드라마' 열풍]

심심할때 과자 집어먹듯 술술… 10분이면 웹드라마 한편 뚝딱

학생·회사원 소재로 인기몰이


오전 8시 회사원 강지은(32)씨는 출근길에 잠실역에서 지하철을 탄다. 스마트폰을 꺼내고 이어폰을 연결한 뒤 그가 보는 것은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 강씨 또래 직장인이 주인공으로 나와 '먹방(먹는 방송)'을 선보이는 드라마다. 드라마가 끝날 쯤이면 회사가 있는 역삼역에 도착한다. '출출한 여자' 한 회 방영 시간은 10분, 지하철 정거장 다섯 개를 스치는 시간과 같다.

'스낵 컬처'가 직장인의 출퇴근길과 학생의 쉬는 시간을 채우고 있다. 2007년 미국 IT 전문지 '와이어드'에 처음 등장한 이 용어는 입이 심심할 때 집어 먹는 과자처럼 즐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 그대로 스낵의 특징을 닮았다. 빨리 끝낼 수 있고 간편하며 저렴하다. 10분 안에 한 회를 마무리하는 웹드라마와 웹소설, 웹툰, 캐주얼 게임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짧고 쉬운 만화·드라마·책 

스낵 컬처가 모바일이나 웹에 국한된 문화는 아니지만 이 문화의 확산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시작된다. 지난해 유행했던 캐주얼 게임 '애니팡'이 대표적이다. 애니팡과 비슷한 게임들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인기를 끈 것은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이후다. PC게임, 비디오게임보다 훨씬 간단하고, 1~2분이면 한판이 끝난다. 쉽고 빨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노인들까지 이 게임을 즐겼다.

웹소설과 웹툰 소비가 증가하는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웹툰은 5~6년 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해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이 될 정도로 주류 문화로 정착했다. 현재 네이버 웹툰의 1일 이용자는 620만명이다.

지난 1월 선보인 웹드라마 '후유증'은 4월 1일까지 누적 조회수가 360만회에 달한다. '후유증'과 '출출한 여자'와 같은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올 상반기에만 '어떤 안녕' '방과 후 복불복' '러브 인 메모리' '무한동력' 등 웹드라마가 쏟아져 나왔다.

웹툰 한 편의 길이는 대부분 10분 내외. TV에서 방영하는 한 시간짜리 드라마 도입부 정도에 해당하는 길이다. 쉬는 시간과 출퇴근길에 이용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학생이나 직장인이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10분 안에 완결된 이야기 한 편을 선보이려니 내용은 이해하기 쉽고, 전개는 빠르다. 웹소설이 순수문학이 아닌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문학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웹소설은 한 회를 읽는 데 10~15분 정도가 걸린다.

◇아무나 만들고, 공짜로 즐긴다

조리사 자격증이 없어도 길거리에서 군것질거리를 팔 수 있는 것처럼 스낵 컬처에서 생산자의 진입 장벽도 낮은 편이다. 포털사이트마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웹툰이나 웹소설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여기서 인기를 얻은 작품은 포털사이트로부터 돈을 받고 정식 연재를 한다. 네이버 차정윤 과장은 "1년 동안 20만편의 웹소설이 네이버에 올라왔다. 네이버와 계약한 전문 작가도 있지만 이 중 대부분이 아마추어 작가다"라고 했다.

사용자에게도 스낵 컬처는 만만하다. 언제, 어디서든 틈날 때 잠깐 즐길 수 있는 데다 웹툰과 웹소설, 웹드라마는 모두 공짜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콘텐츠 투자사인 소프트뱅크 벤처스 위현종 책임심사역은 "학생이나 직장인에게 스낵 컬처가 인기를 얻는 것은 이들이 모두 바쁘기 때문이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변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