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발 디디고 싶은 한국 스타트업에게 참고가 될 만한 17년차 일본 스타트업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일본의 국민 레시피 서비스가 된 ‘쿡패드’입니다. 현재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만 2천만건 넘게 내려받기됐으며, 일본에 거주하는 20~40대 여성들은 거의 쿡패드를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기가 좋습니다.
요리를 하고 요리법을 남들과 공유하길 즐거워하는 사람이었던 쿡패드의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CEO)인 사노씨는 1997년도에 쿡패드를 만들었습니다. 2004년부터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6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2009년에는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공을 들인 만큼 쿡패드 입지는 단단합니다. 야후나 라쿠텐 등 일본의 대형 포털이 요리법 웹사이트를 만들어 공략해도 끄떡없었습니다.
쿡패드의 핵심 수익모델은 프리미엄 서비스입니다. 음식 검색을 하면, 아무런 랭킹 없이 결과물이 나오는데,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면 인기 좋은 요리법을 볼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리 돈으로 한 달에 3천원 정도 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콘텐츠에 돈을 쓰는 데 인색하지 않아 130만명의 가입자가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가입자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는 이 회사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광고 시장이 타격을 받더라도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주요한 수익모델은 ‘광고’입니다. 매일 이용자들이 저녁에 무엇을 해 먹을지 들어가기 때문에 더 정교하게 ‘타게팅’해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쿡패드의 한국인 직원인 정진호 UI 디자이너 얘기를 들어 보니, 쿡패드는 기업문화도 남달랐습니다. 정진호 디자이너는 ‘재팬부트캠프’에 참석한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쿡패드 사례를 통해 일본 기업문화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다양한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Δ정진호 쿡패드 UI 디자이너
쿡패드는 요리법 전문 서비스답게, 회사 각 층마다 주방이 있답니다. 쉐프는 없습니다. 직원들이 직접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이용자들이 올린 요리법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답니다. 회사의 문화와 서비스가 같은 거지요. 그건 요리를 직접 만들지 않거나 요리를 좋아하지 않으면 이용자에게 서비스가 제대로 전달이 될까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쿡패드는 명함도 재치 있습니다. 명함 뒷면에 요리법이 있거든요. 누가 봐도 쿡패드 직원들은 요리를 좋아하고, 요리법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Δ정진호 디자이너의 명함 뒷면에는 김치볶음밥 요리법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이 기술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정진호 디자이너는 “팀의 모든 디자이너가 모바일 디자인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운영체제를 이해하고, 업무 시간이 끝나도 함께 얘기를 많이 나눈다”라고 말했습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더 나은 소통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정 디자이너는 “예를 들어 나인패치나 안드로이드 길이 단위인 dp와 sp 등 디자이너들이 각 기기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팀들도 디자이너와 같이 일하며, 디자이너들도 서버 개발자와 얘기한다고 합니다. 정진호 디자이너의 동료 직원인 나가노 씨는 UX디자이너면서 프론트엔드 엔지니어이기도 하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소통을 돕는 다리 역할을 해줍니다.
이밖에도 쿡패드는 회사의 모든 e메일과 서류 등을 구글앱스로 통일했다고 합니다. 개발부서는 모두 ‘깃허브’로 업무를 처리하고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정진호 디자이너는 현재 쿡패드의 디자이너 미션은 ‘모바일 퍼스트’라고 소개했습니다. 사실 급격한 쿡패드의 성장은 스마트폰 시장이 커진 영향을 받았습니다. 요리법은 대개 PC가 아니라 부엌에서 보게 되니까요. 예전에는 프린트해서 요리법을 봤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보게 된 겁니다. 정 디자이너는 “PC버전 디자인은 거의 건드리지 않고 모바일 디자인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이번에 톤앤매너를 확정지어 앞으로 나올 쿡패드 모바일 앱들은 같은 톤앤매너로 갈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Δ ‘쿡패드’ PC 버전
Δ’쿡패드’ 모바일 버전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쿡패드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한우물 파기’와 ‘오랫동안 파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본 인터넷 시장의 장점을 보여준 회사”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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