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캐스트의 마지막 봉인, 화면 미러링이 드디어 풀렸다. 이제 안드로이드에서 출력되는 모든 화면이 이 5만원짜리 기기를 통해 TV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특히 국내 이용자들은 구입한 지 이제 딱 한 달 밖에 안 지났는데 큰 선물을 얻었다.
단언컨대 미러링이 있는 크롬캐스트와 없는 크롬캐스트는 전혀 다른 기기다. 내가 현재 보고 있는 화면을 저기 앞에 보이는 TV에 띄우는 데 그 어떤 선도 필요 없고, 복잡한 설정도 없다. 자꾸 강조하지만 그 비용이 불과 5만원이다.
쉽다, 빠르다, 화질 좋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크롬캐스트 앱을 1.7 이상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알림센터를 끌어내리고 ‘화면 공유’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또는 설정에서 ‘디스플레이’ 혹은 ‘화면’을 누르고 맨 아래 ‘화면전송’을 열면 크롬캐스트가 보인다. 마찬가지로 이를 누르면 곧바로 그 TV에 화면이 나온다.
이후부터는 화면에 뜨는 모든 움직임과 소리가 고스란히 TV로 전송된다. 아직까지 모든 기기에서 되는 건 아니고 넥서스5를 비롯해 넥서스4, 7(2013), 10에서 되고, 삼성은 갤럭시S4, S5, 노트3, 노트10이 리스트에 있다. LG전자는 G2, G프로2, G3에서 된다. 이후 다른 기기로도 확장될 계획이다.
크롬캐스트 기기가 따로 업데이트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보내주는 스마트폰쪽에서 영상만 처리되면 크롬캐스트는 그 화면을 다 받아서 뿌려줄 수 있는 듯하다. 화면 전환에 대한 딜레이는 아주 짧은 편이고 프레임이 떨어지거나 화질이 뭉개지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뭔가를 입력했을 때 나오는 반응 속도는 매우 만족스럽다. PC의 크롬브라우저를 미러링하는 것은 초기부터 됐는데 그 반응속도와 비교해도 더 빠르다.
특히 동영상을 틀어도 화면과 소리가 갈라지지 않고 그대로 잘 나온다. 유선으로 연결한 것과 별 다를바 없고, 무엇보다 간편하다. 기술적으로, 또 기기 그 자체로 크롬캐스트는 충분히 안드로이드폰의 화면 미러링을 받아낼 수 있는 기기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독 미러링만 단단히 막혀 있었던 건 지금도 의아하다.
크롬캐스트가 반갑지 않은 이들
몇 곳이 곤란스러울 것 같다. 일단 첫 번째는 와이파이얼라이언스다. 안드로이드의 표준 무선 화면 전송 기술로 채택된 미라캐스트를 갖고 있는 곳이다. 미라캐스트는 발표되고, 안드로이드에 들어간 지 꽤 오래 됐지만 호환성에 문제를 겪었고 TV에 적용되긴 했지만 대중적으로 쓰이진 않았다. 또한 특정 TV에서만 쓸 수 있었는데 이를 5만원짜리 기기에서 작동하게 됐다.
케이블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안드로이드의 화면을 TV나 외부 디스플레이로 뽑아내는 데 HDMI와 MHL, 미니포트 등이 경쟁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마이크로USB 단자에 꽂는 것임에도 규격이 제각각이어서 거의 기기마다 전용 단자가 필요할 지경이었다. 심지어 같은 MHL이라고 해도 제조사에 따라 케이블이 달랐다. 그걸 크롬캐스트가 단숨에 해결해 버렸다.
또 하나는 그 동안 스마트폰 콘텐츠를 TV로 전송하는 것을 막고 싶었던 지상파 업계다. 크롬캐스트가 국내에 공개되면서 티빙과 호핀을 TV 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은 전송이 제한됐다. 방송사들이 N스크린 플랫폼으로 TV에 방송이 뿌려지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있긴 했지만 방송사로서도 새 플랫폼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구글이 크롬캐스트의 미러링을 풀면서 모든 갈등 요소가 해결돼 버렸다. 모든 화면이, 심지어 동영상 재생화면까지 TV로 모두 미러링되기 때문이다. 물론 콘텐츠를 크롬캐스트가 직접 스트리밍하는 것과는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결과물에 대해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구글에게 안드로이드와 크롬캐스트를 판매하지 말라고 하기도 쉽지 않다.
스마트TV의 답, 가장 쉬운 곳에 있었네
구글은 TV 시장에 대해 많은 길을 돌아 왔다. 크롬캐스트는 그 과정에서 가장 단순한 기능 몇 가지로 시작했다. 콘텐츠 스트리밍이다. 하지만 기기 자체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미러링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크롬캐스트는 곧 다른 기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TV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애플TV도 출발점은 비슷했다. 복잡한 셋톱박스의 기능을 간략하게 줄이고, 직접 스트리밍할 수 있는 서비스, 그리고 아이폰, 아이패드, 맥의 화면을 TV로 미러링해주는 기능을 담고 있다. 다만 애플은 기능의 일부를 스마트폰 대신 리모컨으로 하길 원했고, 구글은 크롬캐스트를 통해 그 리모컨 마저도 안드로이드폰으로 쓰길 원했다. 그 결과는 35달러의 자그마한 동글이다.
구글 스스로도 앱으로 원하는 기능들을 확장할 수 있게 하겠다던 구글TV보다 크롬캐스트가 더 성공했고, 안드로이드TV는 크롬캐스트의 기능들에, 독자적인 TV 운용을 위한 재생 기능들이 들어가게 바꾸면서 스마트TV 시장에서 많은 부분이 정리되고 있다. 이미 누구나 손에 똑똑한 컴퓨터를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 그 동안 이걸 TV에 활용하지 못하고 비싸고, 먼 길을 돌아왔을까 싶다. TV 옆에 놓을 공용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나, 리모컨처럼 생긴 안드로이드 기기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그 변화가 앱 하나 바꾼 데 있다니 새삼 놀랍다.
http://www.bloter.net/archives/199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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