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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손가락에 끼워 허공에 ‘쓱쓱’…동작인식 마우스 ‘모션링’


2002년 마이너러티 리포트를 기억하는가?

탐크루즈가 어떤 장갑을 끼고 투명 유리에서 화면을 조정하는 모습!

모션인식, 동작인식 기술인데 그 모션 인식이 축소된 것이 아이폰의 멀티터치였다.

한국 기업이 웨어러블 마우스라는 개념으로 이런 것을 하나 만들었다.

공상과학 영화는 이상하게도 실현이 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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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은 이제 익숙한 낱말이다. ‘입을 수 있는’ 정도로 풀이하면 되는데, 웨어러블 시계나 웨어러블 안경, 웨어러블 가상현실 기기 등 ‘입는컴퓨터’를 표방한 제품이 종종 등장하는 추세다. 웨어러블 마우스라면 어떨까. 손에 들고, 허공에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모션링’을 개발한 국내 업체 유즈브레인넷이 웨어러블 장치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원유석 유즈브레인넷 대표는 모션링을 웨어러블 마우스로 소개했다.

모션링은 손가락에 끼워 쓰는 제품이다. 허공에서 손목을 움직여 화면에 나타난 마우스 포인터를 조작할 수 있다. 크기는 어른의 두 번째 손가락에 끼워 쓸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그 안에 가속도센서와 자이로센서 등 최근 스마트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센서가 들어가 있다. 자이로센서가 나침반처럼 기준점을 잡으면, 가속도센서가 손목이 움직이는 정도를 판단해 마우스 포인터에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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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석 유즈브레인넷 대표

“손목을 꺾을 때는 가속도 센서 값을 주로 반영합니다. 자이로 센서와 가속도 센서의 값이 어떻게 변하는지 받아서 이를 실제 마우스 포인터에 반영하는 이른바 ‘튜닝’ 기술이 핵심이죠. 반지 모양인 만큼, 작아야 하고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요.”

모션링은 개발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손가락에 끼워 쓰는 제품인지라 자칫 까칠까칠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은 적용할 수 없었다. 제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이물감이 덜하도록 하는 디자인으로 바꾸기 위해 금형도 한 번 엎었다고 원유석 대표는 말했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익숙하지 않은 겉모습과는 달리 조작법은 간단하다. 손가락에 끼우고, 모니터 앞에서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면 된다. 모션링이 화면을 향하도록 할 필요도 없다. 화면에 직접 적외선 등을 쏴 조작하는 방식이 아닌 덕분이다. 단추를 누를 수 있도록 왼쪽 단추와 오른쪽 단추가 마련돼 있다. 가운데 있는 ‘모션’ 단추는 모션링의 핵심 기능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모션 단추를 누르고 손목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보통 마우스의 휠 단추를 아래로 스크롤하는 동작이 된다. 반대로 모션링을 끼운 손을 시계방향으로 꺾으면, 화면을 위로 스크롤할 수 있다. 모션 단추를 누르고, 손을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다음 화면’ 조작을 할 수 있다. 허공에 ‘1’ 자를 그리듯 손을 아래로 내리면, 윈도우의 창이 최소화된다. 모션링에 미리 설정된 몇 가지 동작을 응용해 컴퓨터를 조작하는 데 필요한 모든 명령을 실행할 수 있다. 일인칭슈팅(FPS) 게임도 키보드 없이 모션링 만으로 조작할 수 있을 정도다. 허공의 손동작만으로 얼마나 정교하고 다양한 조작을 구현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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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에 끼워 쓰는 동작인식 마우스 ‘모션링’

△ ‘모션링’ 간단 시연 영상 보러가기(링크)

원유석 대표는 ‘마이요(Myo)’와 ‘립모션(Leap Motion)’ 등 해외에서 먼저 시도된 독특한 콘셉트의 제품을 보고, 새로운 조작 장치를 개발하려는 목표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모션링은 그 결과다.

“근전도센서를 활용하는 ‘마이요’를 보고 연구를 많이 했어요.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기술이 나오지 않는 걸까. 아이디어를 제대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도 아니고요. 일종의 개척자 정신이죠. 그중에서 우리가 가진 기술을 살려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은 거고요.”

유즈브레인넷은 지난 2009년 국내 IT 대기업에 다니던 원유석 대표가 창업한 업체다. 이후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협력업체로 사업을 꾸려왔다. 모션링에 적용된 센서 기술도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제공하던 유즈브레인넷의 노하우를 아우른 것이다. 말하자면, 모션링은 B2B(기업 대 기업) 사업만 하던 유즈브레인넷이 처음으로 개발한 B2C(기업 대 소비자) 제품인 셈이다.

모션링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에서 쓰면 좋지만, 스마트TV에서 써도 좋다. 거실 대형 TV에 셋톱박스 형태의 소형 PC를 연결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데, 키보드와 마우스는 이 같은 상황에서 쓰기 불편하다. 유즈브레인넷도 모션링을 이 같은 가정에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린이 지능발달 게임이나 장애인의 재활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도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원유석 대표는 설명했다. 손동작이 필수적인 제품이라는 특징 덕분에 활동을 요구하는 분야에 쓰기 적합하다는 판단 덕분이다. 실제로 유즈브레인넷은 의료업계와 방향을 얘기하는 중이다.

“사실 우리처럼 작은 업체에서는 특별한 마케팅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닌데, 교육과 의료 업계에서는 기획은 끝난 상태고요. 콘텐츠가 늘어나면 관심도도 따라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모션링 출시 한 달이 지났다. 주로 e쇼핑몰과 소셜쇼핑 쪽에서 판로를 찾는 중이다. 차세대 제품도 준비 중이다. 모션링 다음 모델은 게임 전용 제품이 될 것이라는 게 원유석 대표의 설명이다. 유즈브레인넷은 모션링과 차세대 제품을 들고,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게임쇼 ‘지스타’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앱서서리 제품을 개발하며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는 좋아할 만한 재미있는 것을 찾자는 것이 목표였어요. 마니아가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일까. 그렇게 접근했죠. 그러면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쪽으로 시장을 선도할 계획입니다.”


http://www.bloter.net/archives/199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