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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중국 스마트 폰의 위력...

중국은 찍어내는 엄청난 저력이 있다.

이것을 경쟁력으로 단가를 떨어뜨리고 자본이 축적되면 원래 폰 보다 더 업그레이드해서 뒤통수를 친다.

이러한 중국의 스마트폰 성장에 우리의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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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지금은 샤오미의 급성장과 최신 제품인 ‘Mi4′가 주목받고 있지만, 바로 직전에는 ‘원플러스원’이 화제였다. ‘갤럭시S5′ 반값에 살 수 있는 동급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로 유명한 원플러스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제품이 화제가 됐던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원플러스원은 16GB짜리가 299달러, 64GB짜리가 349달러밖에 안 된다. 기기별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안드로이드폰으로서는 가격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이 무서운 이유는 기존 경쟁 제품에 비해 절반 수준에 판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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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비지떡일까? 스마트폰은 PC처럼 각 부품이 모듈화되고 있고 제조사별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력도 엇비슷해지면서 상향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에 제품간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직접 써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원플러스원 제조사인 중국 원플러스에 연락해 직접 제품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가성비’ 뛰어난 하드웨어

원플러스원의 하드웨어부터 살펴보자. 이 스마트폰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01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다. 이 칩은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고성능 스마트폰이 쓰는 프로세서다. 메모리는 3GB, 저장공간은 16GB·64GB 두 가지로 나온다. 디스플레이는 5.5인치로 풀HD 해상도를 낸다. 스펙만 놓고 보면 갤럭시S5나 LG ‘G3′를 비롯한 제품들과 다르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위협적이다. 벤치마크로 대변되는 성능은 같은 프로세서를 쓴 제품들 안에서는 엇비슷하다. 이미 안드로이드에 쓰이는 프로세서들은 일반 이용자들이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성능이 좋아졌고 원플러스원은 운영체제 최적화까지 잘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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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도 잘 만들었다. 제공받은 제품의 색은 ‘샌드스톤 블랙’으로 뒷면이 꺼끌꺼끌한 사포같은 느낌으로 처리됐다. 배터리를 분리할 수 없는 일체형 제품으로, 마감은 꼼꼼하게 잘 돼 있다. USIM은 옆에서 핀으로 찔러 가이드를 통해 집어넣는다. 그런데 소재 때문인지 이런 버튼 부분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덕분에 디자인이 더 매끈해 보인다. 뒷면을 둥글게 굴린 곡선이 G3를 닮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긴 하지만.

통신은 스냅드래곤 801 통합 프로세서를 쓰기 떄문에 국내 통신망에 붙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안테나 감도 표시가 예민한 건지 SK텔레콤의 경우는 안테나 표시가 다른 단말기에 비해 한두개씩 덜 뜬다. KT는 잘 잡혔다. 통신속도도 비슷한 환경에서 다른 스마트폰과 비슷하게 나왔다. 배터리는 통화 등의 실사용 용도로는 많이 쓰지 않았지만 한번 충전해서 이틀 정도는 무리없이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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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의아한 건 역시 가격이다. ‘갤럭시S5의 반값’이라는 것으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구글처럼 ‘넥서스’를 팔아 수익을 거두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아니라면 하드웨어로 이익을 남겨야 할텐데 의아하긴 하다.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긴 이야기를 할 것도 없다. 국산 제품에 비해 부족한 부분을 꼽기 어렵다.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해 스마트폰까지

안드로이드를 이리저리 주무르면서 쓰는 것을 좋아하는 파워유저들 사이에서는 ‘사이아노젠 모드’가 유명하다. 이 팀은 각 기기에 맞는 안드로이드를 제조사보다 더 잘 튜닝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팀이 직접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를 세운 게 바로 원플러스다. 원플러스원에도 당연히 사이아노젠판 안드로이드가 들어가 있다.

운영체제 자체의 최적화야 말할 것도 없고, 튜닝된 안드로이드지만 순정처럼 쓸 수 있다. 대신 세세한 설정은 훨씬 편하게 할 수 있다. 샤오미에 들어가는 MiUi 안드로이드는 중국 제품같은 이미지가 풍기지만, 사이아노젠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직접 만든 순정 안드로이드라는 느낌이 좀 더 강하다. 넥서스를 조금 더 쓰기 쉽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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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를 먼저 만들고 그에 맞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은 대체로 그 반대의 경우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이 스마트폰에서 가장 기가 막혔던 부분은 홈 버튼이다. 기본은 화면 하단에 터치 버튼으로 홈, 뒤로가기, 멀티태스킹 버튼을 늘어놓는데, 옵션에서 이를 구글의 소프트키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 두 입력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선호도가 명확하게 갈리기 때문에 제품 구매에도 영향을 끼친다. 원플러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든 조건으로 이를 해결했다. 이 외에도 화면을 두 번 두드려 화면을 켜는 기능 등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세세하게 다룰 수 있는 메뉴들이 많이 있다.

중국 스마트폰이라고 해서 구글 플레이 서비스를 쓰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이 제품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도 들어가 있고 구글의 모든 서비스, 그리고 구글나우도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앱도 잘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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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아노젠 안드로이드에는 추가 앱이 그리 많이 깔리진 않는다. 거의 안드로이드 기본 앱들이다. 원플러스는 여기에 오디오 효과, 테마, 그리고 화면을 그대로 녹화하는 스크린 캐스트 앱 정도를 깔았다. 전반적으로 가벼우면서도 깔끔한 운영체제의 형태다. 특별한 기능들이 더해진 건 아니지만 안드로이드 그 자체에 있어서는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제품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판단 기준은 ‘살 것이냐’는 것이다. 나는 지금 안드로이드폰을 사야 한다면 ‘넥서스5′와 이 제품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다. 길게 설명했지만, 한마디로 사실 좀 놀랐다. 원플러스원은 제품 그 자체만으로는 국내 스마트폰과 경쟁하기에 충분했다.

중국 스마트폰의 위협, 현실이었네

중국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중국 시장이 결국 삼성과 애플을 위협한다는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두 회사가 추락한다고 보는 건 무리다. 앞서 있던 시장에서 다양한 경쟁자들이 뒤따라 붙고 있다는 쪽으로 보는 편이 낫겠다. 원플러스원 제품으로 보자면 기존 스마트폰 업체들이 충분히 위협을 느낄만도 하다.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들을 가끔 만져볼 기회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잘 나가는 특정 제품들을 따라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그러니까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닮게 만들되 싸게 내놓는 것이 목표였다. 이제는 얘기가 달라졌다. 그 자체로 경쟁이 가능해졌다. 오히려 대만에서 PC 제조사들이 급하게 만들어 내놓은 스마트폰보다 완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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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은 좋은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를 쓰기 시작했고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바탕에 깔린다. 그 중 하나가 원플러스원이고,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샤오미다. 이런 제품들의 인기가 곧 삼성전자의 위기로 연결되는 게 요즘의 분위기이기도 하다. 과연 그렇게 볼까?

삼성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제조 능력의 비중이 컸다. 부품부터 완제품,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원하는대로 만들어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었다. 시장에서 ‘빠른 스마트폰’을 원할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 뿐이었고, 삼성은 그에 걸맞는 성장을 했다. 그 동안 삼성은 꾸준히 제조 이후의 방향성을 고민했고, 웨어러블이나 기업용, 홈네트워크 등으로 움직이는 중이다. 다만 그 결과물이 꽃피기 전에 프로세서를 비롯한 부품은 모듈화됐고, 중국이 수량과 가격을 앞세운 제조 전략을 따라왔다. 원플러스원을 보면 제품 포장까지도 기대 이상이다. 아프지만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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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샤오미는 1년 만에 4배 성장했고, 원플러스 역시 첫 제품이 세계 시장을 놀라게 했다. 원플러스원도 구입하려면 초대장을 받아야 하고, 구입 자체가 수월하지 않다. 공급과 유통만 확실하게 받쳐준다면 중국 기업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할지 모르겠다.

국내에 당장 이 제품이 들어오면 잘 팔릴 수 있을까? 그건 확신하지 못하겠다. 국내 통신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들이 여러 겹 쳐져 있다. 보조금이 이끌고 있는 유통시장부터 AS에 대한 불안감까지 해소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 눈이 한껏 높아진 국내 소비자들에게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는데 이만한 특효약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