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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구글, 자체 컨텐츠로 수익 노린다 - 불안한 광고주들

구글의 모토인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구글이 얼마나 사악해지기 쉬운 위치에 있는지를 방증합니다.

검색 유무가 지식 유무로 직결되는 사회에서 순진하게 구글만 믿다보면 눈 뜨고 코 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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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Press
2004년, 구글 공동창립자 래리 페이지(왼쪽)와 세르게이 브린이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글의 방대한 정보는 기본적인 색인 서비스에 익숙한 광고주들 사이에서 불안의 원천이 되고 있다.

10년 전 구글이 상장되기 직전, 공동창립자 래리 페이지는 구글 사용자들이 “최대한 빨리 구글을 벗어나 적절한 웹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구글은 정반대의 일을 할 때가 많다. 사용자를 구글의 가상 세계에 묶어두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호텔을 찾는 구글 사용자가 온라인 여행사와 호텔 운영사로 연결되는 링크 10개를 볼 수 있었다. 지금 동일한 것을 검색하면 구글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평가, 사진, 객실 예약 서비스가 표시된다.

타임스 스퀘어 근처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고 있는가? 구글이 영업시간, 위치, 스마트폰에서 터치 한 번으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전화번호를 표시한다. 영국에서 자동차 보험을 찾고 있는가? 구글이 가입 가능한 보험을 비교해 보여준다.

이런 검색 결과는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이 핵심 사업과 검색의 기본 개념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현재 래리 페이지가 CEO로 재직 중인 구글은 웹 색인 서비스라기보다는 계속 성장하는 다양한 구글 서비스 내에서 콘텐츠와 상거래를 제공하는 인터넷 상의 목적지에 더 가깝다.

이런 변화는 생존을 위해 구글 검색 결과에 의존하는 수백 만 업체들의 사업과 구글과의 관계에 까다로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주들은 잠재적 고객을 자사 웹페이지로 유입시키는 클릭에 대해 올해 구글에게 500억 달러 이상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자체 호텔 목록을 제공함으로써 자사에 연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는 온라인 여행사 등의 광고주들을 소외시킬 수도 있다.

‘시카고 드레이크 호텔’과 ‘항공편’으로 검색한 결과를 비교해봤다. 크게 보기

이 회사들은 구글의 정책 변화 때문에 수수료를 거둘 수 있는 예약 건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어느 온라인 여행사의 전직 임원은 “모든 부가가치는 구글에게 가고 다른 이들은 모두 상품이 된다”고 말했다.

구글은 이 변화로 인해 전 세계에서 반독점 조사의 대상이 됐다. 일부 온라인 퍼블리셔들은 구글이 자사 콘텐츠와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인터넷 사용자들이 무엇을 보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불평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업체들은 도움을 받고 어떤 업체들은 손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약 1년 전에는 미국 연방통상위원회의 조사가 구글의 손을 들어주면서 종결됐다.

이 변화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중립적 중재자이자 가장 널리 쓰이는 검색엔진으로서의 구글의 지위가 달라졌다. 구글은 이런 특성들 덕분에 애플, 엑손 모빌의 뒤를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가치가 높은 회사로 여겨지고 있다.

구글이 공정한 검색결과보다 자사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으로 인식되면 시간에 따라 사용자를 잃을 위험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들이 새로운 검색결과가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계속 구글을 방문할 것이다. 이 경우 광고주들은 구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이 변화가 구글 실적에 타격을 입히지 않았다. 광고 수익은 올해 들어 6개월 간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으며, 주가는 같은 기간 4% 가량 올랐다. 지난 12개월 동안 38% 오른 것이다.

구글은 사용자들이 개인용 컴퓨터(PC)에서 모바일 기기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변화의 동기 중 하나로 들었다. 조사업체 이마케터의 추산에 따르면 구글이 PC 검색 광고에서 얻는 수익이 지난해 처음으로 하락했다.

사용자들은 스크린 크기가 작은 스마트폰에서 웹 서핑보다는 앱 사용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구글은 웹에서 검색 관련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어왔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구글 광고를 클릭하는 횟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광고 가격은 2012년 초부터 20% 가까이 하락했다. 스마트폰 상에서의 클릭은 PC에서만큼 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컨설팅업체 채널어드바이저의 스콧 윙고 CEO는 스마트폰에서 제품을 검색하는 구매자가 구입을 완료하는 경우는 PC 상의 구매자가 구입을 완료하는 경우의 3분의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벤 고메스 구글 부사장은 “목표는 사용자를 구글에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최대한 빨리 제공하는 것”이라며 “그 정보가 간단한 답이라면 그걸 제공할 것이고, 어느 페이지로 향하는 링크라면 그걸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자체 콘텐츠를 홍보할 때 사용자에게 이득이 돌아간다고 말한다. 사용자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빙 또는 다른 검색엔진으로 바꿀 수 있다고 구글 관계자는 설명했다. 구글의 미국 검색 시장 점유율은 지난 4년 동안 67% 정도를 꾸준히 유지했다고 조사업체 컴스코어는 밝혔다.

페이지 CEO는 한때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플레이보이 매거진이 2004년 진행한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포탈은 웹에 있는 콘텐츠보다 자체 콘텐츠를 우선 보여준다”며 “그건 이해의 충돌이며, 검색 결과에서 돈을 버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검색 엔진은 항상 최상의 결과를 보여준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해당 포탈의 결과를 보여줄 뿐이다. 구글은 양심적으로 그런 검색을 지양하려고 노력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페이지는 이 기사와 관련한 언급을 거절했다.